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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축에 깃든 케프 사운드의 정수

케프 Reference 3 Meta

kef reference 3 thumb

동일한 목적, 다다른 방식

음악을 감상한다는 것은 공기의 떨림을 듣는 것이다. 사진이 빛의 파동을 이용한 예술이라면 오디오는 소리의 파동을 연구에서 출발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과연 소리의 파동을 담아 음악이라는 예술을 재생산하기 위해선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앞에서 음악인들이 연주하고 이를 듣는 청중이 있다고 할 땐 어쿠스틱 룸 튜닝만 신경 쓰면 될 테지만 피지컬 매체나 음원 형태로 녹음된 음악을 듣기 위해선 음악인을 대체해줄 스피커가 우선 필요하다.

과연 인간의 목소리,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드럼 등 무수히 많은 악기의 소리를 마치 녹음 현장처럼 재생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개발했을까? 마그넷과 보이스 코일 그리고 진동판 등으로 이뤄진 복잡다단한 드라이브 유닛이 일단 중요하고 그 외에 이를 가두어놓는 인클로저 및 각 대역을 분할해주어 여러 유닛으로 할당해주는 크로스오버 등 중요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 드라이브 유닛만 해도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유닛이 개발되어 채용되고 있다.

녹음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가감 없이 재생해주는 것이 스피커 개발자들의 목표지만 그 방식은 다다른 쪽으로 향해갔다. 일반적인 트위터만 해도 돔 형태나 평판 혹은 이온 트위터도 있었다. 돔의 소재에 따라 크게 소프트 돔과 메탈 돔이 있으며 평판도 리본이냐 AMT냐에 따라서 구조적으로 다르면 결과적인 음질 특성도 다르다. 어느 것이 가장 뛰어나다고 쉽게 결론 짓기는 힘들지만 각각 나름의 개성을 어필하면서 현재까지 발전해왔다. 실크, 베릴륨, 다이아몬드, 세라믹, 카본, 케블라, 그래핀 등 이젠 무엇이 더 사용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은 정도로 다양한 소재가 총 동원되고 있는 게 스피커 분야다.

KEF Q driver cross section

동축의 진화

대체로 진동판의 소재를 먼저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닛 전체 구성과 그 구조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평판이냐 다이내믹 드라이버 형태냐 혹은 정전형인지 리본인지 등등. 그 중 우리는 오래 전부터 동축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때론 탄노이를 상상하기도 하고 파인오디오를 듣기도 한다. 케프와 TAD를 지나 엘락 아메리카에 자리를 잡았던 앤드류 존스는 다시 또 자리를 옮겨 Mo-Fi에서 스피커를 개발해냈다. 그는 흔치 않은 동축 드라이브 스피커 전문 개발자다. 오죽하면 스피커 이름을 ‘Sourcepoint’라고 지었을까? 바로 소리의 진원지가 하나라는, 동축을 빗대는 표현일 것이다.

케프를 빼놓고 동축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BBC 엔지니어로서 시작해 케프를 설립한 후 줄곧 케프는 영국 스피커 발전에 있어 드라이브 유닛 공급책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도 빈티지 컬렉터 사이에 인기인 BBC 모니터 스피커의 트위터와 미드 베이스 우퍼 중 케프 유닛을 장착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케프는 갑자기 동축 드라이브 유닛 제작에 회사의 모두 역량을 집중시키기 시작했을까?

