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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액티브 스피커에 방점을 찍다

라이라복스 Karlo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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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스피커 전성시대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발전과 클래스 D 증폭 기술의 발전이 하이파이 오디오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일단 축소, 축약의 시선에서 볼 때 이젠 많은 각각의 콤퍼넌트들이 자유롭게 이합집산이 가능해졌다. 가령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앰프를 결합할 수 있게 되었다. 때론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프리앰프 혹은 포노앰프까지 내장되기도 한다. 갈수록 프리앰프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한편 인티앰프가 아닌 파워앰프에 프리앰프 겸 네트워크 플레이어 직결이 가능해지고 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프리앰프의 불편한 동거도 있지만 일부 브랜드는 기존 프리앰프의 성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구비해놓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

KARLOS scenario loft

한편 스피커 또한 이 대열에 합류해 과거 앰프만 내장하던 형태에서 더 나아가 네트워크 플레이어까지 흡수하고 있다. 앰프를 내장한 액티브 스피커는 노이즈 및 발열 그리고 무거운 무게와 일정 이상의 크기 때문에 스튜디오 액티브 외엔 약간 홀대받았던 걸 생각하면 커다란 진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 중에선 케프가 독보적이며 이 외에 다인오디오, 달리, 부차르트, 시스템오디오가 참신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 액티브 스피커에 대한 대중의 흡수력을 매우 빨라 케프 LS50, LSX는 최근 몇 년간 분리형 하이파이 시장의 수요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하이엔드 메이커들도 이 분야에 조심스럽게 진입 중이다. 기함급 크기와 매우 고가의 유닛 및 부품들을 투입하는 그들 또한 내부에 앰프와 복잡한 DSP를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클래스 D 및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술을 진화 덕분이다. 예를 들어 YG 어쿠스틱스는 Vantage Live를 통해 벨칸토와 협업, 초고해상도 액티브 스트리밍 스피커를 개발, 출시했다. 스위스의 골드문트는 이전부터 Melos, Prana, Gaia 등을 출시하면서 액티브 스피커를 미래의 앞당기려 노력했다. 최근엔 Asteria, Rhea, Theia 등을 통해 신세대 하이엔드 무선 액티브 스피커의 전성시대를 하이엔드 오디오 영토에 뿌리내리려하고 있다. 한편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총아 매지코 또한 하이엔드 액티브 스피커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라이라복스 라인업

미래를 예견한 라이라복스

최근 만난 독일의 라이라복스를 살펴보면서 놀랐던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들은 액티브 스피커를 개발, 출시하고 있었다. 스튜디오 모니터가 아닌 가정용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스피커를 말이다. 이미 기존엔 Karlsson과 Karlos에 대해 리뷰하면서 라이라복스가 추구하는 설계, 아키텍쳐와 기능 그리고 사운드에 대해 심도 깊게 알아본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배제하고 오직 패시브 스피커에 내장 앰프를 결합해 액티브 스피커로서 성능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독보적인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음질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파라매트릭 EQ 등을 추가하고 내부에 고품질 프리앰프를 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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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lotta

