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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현현한 음악적 코히어런스

하이파이로즈 RS25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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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공감각이다.

질주하는 속도감, 단 한 톨의 소리를 놏칠 수 없을만큼 고막을 간질이는 소리 알갱이들, 적막한 배경 위에 마치 붓질을 하는 듯 그려내는 총천연색의 색감, 긴장과 이완이 섬세하게 조절되어 펼쳐지는 폭풍 같은 강, 약의 다이내믹스. 스피커에선 절대 표현하지 못한 광폭한 음악의 폭우가 쏟아졌다. 시시각각 다채로운 표정과 못짓, 손짓을 통해 조련하는 오케스트라의 진지한 선율과 소리의 진폭들이 귀 뿐만 아니라 몸으로 전달해졌다. 그리고 시각이 그 주파수의 진동을 더 극대화시켰다.

지휘봉 하나를 가지고 부리는 마법 같은 마술은 바로 이런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지난 11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 실황의 이야기다. 종종 공연장을 찾아 실연의 축복을 온 몸으로 느껴보지만 올해 본 공연 중 이번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공연은 단연 으뜸이었다. 특히 궁금했던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지휘는 압권이었다. 원래 내정되었던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봉을 잡았다면 더 좋았을까? 단정 지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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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브람스 음악을 다시 들어보았다. 실연의 감동엔 미치지 못하지만 나의 메인 시스템은 제법 뛰어난 소리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현장의 감동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단지 실연과 재생음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본질적 음질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롯데 콘서트홀이라는 공간적 차이 그리고 실제 소리가 공간을 울리며 때론 몸으로 진동을 흡입하는 순간 느끼는 압도적 앰비언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각 정보들이다. 어떤 연주자가 어떤 악기로 어떤 부분에서 어떤 동작으로 연주하는지는 청각 정보에 더해서 감동을 극대화한 것이리라.

모든 감각은 공감각이다.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등 모든 것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 사실 쓴 맛은 미각이라고 하지만 사실 촉각으로 느낀다. 때로 이런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공감각은 곡에 대한 감상과 해석을 상당히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진행될 때 미리 익혀둔 악곡에 따른 연주자 그리고 지휘자의 재해석과 스타일 변화는 동일한 곡도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비평의 기반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깨알 같은 청각과 시각적 정보들이 모아져 실황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고로 음악 또한 공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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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무버

단지 음악만으로 듣던 브람스를 끄고 프로젝터를 켰다. 유튜브를 스크린에 띄우고 브람스 실황을 보기 시작했다. 음향에 더해 시각적 정보가 합체하면서 실황의 감동을 조금 더 기억해낼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홈시어터 AV 리시버의 프론터 채널 신호를 ‘프리 아웃’을 통해 인티앰프의 바이패스 입력에 보냈기 때문이다. 영상은 AV 리시버로 보내 ‘패스 스루’시켜 프로젝터로 보내고 음성 출력은 당당히 메인 시스템을 통해 락포트 Atria 하이엔드 스피커로 감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꼭 AV 리시버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2채널로 음악을 듣고 영상은 TV로 보고 싶다면 HDMI ARC 입력을 가지고 있는 스트리밍 앰프에 TV의 HDMI 출력을 연결하면 된다. 최근 이런 영상과 음향의 결합에 대한 소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품군에서 HDMI ARC 입력을 지원하고 있다. 반대로 소스기기나 스트리밍 앰프 자체에서 영상을 출력하면 어떨까? 필자의 생각으론 하이파이 오디오 전 스트리밍 기기가 렌더러가 된다면 더 나은 음향 특성을 가질 가능성이 더 많을 듯하다.