12th uniq

그 이유는 드라이브 유닛의 모양에서 찾을 수 있다. 동일한 동심원 안에 트위터와 미드 베이스 우퍼가 위치하면서 주파수 대역간 시간차 오차가 적고 위상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사람이 꽤 넓은 주파수 대역을 단 하나의 목과 입으로 소리 내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로 인한 주파수 대역간 이물감이 적어 인간의 가청 영역 중 가장 민감한 중, 고역대에서 부자연스러운 소리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동축 드라이브 유닛의 완성도에 달렸다. 케프는 수십 년 동안 오직 동축만을 고집하면서 동축의 레퍼런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kef reference 3 group

레퍼런스 3 메타의 세계로

케프가 기획, 설계한 동축 드라이브 유닛은 일명 UNI-Q라고 불린다. 현재 케프는 UNI-Q 드라이브 유닛을 무려 12세대까지 진화시켰다. 12세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다름 아닌 MAT 기술이다. 일종의 메타 물질을 사용해 스피커 후방 에너지 흡수율을 대폭 향상시킨 것. 이 메타 디스크는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독특한 문양을 넣고 특수 가공해 620Hz에서 40kHz에 이르는 꽤 넓은 주파수 대역에 걸쳐 무려 99%를 흡수한다. 케프는 이 기술을 저명한 AES 학회에서 발표해 인정을 받았고 곧바로 자사의 스피커에 적용했다. 첫 번째는 LS50 그리고 이후 LS50Wireless 및 R, 레퍼런스 그리고 블레이드 등에 모두 탑재했다.

이번에 시청한 레퍼런스 3 메타는 바로 이 MAT를 채용한 12세대 UNI-Q 동축 드라이브 유닛을 채용한 케프의 레퍼런스급 스피커 중 하나다. 일단 UNI-Q 동축은 약 5인치 사이즈의 미드레인지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고 그 중간에 1인치 트위터를 정확힌 안착시켜놓고 있다. 당연히 유닛 후방엔 MAT 디스크를 부착하고 있다. 하지만 12세대가 이전 세대와 다른 것은 MAT 뿐만은 아니다. 보이스코일 및 트위터 갭 댐퍼, 보이스코일 등 다양한 부문이 재설계되어 탄생했다.

KEF Uni Q MAT

한편 미드레인지는 트위터에 대해 거의 혼 같은 역할을 한다. 트위터의 소리를 일정 부분 증폭시켜 재생 효율을 높여주는 원리다. 본래 과거부터 동축 유닛을 개발해온 메이커의 동축 유닛은 대개 이런 효율을 누리려는 목적을 갖고 설계했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서로 간섭하면서 잡음을 낼 수 있고 순도를 급격히 떨어트릴 소지도 많다. 케프는 이런 이유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정밀한 유닛 구조를 창조해냈다. 다른 동축 스피커 메이커와 달리 UNI-Q 동축 구경을 5인치 이상 만들지 않는 이유도 동축의 약점을 최소화기 위해서다.

kef reference 3 walnut front detail

한편 이 스피커는 저역을 +/-3dB 기준 43Hz, 즉 중간 저역 하한까지 하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당연히 작은 5인치 미드베이스 우퍼에 맡기기엔 저역 품질에 무리라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알루미늄 우퍼를 채용했다. 그 구경은 6.5인치며 UNI-Q 동축을 중심으로 상/하 대칭으로 탑재했다. 이것도 일종의 가상 동축 스피커 유닛 배치 방식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케프에서는 ‘싱글 어페어런트 소스’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트위터, 미드레인지, 베이스 등 각 대역을 재생하는 유닛의 출발 지점으로 일치시키는 그들만의 기술이다. 참고로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450Hz, 2.1kHz 등 두 구간에서 교차시키고 있다.

참고로 레퍼런스 3 메타는 3웨이 4스피커 타입으로 저음 반사형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후방을 보면 무려 두 개의 커다란 포트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 포트엔 두 개의 서로 다른 포트 마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은 포트를 적용할 경우 저역이 38Hz, 큰 포트의 경우 35Hz까지 하강하는 등 저역 하한의 차이가 있다. -6dB 기준에서다. 한편 공칭 임피던스는 4옴에 최소 3.2옴, 감도는 2.83V/1m 표준 조건에서 86dB로 발표하고 있다. 상위 레퍼런스 5 메타보다 2dB 낮으며 레퍼런스 1 메타에 비해선 1dB 높은 감도다.

