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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의 기준

문화중독자의 플레이리스트 – 15부

Record Collecting

레코드 수집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규칙이 또아리를 튼다. 어떤 수집가는 외국음반점에 가면 무조건 집어드는 레코드가 있다고 하더라. 그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내게 특이한 수집취향을 털어놓았다. 그는 나비나 날개가 등장하는 레코드를 보면 장르를 개의치 않고 계산대로 직진했다고 하더라.

이런 규칙은 비단 특정 수집가만의 일은 아니다. 가까운 지인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나만의 수집규칙 또한 존재한다. 사실 이런 규칙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를 겪는데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모르겠다. 음반도 사람처럼 호불호가 있고 선입견이 영향을 미치니까. 다음은 2022년 기준으로 정리한 수집규칙이다.

haruki room thumb

베스트음반은 가급적 피한다. 음원이 없던 시절에는 가장 손쉽게 특정 음악인의 히트곡을 접하는 방법이 베스트음반이었다. 가성비로 따진다면야 부족함이 없겠지만 한 아티스트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음반이라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나만의 베스트곡이 별개로 존재하는 일도 허다하지 않은가.

충동구매를 최대한 자제한다. 외국 음반점에서 마주치는 레코드는 예외로 치더라도 충동구매는 후회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급하게 먹은 떡이 쉬이 체하는 법이다. 첫인상이 좋다고 인간관계가 탄탄대로를 걷지 않는 경우와 진배없다. 돌다리도 두둘겨보고 건널지를 결정하는 편이 아쉬움이 적더라.

뉴페이스의 레코드를 먼저 구입한다. 승률이 높은 프로야구단은 신구세대의 조화가 관건이다. 신세대의 패기와 구세대의 경험이 어우러져 강팀을 만들어낸다. 레코드 수집도 신구세대의 적절한 어울림이 필요하다. 새로운 음반을 차근차근 구비하는 일상이야말로 음악감상의 치명적인 즐거움이다.

조패스비루투오소2 horz

소편성 위주의 레코드를 주목한다. 기타, 베이스, 피아노 독주 음반을 특히 좋아한다. 말 그대로 연주가의 세계를 날 것 그대로 접할 수 있는 레코드다. 게다가 오디오 볼륨을 화끈하게 올려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반대로 공연관람 시는 교향곡 위주의 대편성이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레코드 자켓의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조건은 위에 나열한 요소보다 비중이 크지는 않다. 돌이켜 보면 15년 전에 미술이론을 공부하면서 생겨난 취향이다. 그렇다고 음악이 꽝인데 디자인이 튄다고 레코드를 사지는 않는다. 이는 아무리 허울이 멀쩡해도 콘텐츠가 없는 사람은 금새 대화거리가 사라지는 경우와 흡사하다.

구입상한선을 둔다. 주변에 대출까지 끌어들여 음반을 사재기하는 사람을 몇몇 보았다. 돈을 어디에 소비하냐는 개인의 자유다. 내게는 음반구입의 상한선이 필요했다. 소중한 취미를 오래 유지하자는 이유에서였다. 지출도 쏠림현상이 반복되면 체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출의 목적이 음반구입에만 쏠리는 삶은 좀 허허롭지 않은가.

조패스비르투오소1

재즈 기타리스트 조 패스의 비르투오소 시리즈는 4집까지 이어진다. 이후 그는 라이브 음반에도 비르투오소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조 패스의 레코드를 소개한다. 4집까지를 통틀어 가장 즐겨듣는 레코드다. 기타리스트의 역량을 극대화시킨 솔로연주의 명반이다.

수백 장에 이르는 재즈기타 음반을 수집했다. 그 중에서 솔로연주가 가장 어울리는 기타리스트가 조 패스라고 생각한다. 재즈 레이블 파블로(Pablo)에서 1973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비르투오소 시리즈. 어렵사리 약물중독을 극복한 조 패스에게 1970년대는 재기의 해이자, 연주라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던 시절이었다.

수집의 기준에서 보면 조 패스의 비루투오소 시리즈는 위에 언급한 기준을 대부분 총족하는 음반이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라면 파블로 레이블 특유의 덤덤한 음반이미지다. 3집 음반의 추천곡은 이다.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망원동의 파스타 맛집을 가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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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 봉호

대중문화 강의와 글쓰기를 사랑합니다. 때문에 문화콘텐츠 석박사 과정을 수학했습니다. 저서로는 '음악을 읽다'를 포함 10권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과 관련한 글을 집중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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