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교체는 상당히 많은 변화를 준다. 예전에 진공관 앰프를 한창 많이 사용할 때는 이베이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진공관을 주문해 사용해보곤 했다. 그 재미에 빠지면 한동안은 케이블이나 튜닝 액세서리를 쳐다도 보지 않게 된다. 그 변화폭이 무척 크기 때문. 항상 트랜지스터보다는 진공관 앰프가,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 분야가 뭔가 변화를 주었을 때 그 음질적 변화폭이 크다. 태생이, 본질이 아날로그라서 그런 듯.
최근 캐리 SLI-80 시그니처 진공관 앰프를 들이고 뭐부터 바꿔볼까 하다가 진공관 초식, 초단부터 바꿔보았다. 진공관은 뮬라드 ECC88. 진공관을 바꿔보려고 앰프에서 원래 꼽혀 있던 진공관을 빼보니 초단은 6h23n, 드라이버는 6h8c이다. 원래 모두 번들관은 러시아 소브텍인 줄 알았는데 아마도 전 주인이 튜브 롤링을 조금 한 모양이다. 어쨌든 초단을 교체하고 소리를 들어보니 확실히 뮬라드 소리다.
ECC88, 6922, 6DJ8 등 일군의 쌍삼극관들의 소리는 상당히 익숙하다 예전에 다양하게 사용해본 오디오 리서치 프리앰프들이 이 진공관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 버글보이나 실바니아, 지멘스 등 여러 진공관을 써보았는데 뮬라드가 확실히 고급스럽고 편안한 소리가 난다. 특히 중역대가 약간 도톰하면서 윤기가 흐르는 소리. 뭐랄까 좀 더 품격 있는 느낌으로 변화한다. 다음엔 정류관을 바꿔봐야겠다. 5U4(CV729)라는 형번의 진공관인데 아주 고가는 아닌 듯한데 RCA나 스베틀라나 같은 관을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