최근 다시 라이라복스를 만났고 이번엔 기존에 리뷰를 진행했던 모델보다 한 단계 높은 플로어스탠딩 형태의 Karlotta라는 모델이다. 이 스피커는 일단 총 세 개의 인클로저 안에 유닛을 나누어 수납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각 유닛들이 생성해내는 진동이 서로 간섭해 소리를 탁하게 만드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한편 인클로저 배플은 옆에서 보면 일정한 각도로 각 챔버가 기울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이엔드 스피커를 많이 다루어보았다면 알 법한 설계인데 각 유닛의 소리 출발점은 유사하게 맞추어 음파가 청취자의 귀에 도달하는 시간을 동일하게 일치시키기 위한 설계다. 당연히 위상, 시간축 반응 특성이 뛰어나며 포커싱, 정위감 상승에 기여하는 인클로저 디자인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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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한 유닛은 하위 모델과 공통적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일단 트위터는 아큐톤 CELL 버전을 사용해 고역 성능을 최대로 뽑아내고 있다. 아큐톤 유닛은 고역 해상도는 물론 초고역까지 롤-오프 없이 선형적인 주파수 특성을 내주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그 성능을 스피커에 최적화시키기 힘든 유닛이다. 라이라복스는 이 30mm 아큐톤 CELL 트위터를 통해 최대 어마어마한 고역 한계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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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 기존 모델에서도 체험한 바 있었지만 라이라복스는 디퓨저 필드 트위터(Diffuse field tweeter)라는 개념 하에 AMT L50라는 트위터를 탑재하고 있다. 사실 이런 트위터는 일부 하이엔드 스피커에서만 볼 수 있는 설계 개념으로 일종의 앰비언스 트위터라고 볼 수 있다. 트위터에서 담당하는 고역 이상의 초고역을 내고 싶지만 메인 트위터에게 부담이 되며 실제 그 대역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에 적용한다. 또한 방향을 대체로 인클로저 후방에 배치해 앰비언스, 그러니까 녹음한 공간의 어쿠스틱 특성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해주기 위해 적용한다. 라이라복스는 이번에도 초고역 재생에 탁월한 AMT L50 트위터를 사용해 고역 한계를 무려 42kHz까지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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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 저역을 표현하기 위한 라이라복스의 독특한 방식을 살펴보자. 우선 트위터의 상/하 대칭으로 중, 저역 재생을 위해 아큐톤 C173라는 7인치 아큐톤 유닛을 채용하고 있다. 일종의 가상 동축, 즉 MTM 방식을 구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동축의 강점인 시간축 일치, 위상 일치 등의 부가 이득을 거두려는 설계로 보인다. 한편 우퍼를 별도로 하나 더 추가하고 있는데 바로 맨 하단 인클로저의 후방에 위치해 있다. 구경은 무려 10인치로 스캔스픽에 특주해 만든 유닛이며 알루미늄 진동판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써 저역 한계는 초저역 하단인 24Hz까지 낮추고 있다. 여러 모로 꽤 독특한 구성이며 이로써 한 쪽 채널당 무려 다섯 개의 드라이브 유닛을 투입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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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Karlotta 내부엔 채널당 총 세 개의 클래스 D 앰프를 내장했다. 사용한 모듈은 현재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각광받고 있는 하이펙스 Ncore로서 4세대 버전이다. 출력은 채널당 무려 600와트, 양 쪽 채널을 합하면 1200와트라는 대출력이다. 세 개의 클래스 D 앰프를 통해 멀티 앰핑을 구현하는 초강수를 둔 것. 여기에 더해 내부에 디지털 DSP를 마련해 프리앰프 및 디지털 크로스오버를 구성하고 아날로그, 디지털 입력을 받아 처리 후 마스터 채널 스피커에서 슬레이브 채널까지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입력단은 RCA, XLR은 물론 동축, 광, AES 등 다양하다. 다만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내장하진 않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어 혹은 DAC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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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청음은 라이라복스 공식 수입원인 ‘오드 메종’ 본사에서 진행했다. 꽤 넓은 공간에 셋업되어 있어 Karlotta의 성능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어쿠스틱 룸 튜닝이 세밀하게 되어 있는 곳은 아니었다. 실제로 라이라복스는 25-120m2 정도의 다양한 공간에서 가능한 자유롭고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스피커를 설계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매칭한 기기는 링돌프의 TDAI-1120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부문만 사용해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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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는 확실히 중대형기인만큼 기존에 테스트했던 모델보다 상하로 넓게 확장되어 있어 거침 없이 탁 트여 있다. 