kef reference 3 walnut with silver pair

청음

이번 청음 테스트는 NAD 제품들을 사용했다. NAD M33 인티앰프에 M23 파워앰프를 연결해 모노브리지로 세팅했다. 매우 단출한 구성이지만 퓨리파이 아이겐탁트 클래스 D 증폭 모듈을 채용해 매우 빠르고 하이엔드 앰프에 버금가는 저 왜곡, 저 노이즈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yoyoma

우선 요요마와 바비 맥퍼린의 ‘Hush llittle baby’를 들어보면 보컬과 첼로의 호흡이 마치 계산된 듯 정확히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재생된다. 특히 악기의 위치가 마치 콘서트 영상을 보고 있는 듯 좌우 횡축 위치 전후 깊이 그리고 위, 아래 종적 높낮이까지 명료하게 표현된다. 전반적인 밸런스가 매우 평탄해 특정 악기에 쏠리는 현상 없이 조화롭다. 확실히 케프는 과거에서 현재로 오면서 자체적인 특유의 컬러를 지우고 점점 더 평탄하고 중립적인 사운드로 변모해 나아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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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상위 모델로 오면 저역 하한이 더욱 깊을 뿜 아니라 데시벨 꺼짐 없는 저역을 끈질기게 유지한다. 예를 들어 보즈 스캑스의 ‘Thanks to you’를 들어보면 중간 색소폰 사운드는 풍부한 블로윙 속에서 표면 질감 표현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두 개의 우퍼는 동축을 도와 음색이나 시간축 특성에서 이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견고한 알루미늄 유닛을 느낌 그대로다. 리듬 섹션이 풍부하게 그리고 낮게 깔리면서 제법 묵직한 무게감도 일품이다.

케프가 가당 중요시하는 건 과거에도 지금도 유닛이다. 그리고 인클로저 또한 충실하게 만든다. 그 총체적 디자인에선 마치 바워스&윌킨스, 매지코 같은 하이엔드 스피커의 환영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영국 전통의 통울림이 약간 있어 너무 내정하지 않다. 예를 들어 막스 리히터의 ‘On the nature of daylight’를 들어보면 음색은 화사하고 맑으며 비 온 뒤 하늘처럼 쾌청하다. 고로 착색도 거의 없다.

honeck beethoven

맨프레드 호넥 지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3번, 1악장을 들어보면 어택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번개처럼 뻗어 나온다. 디케이, 서스테인이 짧고 릴리즈 된 이후 탁한 잔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깔끔하고 개운. 동측 특성상 근거리에서도 각 악기의 위치, 정위감 표현은 크게 훼손 없이 유지하는 모습이다. 생긴 것보다 총주에서 위픙당당한 모습으로 힘 있게 곡을 풀어낸다.

kef reference 3 lifestyle

총평

하이파이 스피커는 별로 발전이 없고 가격만 높아지며 진화의 속도가 느리다고들 한다. 멀리서 보면 파도는 잔잔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듯 더 나은 하이파이 사운드를 향해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다. 그 중 케프의 동축 드라이브 유닛에 대한 연구와 집념은 대단하다고 할만하다. 가장 이상적인 사운드는 동축 유닛으로부터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위상 정확도, 주파수 응답 특성, 횡축, 종축 지향 특성 및 임피던스 특성 그리고 감도, SPL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능 지표의 발전을 위해 여러 메이커가 수많은 방법론을 동원했지만 케프는 동축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단시간의 쾌감과 독특한 컬러의 음색을 좋아한다면 다른 대안은 많다. 하지만 마치 인간의 목소리처럼 위화감이 없고 자연스러운 음색에 어느 위치에서든 음조의 변형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음악이 항상 있다는 느낌은 케프만의 매력이다. 그 케프 사운드의 정수가 담긴 모델 중 하나가 바로 레퍼런스 3 메타라는 데 이견이 없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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