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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미래로 이끈 예언자

드비알레 140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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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빛나는 점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의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 속에 살았던 것이다.” 칼 세이건이 말하는 지구의 모습엔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태양계를 되돌아봤을 당시의 모습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태양은 여전히 우주의 중심이고 지구는 그저 우주의 중심도 아닌, 그 둘레를 도는 아주 작은 점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통찰은 가까이가 아닌 멀리서, 우리가 평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서 지구를 바라보았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음악과 오디오라는 것도 이렇게 전지적 시점에서, 가끔은 조금 멀리 떨어져 생각해보곤 한다. 음악이란 아름답고 숭고하기도 하며 때론 오락이고 탐미적이며 대부분은 정말 우리의 삶을 담은 시와 같다. 그래서 오디오는 그 정체가 사라지고 오직 음악만 남을 때 가장 빛난다. 오디오파일이라면 기계적 즐거움과 음질을 명분으로 내밀겠지만 그저 좋은 음질로 무엇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작고, 예쁘고 편리하면서 성능까지 좋다면 그만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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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 빛나는 오디오를 보라. 드비알레라는 제품이다. 생로병사를 거치며 희로애락을 함께할 음악을 들려주는 기기처럼 생기진 않았다. 직접 보면 누가 봐도 럭셔리 제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체중계 같기도 하고 걸어놓으면 번뜩이는 패널이 걷히고 첨단 키오스크 화면이라도 나타날 것도 같다. 하지만 이 제품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면서 앰프로서 스피커만 연결하면 음악을 증폭해 재생해준다. 우리가 뱅앤올룹슨이나 제네바 등 올인원 스피커에 익숙해 있을 때 드비알레는 이 아름답게 빛나는 고음질 음향기기를 개발해냈다. 마치 폴더폰을 쓰던 시절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같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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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퍼트의 비상

이 작고 슬림한 사이즈의 앰프들은 익스퍼트(Expert) 시리즈로 불리면서 세상에 태어났다. 그 배후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있었다. 가끔 국내에도 방한하는 그는 루이비통 등 유명 럭셔리 브랜드가 속해 있는 LVHM 모엣 헤네시-루이비통의 바로 그 베르나르 아르노다. 남다른 안목으로 여러 브랜드를 명품의 반열에 올려 성공한 그가 드비알레에 투자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드비알레는 프랑스에서 아주 조그만 회사로 시작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D-Premier였고 이 올인원 앰프로 드비알레의 미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드비알레는 넉넉한 투자를 바탕으로 모델 120, 200, 400, 800을 출시했으며 이후 업그레이드를 거쳐 140 Pro, 220 Pro, 250 Pro 등 여럿 개 라인업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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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트리밍 앰프 혹은 네트워크 앰프로 불리는 포메이션을 가장 선도적으로 그리고 가장 하이엔드 지향 설계로 완성시킨 브랜드가 드비알레다. 그 바탕에 여러 독자적인 기술이 있다. ADH 증폭, SAM 프로세싱, AIR 스트리밍, EVO 플랫폼 등이 그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증폭 관련 기술을 영민하게 융합한 ADH는 음질과 성능, 출력을 양립했다. 한편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 SAM 프로세싱이었다. 전 세계 존재하는 많은 스피커들의 음향 특성을 모두 측정한 후 데이터를 수입, 정리한 후 데이터베이스를 쌓은 후 앰프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는 스피커와 앰프와의 매칭에 대한 기존 질서를 파괴하면서 최적화된 앰프 증폭 프로세스를 완성하는 쾌거를 낳았다. 이제 스피커 매칭에 대한 고민은 넣어두라는 드비알레의 친절한 명령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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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알레 월드의 문 앞에서 – 140 Pro

드비알레가 창조한 스트리밍 앰프의 세계는 현재까진 진화해온 스트리밍 앰프와 기능상 유사한 점도 있지만 그것에 도달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 요약하자면 ADH®, SAM®, RAM®, EVO®, DAC Magic Wire® 등 독보적인 기술들이 요체다. 우선 ADH는 그 이름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 증폭의 하이브리드를 일컫는다. 정확히는 클래스 A 증폭과 클래스 D의 강력한 조합을 통해 작은 사이즈에서 높은 효율과 음질을 완성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아날로그 앰프에서 뛰어난 음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전압 생성 기능은 유지한다. 하지만 전류 생성 기능, 즉 스피커의 부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생성 기능에 있어선 클래스 D 증폭, 즉 스위칭 증폭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ADH® Analog Digital Hybrid

이를 통해 140 Pro가 얻은 출력은 6옴 이하에서 채널당 RMS 140와트다. 단순히 출력이 문제가 아니다. 무려 10와트에서 THD+N, 즉 전 고조파 왜곡이 0.00025%로 극단적으로 적다. 최대 출력에서도 고작 0.0005%로 매우 우수한 편이다. 더불어 SN비는 130dB에 이르는 등 현존하는 앰프 중 하이엔드 제품들을 포함해 최상위 수준이다. 한편 스피커 제어 측면에서 중요시되는 기준 중 하나인 댐핑 팩터의 경우 8000에 이른다. 스피커 임피던스를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를 나눈 값으로 140 Pro의 출력 임피던스는 고작 0.001옴으로 매우 작은 덕분이다. 한편 전원부는 스위치 모드 전원을 사용하는데 모두 마이크로 프로세서에 의해 작동해 최대 4천 와트까지 즉각적으로 공급 가능하며 서지, 과부하 등으로부터 보호된다.