Rose RS150 Ultra HD 4K

여기 그 가능성을 열어젖힌 ‘퍼스트 무버’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하이파이로즈의 기기들이다. 다른 여러 하이파이로즈 모델처럼 HDMI 출력이 기본 제공되며 당연히 업계 최초로 내부에 유튜브뮤직 앱을 빌트인 시켰다. 그것도 자체적으로 커스터마이징 후 ‘로즈튜브’라는 이름으로. 당연히 다른 영상은 배제하고 음악 관련 영상들을 끝없이 스트리밍 가능하며 그 대상은 음향은 물론 영상이 함께한다. 유튜브 자체 포맷이 손실 포맷이긴 하지만 영상이 추가될 때 음악의 감동은 몇 배 더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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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250A

음악과 영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하이파이로즈 모델 중 이번 주인공은 따끈따끈한 신제품 RS250A다. 앰프가 내장되지 않은 순수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DAC인데 이전 버전 RS250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뒤에 A을 붙여 출시했다. 그럼 기존 버전에서 무엇을 업그레이드한 것일까? 

총 세 가지 정도 언급할 수 있다. 일단 DAC 칩셋을 변경했다. 동일한 ESS 테크놀로지 칩셋을 사용했지만 이전 버전이 ES9038PRO Q2M이라는 모바일용 2채널 칩셋을 사용한 반면 이번엔 ES9028PRO라는 8채널 칩셋을 사용했다. 따라서 다이내믹레인지 및 SN비 등 여러 면에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버전은 구형 대비 전고조파 왜곡율 등에서 더욱 뛰어난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하이파이로즈 개발팀에서 확인시켜주었다. 뿐만 아니라 클럭 또한 100Mhz 기준 주파수를 갖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번엔 펨토 그레이드를 사용했다. 디지털 도메인의 시간축 위상 오류 측면에서 스펙은 물론 음질적 업그레이드가 당연히 기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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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출력단 소자 변경이다. 이는 RA180이라는 플래그십 인티앰프의 R&D 과정에서 얻은 성과의 긍정적인 트리클-다운 효과로 보인다. 이미 RS520이라는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에서 그 트리클-다운 효과를 톡톡히 보았지만 두 번째로 수혜를 입은 것은 RS250A다. 기존엔 뮤즈 듀얼 OP앰프 세 개를 사용한 반면 이번 버전에선 자체 개발한 디스크리트 싱글 OP앰프를 무려 열 개 사용해 회로를 꾸몄다. 기존 RA180이나 RS520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음질적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외에 기능 측면에선 이미 발매된 하이파이로즈의 설계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에어플레이, 블루투스는 물론 ROON에 대응한다. 기본적으로 DLNA/UPnP 대응 기기이므로 NAS에 저장된 음원을 네트워크 스트리밍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본령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대응 능력일 것이다. 스포티파이, 타이달, 코부즈 등은 물론이며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인 벅스, 멜론 등 로컬 서비스까지 모두 대응하는 플레이어는 흔치 않다. 더불어 스트리밍 서비스의 공룡 애플뮤직도 재빠르게 빌트 인시켰다. 물론 하이파이로즈 스트리밍 기기의 최대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튜브뮤직은 기본이다.

리모트 앱

퍼포먼스

테스트엔 케프 LS50 Meta 스피커를 활용했다. 비교적 평탄한 주파수 특성과 특별한 딥이나 피크가 느껴지지 않는 평탄한 밸런스가 제품 테스트엔 제격이기 때문이다. 한편 앰프는 서그덴의 A21 시그니처를 사용했다. 기존에 연결해 사용했던 소스기기는 MSB Analog DAC 및 웨이버사 Wcore/Wstreamer 등이며 주로 NAS에 저장해놓은 음원을 즐겼다. 이 외에 마란츠 SA11S3 및 레가 RP10 턴테이블 등을 사용해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다른 모든 소스기기를 앰프에서 제거하고 오직 RS250A 단독으로 사용해 재생했는데 세팅은 매우 편리했다. 전면의 커다란 패널에서 나오는 안내를 따라가면 사용 가능한 상태로 셋업 완료. 최근 새로 구입한 아이폰 14 PRO에서 하이파이로즈의 ‘RoseConnect Premium’을 다운받아 설치한 후 로그인 했다. 이전에 사용해봐서 그 기능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리저리 조작해보니 예전에 비해 확연히 쾌적해진 모습이다.

