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앰프의 설계 공식
디지털은 축소의 미학이다. 얼마나 작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담느냐의 싸움이다. 크게 보면 네트워크 렌더러와 DAC 그리고 앰프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자세히 보면 다양한 기능과 물리적 인터페이스가 빼곡이 하나의 섀시에 담겨 있다. 디지털 입력과 출력 그리고 아날로그 입력 및 출력. 때로는 포노앰프까지 내장된다면 더 좋다. 네트워크 플레이어 부문에선 UPnP/DLNA, 룬에 대응하면 좋고 구글 크롬캐스트까지 내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에어플레이와 블루투스 등 무선 프로토콜은 기본이다. 외부 기기와 연동을 위해 USB, 동축, 광 등 디지털 입력을 받는다면 확장성 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더불어 요즘엔 TV와 연동도 중요해졌다. 이는 HDMI ARC 입력단을 통해 가능해진 상황이다.
작은 사이즈에 다양한 기능 및 그에 상응하는 하드웨어 설계를 우겨넣으려면 모든 회로는 물로적은 작은 용적의 PCB 보드와 전원부를 갖출 필요가 절실하다. 커다란 트랜스포머를 넣으면 일정 이상 사이즈를 줄이기 힘들어지고 발열도 문제가 된다. 결국 클래스 D 증폭이나 풀 디지털 증폭 및 SMPS 전원부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가장 적합한 증폭 과정에 일체의 아날로그 체인이 존재하지 않는 풀 디지털 앰프가 가장 효율적이다. 그렇다. 결론은 최대한 성능에 타협하지 않으면서 작동 효율은 최대화하는 것인 관건이 된다.
이런 앰프들의 강점이라면 입력된 디지털 신호를 디지털 도메인 안에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디지털 이퀄라이저를 통해 최종 증폭 이전에 변형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입장에선 과거 아날로그 이퀄라이저가 아주 작은 칩셋 안에 들어가는 마법이 펼쳐진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엔 디락 라이브 같은 공간 음향 보정 소프트웨어를 추가할 수도 있다. 잡다한 일상의 환경에서 소리가 변형되고 시간축이 뒤틀리면 발생하는 왜곡을 최대한 보정해 보다 깨끗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커다란 돈을 들여서 룸 튜닝을 하지 않더라도 꽤 많은 보정이 소프트웨어로 해결된다. 이 정도가 현재까지 진화된 네트워크 앰프의 설계 공식일 것이다.
네트워크 앰프에 대한 링돌프의 대답
여기 또 하나의 가장 진보적인 네트워크 앰프가 탄생했다. 이름은 TDAI-1120으로 TDAI-3400보다 하위 모델이지만 덴마크 링돌프 오디오가 출시한 가장 최신예 네트워크 앰프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앰프를 채용했으며 USB는 제외되었지만 광, 동축 입력을 받는다. 아날로그 입력단은 RCA 두 조를 마련해놓고 있는데 한 조의 일반적인 라인 레벨 입력이며 또 하나는 MM 전용 포노 입력이다. 외부에서 CD 플레이어 등 라인 출력이 가능한 제품 또는 턴테이블을 바로 연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프리 아웃 한 조를 지원하므로 파워앰프나 액티브 스피커에 매칭해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프리앰프로 활용 가능하다. 더불어 USB 메모리 재생이 가능하며 HDMI ARC 입력단을 구비하고 있어 TV 등 영상기기와 연동이 가능하다.
한편 이더넷 및 와이파이에 대응하며 UPnP/DLNA를 지원하므로 다양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해 간단히 고음질 음원을 즐길 수 있다. 물론 ROON 레디 제품으로서 ROON 사용자들은 더욱 환영할 만하다. 몇 년 전 단종 되어 아쉬움이 많았던 크롬캐스트도 내장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에어플레이 2 그리고 블루투스도 모두 대응하므로 그저 핸드폰만 있으면 무척 간단하게 일상을 음악으로 물들일 수 있다. 리모트 컨트롤은 기본 제공하는 리모컨 외에 세팅을 위한 웹 리모트 그리고 스마트 기기에서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는 링돌프 전용 리모트 앱이 추가로 지원된다.