예를 들어 아오이 테시마의 ‘The rose’를 들어보면 대역 밸런스는 훌륭한 편이며 모난 데 없이 모두 밀도 있게 꽉 찬 소리를 내준다. 특히 중역과 고역은 상당히 치밀한 모습으로 아큐톤 CELL 트위터의 특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마치 껍질을 벗겨낸 듯, 장막을 걷어낸 듯 섬세하고 예리한 모습. 더불어 가상 동축 설계로서 포커싱이 또렷하며 보컬과 피아노 등 단출한 구성에서도 무대를 매우 넓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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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역 성능은 어느 스피커나 콤퍼넌트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역이다. Karlotta의 경우 아큐톤 유닛을 트위터와 미드 베이스에 투입해 일단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를 정확히 맞춘 모델이다. 얀 가바렉과 힐리어드 앙상블이 연주한 ‘Parce mihi domine’를 들어보면 고역 너머까지 어색한 구석 없이 말 그대로 쭉 쭉 올라간다. 소리가 인클로저에 머물러 달라붙지 않고 완전히 자유롭게 방사되어 공간을 소리로 메운다. 이런 측면에서 탁 트인 공간감이 일품인데 단순히 아큐톤 트위터만의 능력은 아니다. 바로 상단의 AMT 트위터가 마치 이 녹음이 진행된 높은 천정고의 공간을 더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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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역동적인 리듬감, 비트를 느껴보기 위해 몇 곡을 들어보았는데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가 제 격이었다. 소니 롤린스의 테너 색소폰은 아큐톤 유닛의 힘을 빌어 서늘하면서도 밀도 높은 블로윙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호흡도 섬세하게 그려내어 생동감 넘치는 소리다. 한편 더그 왓킨스와 맥스 로치가 주고받는 리듬 섹션은 빠르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 정도. 하지만 셋업 측면에선 후방 벽과의 거리를 충분히 둘 필요가 있다. 무려 10인치 우퍼에 별도의 파워앰프가 제동하는 저역은 예상보다 양감, 펀치력이 높은 편이다. 고성능인만큼 그에 걸맞은 세팅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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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주 들어본 대편성 관현악을 들어보면서 사운드 스테이징 측면을 체크해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조성진과 유럽 실내 관현악단이 함께 한 ‘모차르트 : Piano Concerto No.20 in D minor, KV 466 – I. Allegro’이 대표적이다. 확실히 각 유닛을 별도의 파워앰프가 제어하는 멀티 앰핑 방식이며 대출력 제동이기 때문에 고역부터 저역까지 충분한 파워, 그리고 해상력과 함께 선명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각 악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특히 전/후 거리 표현, 즉 심도가 높아 아큐톤 유닛을 채용했지만 피로감은 높지 않은 편이며 어느 위치에서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즐기기 좋게 튜닝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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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이 스피커뿐만 아니라 라이라복스의 스피커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HFD, 즉 하이펙스 필터 디자인이다. 마스터 스피커에서 노트북이나 PC를 USB 케이블로 연결한 후 HFD 프로그램을 켜서 내부 DSP 설정을 열람할 수 있고 세부 세팅을 조정할 수도 있다. 측정 프로그램까지 제공하진 않지만 REW 등 별도의 측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설치 공간의 룸 어쿠스틱 특성을 분석한 후 이를 기반으로 주파수, 시간축 특성 등을 보정 가능하다. 룸 보정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디락 라이브나 링돌프의 룸퍼펙트처럼 개인이 하기엔 쉽지 않으므로 구입자에 한해 수입원에서 직접 인스톨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진행하면 Karlotta의 사운드는 더욱 완벽해진다.

결론적으로 라이라복스의 설계 기법과 유닛, 내부 소자, 전체 인터페이스는 탁월하다. 앞으로 네트워크 플레이어까지 내장이 된다면 더 완벽해지겠지만 지금 상태로도 심플한 구성에 최고의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있어 이만한 완성도를 지닌 액티브 스피커를 찾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만일 내가 액티브 스피커 시스템을 구현한다면 라이라복스를 심각히 고려할 것 같다. 편리한 액티브 스피커는 많지만 성능까지 담보되는 하이엔드 액티브 스피커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수입원 : 오드(ODE)
가격 : 43,900,000원
제품 문의 : 02-512-4091
청음 예약 : https://bitly.ws/366ac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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