dido

전체적인 밸런스는 중용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확실히 하이파이로즈는 컨슈머 지향으로 어떤 특정 대역을 부풀리거나 독자적인 튜닝을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편견 없이 다가가기 좋은 음질로 보편적 음향 기준을 마련해놓은 듯하다. 예를 들어 다이도의 ‘Thank you’(16/44.1, flac) 같은 곡을 들어보면 부드럽게 페이드 인되면서 부드러운 톤의 보컬이 방 안을 풍부하게 감싼다. 특별한 자기 고집을 부리지 않고 최대한 네추럴한 주파수 특성을 보인다. 소수가 운영하는 기천만원대 소스기기에서의 짜릿한 쾌감보단 만인이 좋아할 만한 튜닝이다.

yacob

각 악기들을 치밀하게 분석하거나 또는 흐릿하게 뭉개지도 않는다. 별도로 분리된 악기들이 자연스럽게, 원래 한 몸이었던 듯 얽히고설키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여과 없이 펼쳐낸다. 야콥 영의 ‘I lost my heart to you(16/44.1, flac)’를 들어보면 피아노는 피아노처럼, 기타는 기타처럼, 색소폰은 색소폰처럼 그대로 투과시킨다. 훌륭한 토널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 적어도 악기 고유의 음색을 변형시키지 않는 모습이다. 나의 귀가 측정용 마이크는 아니지만 하모닉스 왜곡이 극히 적은 소리다.

steely

리드미컬한 팝, 록 음악에서도 폭신한 감촉이 밀려온다. 표면 촉감이 말랑말랑해 자극적이지 않고 케익 한 조각을 베어 물 듯 부드럽고 약간은 달콤한 맛도 있다. 역동적인 레코딩에서도 허겁지겁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한 음절, 한 음절 올곧게 리듬을 밟아나가는 모습. 예를 들어 스틸리 댄의 ‘Two again nature’(16/44.1, flac)의 활기찬 리듬감은 충분히 살려주며 ‘Jack of speed’에서 중, 저역 댐핑도 적당히 담백하다. 답답한 레이드-백 사운드는 절대 아니며 그렇다고 너무 산만하게 앞으로 들이대는 사운드는 더더욱 아니다. 중용의 미덕이 느껴진다.

zimerman

올해 초 내한했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연주를 내 방 안에서 즐긴다면 어떨까? 현장의 그 광폭한 다이내믹스는 물론 줄어든다. 하지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지메르만의 피아노 타건은 더 섬세하며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살아 꿈틀거린다. 갑자기 깜짝 놀라 볼륨을 줄일 정도는 아니지만 이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며 저녁 시간을 여유있게 보내기엔 더할 나위 없다. 한편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쉽게 표현되지 않은 깊은 심도와 깨끗한 배경은 음악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Hilary Hahn performs Bruch Violin Concerto No 1

하이라이트는 TV와 연결해 보고 듣는 음악들이다. 유튜브 촬영을 위해 감상한 클래식 영상은 음악을 더욱 깊게 그리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해주었다. 힐러리 한의 연주는 영상에 보이는 그녀의 연주 기법과 표정 하나하나가 음악을 다채롭게 이해해주게 해주었다. 이 외에 예브게니 키신, 카라얀과 베를린 필, 번스타인과 빈 필의 역사적인 실황 영상들은 음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더 많은 시각적 정보를 끊임없이, 아낌없이 제공해주었다. 평소엔 힘겹게 완주했던 음악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고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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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요즘 들어 ‘코히어런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제프 롤랜드의 프리앰프 모델명이기도 한 이 언어는 음악과 음향이라는 논제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단서다. 모두 대역을 나누고 악기를 나누어 설명하지만 그것은 사실 분절되어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복합적 유기체처럼 서로 복잡다단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RS250A는 처음 들으면 그저 평범하게 소리를 내주는 것 같지만 코히어런스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자연스럽게 각 악기들이 화합한다. 만일 음향에 더 깊게 몰입하고 싶다면 더 비싼 가격대에 더 좋은 기기는 많다. 그러나 합리적인 가격대에 음악을 늘 곁에 두고, 무엇보다 편리하게 다양한 채널로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현 시점에서 대안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제조원 : (주)씨아이테크 1899-6042
제조국 : 한국(Made in KOREA)
가격 : 2,5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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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레만이 이끄는 슈타츠카펠레의 브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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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쇼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