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감상하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룸 어쿠스틱 환경과 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음악이라는 소리 에너지를 완성도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그 중 전기는 좀 간과하기 쉬운 분야다. 전기라면 다 똑 같은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 또한 음악 감상 공간에서 전기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건 오디오라는 취미를 시작한지 몇 년 지나서다.
전원의 중요성을 인지한 후 전원 장치를 참 여러가지 써본 듯하다. 차폐트랜스, AVR부터 이런 저런 기술이 투입된 멀티탭 그리고 다양한 소재와 굵기, 설계의 케이블 등등. 하지만 해소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바로 그 전단계다. 배전반부터 벽체 콘센트가 그 부문인데 이 쪽은 사실 일반 가정집에서 건드리기 쉽지 않다. 전기 관련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에게 요청해야 하고 천정 등 이미 매립된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케이블로 배선작업을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정이나 벽 일부를 뜯어야 하는 등 일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자재 비 및 공사비 등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공임 정도야 괜찮지만 배선재도 따로 구입하고 차단기도 좀 더 좋은 것. 벽체 콘센트도 오디오 전용으로 나온 걸 구입하다 보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왕 시작했다면 끝을 봐야 하는 성미라 결국 일을 벌여 전기 공사를 진행했다. 배전반에서 오디오 전용 차단기를 설치하고 LS 전선 4SQ 규격 케이블 세 줄로 배선 작업을 했다.
배선 작업은 배전반에서 출입문을 지나고 이후 천정을 타고 간 후 다시 오디오가 세팅 된 반대편 벽으로 내려오게 하는 걸 목표로 진행했다. 다행히 천정에 설치된 조명이 여러 개라 조명을 뺀 후 케이블을 끌어올 수 있었다. 이후 반대편 벽 안쪽으로 매립해서 벽체까지 끌어내리려 했는데 벽 안 쪽으로 배선하다가 중간에 길이 막힐 수 있다고 해서 쫄대를 사용해 벽 바깥쪽으로 배선하고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벽체 콘센트는 미리 구입해 놓은 파워텍 벽체 콘센트를 사용했다. 내가 가장 신뢰하는 콘센트라서 성능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는데 작업해보니 일단 내구성, 만듦새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설치 자체가 매우 쉽게 설계되어 있었다. 확실히 전원 관련 제품만 평생 연구하고 만들어온 파워텍이라 사용자 입장을 잘 알고 만든 모습이 역력하다.
아무튼 모든 작업을 마치고 오디오 기기들의 전원을 일제히 올렸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놀랍다. 뭔가 장애물에 막혀 있던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약간 소란스러울 정도로 소리가 삐죽삐죽 마구 터져 나온다. 말 그대로 통쾌한 느낌인데 조금 공격적이고 가공이 안된 듯한 소리. 계속 더 테스트해봐야겠지만 이게 원래 왜곡되지 않은 본래의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럼 지금까지 들었던 소리는 무엇인지 다시 의문이 든다. 약간 혼란스럽다.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겠지만 피아니시모, 포르티시모, 피지카토 등 클래시컬 음악부터 헤비메탈까지 셈, 여림 대비를 통한 다이내믹스도 상당 부분 상승한 모습이다.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