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을 지나 이제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청음실 계약했을 땐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막상 오디오 세팅하고 작업할 공간 준비해보려고 하니 일단 돈이 정말 많이 든다. 집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일단 모두 가져와야했고 컴퓨터 등 모든 집기를 모두 구입해야했다. 덕분에 몇 달간 수입을 거의 모두 시청실에 써야했다. 돈은 그렇다 쳐도 매일같이 배달된 것들 정리하는 게 일이어서 평소 유튜브 촬영, 제품 테스트 및 글쓰기 등을 병행해야 하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나마 이젠 조금 안정이 된 것 같아 지나온 몇 달간 시스템 사진을 보면서 정리를 해보았다.
처음 청음실 입주했을 때 상황.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윌슨 사샤에 마음을 빼앗겨 구입하긴 했지만 주변 기기도 아직 들여오지 못했고 스피커도 그냥 덩그러니 내던져 놓은 상황. 근데 이때가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 장밋빛 상상만으로 마냥 즐거웠던 때다. 이후에 펼쳐질 고난을 예상하진 못했으니까. 어떤 일이든 벌어지기 전이 가장 좋을 때 같다.
이후 집에서 사용하던 장비들을 거의 모두 가지고 왔다. 최소한의 서브 시스템만 남겨둔 채. 집이 정말 넓어졌으나 반대로 청음실은 점점 전쟁터로 변해갔다. 사샤는 메인 시청실에 놓고 락포트는 글 쓰는 작업실 안쪽에 설치해놓았다. 슬슬 전기 공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배선에 사용한 케이블을 구했고 멀티탭은 파워텍에서 베커로 만든 벽체 콘센트도 영입 완료. 후루텍 및 iFi 멀티탭도 모두 사무실로 가져와 대략적인 시스템을 구성했다. 조금씩 룸 특성을 알아가면서 친해지는 과정이었다.
청음 시스템이 완성되긴 했지만 사실 어설픈 상태였다. 이렇게 청음실을 만든 이유가 개인적인 음악 감상 및 더 좋은 환경에서 리뷰 진행 등의 목적도 있었지만 조금 일렀던 상황. 엘락 BS312가 들어왔고 그에 맞춰 평소 북셀프 리뷰에 필요했던 스탠드를 하나 영입했다. 집에서도 사용하면서 만족스러웠던 마이너팩토리. 거의 대안이 없는 스탠드였고 간만에 엘락 BS312를 들어보면서 북셀프지만 넓은 청음실에서 들어보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스피커는 물론 공간이 소리를 만든다.
락포트는 작업실에 넣어놨지만 메인 청음실 시스템 꾸리기도 버거운 상황이 지속됐다. 갑자기 두 개의 큰 공간에 모두 분리형 시스템을 세팅하기엔 예산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 결국 메인 시청실로 락포트도 합류시켰고 처음엔 집에서 사용했던 조합으로 세팅해 들었다. 가장 익숙한 조합으로 MSB Analog에 패스랩스 XA60.5 모노는 락포트에게 더할 나위 없었다. 한편 분리형 못지않은 올인원을 물색하다가 웨이버사 Wslim Pro를 영입해 윌슨 사샤와 짝을 맺어주었다. 올인원이지만 이 정도면 한동안은 즐겁게 지낼 수 있을 듯했고 예상 이상으로 선전하는 Wslim Pro를 보면서 웨이버사 기술에 대해 또 한 번 감탄했다.
어쿠스틱 룸 환경도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시스템은 그대로였지만 저역에서 약간 부밍이 있었고 이 때문에 베이스트랩을 모서리에 하나씩 추가했다. 시스템 중앙엔 집에서 사용하던 디프렉탈을 설치해 또렷한 음상을 얻을 수 있었다. 요즘 시스템 중앙에 큰 사이즈의 디프렉탈을 설치한다던가 또는 목재를 사용해 후방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사람들도 있던데 내 기준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앙엔 흡음보단 자연스러운 반사음 조절 그리고 스피커 후방과 모서리는 흡음 위주가 좋았다. 지금 사용하는 것도 괜찮긴 하지만 향후 좀 더 낮은 초저역까지 흡음이 가능한 베이스트랩을 도입할 생각이다.
중간에 시스템 매칭도 달라졌다. 이유는 윌슨 사샤 세팅 변경 덕분이었다. 윌슨에서 힘을 못쓰고 이상하게 허약한 저역을 내주었던 패스랩스를 다시 사샤에 매칭했다. 윌슨오디오를 국내에서 취급하는 케이원AV 스탭들이 도움을 주었는데 다시 위치를 잡고 높이, 거리를 모두 다시 세팅했다. 아무래도 기존에 일반 의자에 앉아 듣다가 소파가 들어오면서 청취 높이, 거리가 모두 바뀌면서 어색해진 듯 한데 완전히 바로잡았다. 그에 따라 패스랩스는 다시 사샤에게로. 그리고 락포트는 웨이버사 Wslim Pro가 책임지는 형태가 되었다.
모름지기 평론가라면 자신만의 음향적 기준이 있어야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몇 달치 리뷰 수익을 오디오 구입에 할애하기도 한다. 이후 몇 달 동안 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어려울 때도 있지만 직업적 책임감이랄까? 마음만 먹으면 리뷰용 대여 제품으로 그 때 그 때 시스템을 꾸려서 운영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의 기준에 부합하는 소리를 만들기 어렵다. 시청실을 내고 한동안 기존 자택 환경과 판이하게 다른 크기, 음향 특성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웠는데 세팅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듯해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제 큰 그림은 완성이 되었고 공간 특성에도 적응이 되었으니 좀 더 섬세한 부분까지 체크해가면서 소리를 조율해나가야겠다. 특히 룸 어쿠스틱 부문은 더 해야 할 게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사실 이런 일은 끝이라는 게 사실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