140 Pro Connectors

한편 기능적으로 살펴보면 이 제품은 UPnP/DLNA에 모두 대응하면 ROON 인증을 이미 마친 장비다. 에어플레이는 물론 스포티파이에 대응하며 UPnP를 지원하므로 이를 지원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모두 연동 가능하다. 당연히 이더넷, 듀얼 와이파이를 지원한다. 유선으로는 광 입력 및 동축 이력을 지원하며 요즘 스트리밍 앰프에선 생략되곤 하는 USB 입력도 대응한다. USB는 B 타입으로 비동기 방식이며 매우 낮은 왜곡 및 낮은 레이턴시를 제공한다. 지원 포맷은 USB를 통해 최대 PCM 32/192, DSD64까지 대응하며 스트리밍으로는 PCM 24/192까지 재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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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아날로그 입력 같은 경우도 지원하며 MM/MC 포노 입력도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포노단의 커브를 바꿀 수 있다. RIAA 커브가 제정되기 이전의 EMI, 데카, RCA 등 다양한 레이블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했던 커브 값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특히 모노 시절 엘피를 종종 듣는 아날로그 마니아에겐 축복과 같은 모델이다.

드비알레 작동 알고리즘 2

한편 SAM 프로세싱은 140 Pro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스피커의 작동 특성을 데이터화해 앰프에서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해당 스피커를 선택하면 최적화된 증폭 특성을 적용해 최상의 사운드를 뽑아낸다. 제반 데이터엔 스피커의 스피드, 위상 등 다양한 특성들이 포함된다. 현재 SAM 프로세싱을 적용할 수 있는 스피커는 전 세계에 걸쳐 총 1000개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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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드비알레를 처음 리뷰했던 게 2014년이니 이제 10년만이다. 그 동안 드비알레의 여러 행보를 살펴보면 격세지감이다. 익스퍼트 외에 팬텀 시리즈의 성공과 대중화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이 눈에 띈다. 더불어 이어폰 개발, 출시 등 항상 드비알레는 빠르게 시대에 적응해나가며 한편 시대를 선도했다. 그리고 다시 지금 드비알레를 있게 만든 익스퍼트다. 이번 시청은 필자의 애장기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를 매칭해 진행했으며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룬 코어 Wcore와 룬 리모트가 필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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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모나잇 – ‘Honeysuckle rose’

보컬 포커싱이 중앙에 매우 정밀하게 맺히며 어떤 자극도 느껴지지 않는다. 뒤로 물러나지도, 앞으로 나서지도 않는 표준적인 전후 뎁스가 일품이다. 전체 밸런스는 클래스 D의 다소 밝은 느낌이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엷게 흩날리지 않고 중심이 잘 잡혀 있다. 들뜨지 않고 납작 엎드려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곡을 이끌어간다. 락포트의 차분한 무게 중심을 지키면서 가늘지 않고 평탄한 밸런스를 끈질기게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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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인티에 오스터휴이스 – ‘Human nature’

보컬이나 피아노 등 단일 악기들의 녹음에서 알아본 특성은 매우 단정한 소리라는 것. 예를 들어 ’Human nature’ 도 마찬가지다. 진공관 앰프와는 결이 반대고 음색 자체는 모범적인 클래스 AB와 유사하다. 그 중에서도 mosfet보단 바이폴라 계열과 비슷하지만 더 다듬어진 소리로 파악된다. 기타의 소릿결이 매우 정갈하지만 여음을 길게 늘어뜨리지 않으면서 밀도 높게 압축한 느낌이다. 곱고 단단하게 연마한 표면 텍스쳐는 어떤 음악에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면모를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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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아르날즈 & 앨리스 사라 오트 – ‘쇼팽 : Nocturne in C Sharp Minor’

어떤 급박한 리듬 혹은 매우 강력하고 급박한 어택에도 전혀 서두르거나 수선을 떨지 않고 견고하고 차분한 모습이다. 피아노 타건은 이전보다 더 깨끗하며 표면이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어 듣기 편안하다. 귀에 거슬리만한 잔향도 있을법한데 마치 표면을 새롭게 가공한 듯 말끔하게 만들어냈다. 수 백년 전 만든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이 마치 최신 악기처럼 세련된 모습이다. 대체로 클래스 A처럼 피어오르는 고역은 아니지만 클래스 D 증폭에서 느껴지는 비인간적이고 냉정한 소리도 아닌 그 중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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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베를린 필 – 그리그 : 페르귄트 모음곡 중 4악장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뛰어난 섬세한 약음부터 강음까지 적절한 폭으로 부드럽게 소화해낸다. 리모컨으로 조정해보면 소폭으로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볼륨 스텝, 작동 유연성은 무척 감탄스럽다. 무대를 그리는 능력이나 정위감, 포커싱은 탁월하다. 특히 SAM 적용 이후에 변화가 드라마틱한데 유닛의 스피드, 위상 정렬 효과가 빛을 보는 모습이다. 드비알레에선 저역 응답이 락포트 테크놀로지스에서 밝힌 28Hz보다 훨씬 더 낮아진 17Hz까지 떨어진다고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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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드비알레는 현재 올인원 네트워크 앰프 형식을 가장 진보적으로 구현했던 브랜드다. 그 주인공인 익스퍼트 시리즈로서 지금 생각해보면 무려 10년도 더 이전에 이러 컨셉의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ADH 증폭 기술과 스위칭 전원부 및 다양한 기능을 한 몸에 담은 모습은 지금 보아도 여전히 진보적이다. 드비알레는 오디오 분야가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현재의 우리에게 옅은 미소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익스퍼트 시리즈 중 140 Pro는 과거의 드비알레가 현재의 우리에겐 메타포이자 현 시점에서도 하이테크 올인원으로서 우리를 미래로 이끌 예언자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수입원 : 오드(ODE)
제품 문의 : 02-512-4091
공식 소비자 가격 : 12,0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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