앰프 부문으로 눈을 돌리면 풀 디지털 체인에서 증폭이 이뤄진다. 중간에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 후 증폭될 경우 변환시 생길 수 있는 왜곡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부분에서 링돌프 오디오는 준비된 브랜드였다. 과거 그리폰, NAD 같은 완성형 오디오 제조사를 인수, 투자해왔던 그들이지만 이 외에도 택트 오디오, 스넬 등 독보적인 특허 기술을 가진 오디오 메이커를 인수하면서 기술적 자양분을 꾸준히 축적해온 그들이다. 이미 오래 전 현재와 같은 오디오 트렌드를 예견이라도 했던 듯 선견지명이 있었다. 달리 같은 메이커를 설립한 장본인이 바로 링돌프의 대표 피터 링돌프며 NAD M33, M23에 탑재해 파란을 일으켰던 아이겐탁트 클래스 D 증폭 모듈 제조사 퓨리파이의 공동 창립자 중 하나도 피터다.
피터 링돌프의 예견을 딱 맞아떨어졌고 이제 그 기술을 하나하나 뽑아 쓸 차례다. 예를 들어 TDAI-1120의 증폭에 이퀴비트(EQUIBIT)라는 풀 디지털 증폭 기술을 채용했는데 이는 택트 오디오가 개발한 독보적 기술이다. 이를 통해 본 제품은 8옴 기준 60와트, 그리고 임피던스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4옴에선 정확히 두 배인 120와트 출력을 보장한다. 네임오디오 같은 브랜드처럼 저출력으로 설계했지만 임피던스 하강에 따라 정확히 두 배의 선형적인 출력을 내주는 부분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끝이라면 아마도 링돌프는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설계 방식은 다르지만 기능 면에서 이정도 면모는 많은 경쟁 기기들이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특별한 기능이 하나 더해진다. 바로 ‘룸퍼펙트(RoomPerfect’라는 소프트웨어 엔진이다. 이 기능은 일반적인 청음 환경이 무향실이나 음향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일상생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측정 데이터가 설득력이 부족한 이유이기도 한데 아무리 뛰어난 측정치를 가진 기기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청음 환경에선 흡음과 반사 비율 및 시간축 딜레이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룸퍼펙트는 이러한 비균질적인 청음 공간의 룸 어쿠스틱 환경으로 인한 소리의 왜곡을 최소화시켜준다.
디락 라이브 등 몇몇 회사에서 개발한 룸 어쿠스틱 보정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룸퍼펙트의 성능은 놀랄만하다. 상당히 오랫동안 개발해오면 축적된 기술 덕분에 활동 방법도 수월하고 그 효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기본적으로 측정 마이크 및 스탠드도 모두 제공하며 이를 활용해 안내에 따라 측정 후 이 데이터를 입력 후 자동으로 보정된 신호를 출력해주는 방식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디락 라이브처럼 디락 앱으로 데이터를 받은 후 하드웨어 쪽으로 보내주는 등 중간 프로세스 없이 바로 링돌프에 적용해 룸 어쿠스틱 환경으로 인한 음질적 훼손을 보정해줄 수 있다.
청음
이번 테스트는 매우 간단한 시스템으로 진행했다. 그도 그럴것이 링돌프 TDAI-1120이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앰프가 모두 내장된 제품이니 스피커 외에 컴포넌트가 필요가 없다. 다만 필자의 경우 ROON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 웨이버사 Wcore를 ROON 코어로 활용했다. 스피커는 락포트 Atria의 경우 저역 제어가 쉽지 않아 리바이벌 오디오 Sprint 3 북셀프 스피커를 사용해 테스트했음을 밝힌다. 이 외에 케이블은 와이어월드 스피커케이블 및 파워케이블 등을 사용했다.
