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이 ROON을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ROON을 사용하고 있는 입장이고 국내에서도 꽤 많은 유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닐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하만이 삼성 소유이기 때문에 나쁠 이유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과거부터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특히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아쉬웠던 삼성, 하만에겐 긍정적인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작은 마중물 정도는 될 듯하다. 거대 기업 입장에서 ROON 같은 작은 회사 인수한다고 당장 커다란 지각 변동이 일어날 일은 만무하다.
그러나 ROON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에 단지 작은 플랫폼 하나 인수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ROON은 음악 라이브러리 관리 및 타이달, 코부즈 등의 진입 통로 역할을 해왔다. 한편 대표 에노 반더미어는 영국 하이엔드 브랜드 메리디안에서 촉발시킨 스트리밍 프로젝트 Sooloos의 리더로서 일하다가 ROON을 설립해 독립한 인물. dCS와 함께 영국 하이엔드 디지털 부문의 탑 클래스 브랜드였던 메리디안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ROON에 전이되었다.
이런 뿌리가 있었기에 ROON은 시작부터 여타 음악 플랫폼과 다른 길을 걸었다. 라이브러리 관리 프로그램은 코어에 저장된 음원 정리 성능이 굉장했고 음질적인 면에서 호불호는 있었지만 메리디안의 그것을 빼닮았다. 음악적인 음향적 알고리즘과 탄탄한 엔진을 바탕으로 그 위에 다양한 기능을 얹기 시작했고 현재 160여개 이상의 오디오 브랜드 그리고 1000여개 이상 오디오 기기와 호환 가능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만은 아마도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음악 플랫폼이 절실했던 듯하다. 다양한 음향 기기 설계, 생산, 디자인을 이어오고 있지만 코어가 될만한 플랫폼 구축이 필요했을 듯. 특히 일반 컨슈머 기기에서부터 하이엔드 오디오까지 UI/UX 디자인을 고려할 때 자체 제작보단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가진 ROON 인수가 더 합리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다.
아무튼 단시간에 뭔가 오디오 마니아들 중 ROON 사용자에게 큰 변화가 있을진 미지수지만 대기업의 ROON 인수는 좋은 신호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를 가볍게 만들고 버전을 다양화해 소수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고 구독료를 낮추면 좋을 듯하다. 대중화의 걸림돌이 아마도 코어 운영 방식일텐데 자체적으로 전략 및 소프트웨어 수정을 통해서 저렴한 가격에 ROON의 뛰어난 음질 및 멀티 디바이스, 멀티 룸 오디오 기술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