링돌프 TDAI-1120을 다루는 것은 무척 쉽고 그 반응 속도로 빠른 편이다. ROON 리모트 앱에서 제품을 활성화시키면 바로 음악 재생이 가능했다. 우선 전반적인 밸런스는 살짝 올라와 있어 무척 화사하고 상쾌하게 들린다. 예를 들어 켈리 스윗의 ‘We are one’을 들어보면 북셀프 스피커를 대단히 커다란 플로어스탠딩을 착각할 정도로 넓은 무대를 펼쳐낸다. 좌/우 채널 분리도는 확연히 표현해주면 전체 대역 중 어느 한 쪽으로 몰린 구석이 없이 반듯하게 재생해낸다. 보컬의 딕션이 또렷해 가사 전달도 확실하며 치우친 구석 없이 상쾌하게 뻗어나간다.
이 모델의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아마도 스피드와 힘의 완급 조절, 그리고 그로 인한 리듬감과 강력한 추진력일 것이다. 예를 들어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Take the power back’을 들어보면 시작부터 어택이 매우 빠르다. 당김음 표현이나 리듬 변화에 매우 기민하게 반응해주니 이런 록 음악 듣는 일이 절대 지루할 틈이 없다. 더불어 힘의 완급 조절이 선명하며 그에 더해 스피드가 훌륭해 앞으로 치고 나가는 추진력이 높은 편이다. 아주 굵은 볼드체보단 이탤릭체 글씨를 연상시키는 소리라서 부담감이 없이 가볍고 힘찬 풋웍이 인상적이다.
배경은 맑고 깨끗하며 군더더기가 없어 담백하며 동시에 상쾌하게 들린다. 예를 들어 오스테르하위스의 ‘Human nature’를 들어보면 단순한 보컬에 어쿠스틱 기타 구성이지만 각각의 소리가 선명하게 분리되어 들린다. 밝고 어두운 부분의 경계가 명확하다. 그라데이션이 아주 세밀하게 펼쳐지진 않지만 경계 구분이 명료하며 어떤 색상 같은 것이 끼어 들 틈이 별로 보이지 않는 소리다. 잔향을 길게 늘어뜨리며 고유의 온기나 끈기, 착색을 만들어내기보단 음원에 담긴 사운드를 최대한 정확하게 내주는 스타일로 판단된다. 스피커 감도가 아주 낮은 스피커보단 적당히 능률이 보장되는 스피커와 좋은 매칭을 보일 듯하다.
무대는 제법 넓게 펼쳐놓는다. 이전에 상위 모델 TDAI-3400에서도 느꼈지만 모두 디지털 도메인에서 이뤄지는 입력, 증폭, 출력 과정은 모든 음원의 디지털 특성들이 그대로 반영되어 가감 없는 사운드 이미지를 연출해준다. 당연히 룸퍼펙트 성능이 이를 더 보정해주기 때문에 더더욱 실제 마스터 음원의 민낯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 예를 들어 조성진과 유럽 실내 관현악단이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들어보면 각 악기들이 혼잡하게 섞이지 않고 정확한 위치에 도열하다. 아주 깊고 우람한 저역보단 탄탄하고 간결한 중, 저역을 들려주며 잔향 시간이 짧아 깔끔하고 명료하게 떨어지는 음색의 관현이 또렷하게 조망된다.
총평
덴마크를 넘어 유럽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부 피터 링돌프는 언제나 깊은 혜안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와 일해왔던 인물이다. 때론 무모한 도전도 있었고 때론 미래를 내다본 결단 그리고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인수, 투자를 통해 각 브랜드의 강점을 융합하는 등 굉장히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링돌프를 통해 그리고 스타인웨이 손스와 함께 스타인웨이 링돌프로 일가를 이루었다. TDAI-1120은 작은 네트워크 앰프지만 이전에 걸어온 링돌프의 모두 혜안과 기술이 집약된 작품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앰프의 성공공식을 충실히 갖춘 모델로서 현재 가장 경쟁력 높은 모델 중 하나로 판단된다. 링돌프의 역사가 집약된 TDAI-1120의 봉인이 드디어 해제되었다. 일청을 권한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공식 수입원 : 오드(주식회사 디아이)
제품 문의 : 02-512-4091
공식 소비자 가격 : 3,69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