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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텍 방문

powertech office

한창 오디오라는 취미에 발을 들여 고군분투하던 시절이었다. 한겨울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새로 구입한 파워앰프를 세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리를 잡고 가슴을 졸이며 대출력 파워앰프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아마도 이 순간이 오디오라는 취미의 알파요 오메가일지도 모른다. 모아왔던 비상금을 아낌없이 투자해 앰프를 바꾸고 기대했던 소리가 나올지, 매칭에 대한 나의 예상이 빗나가진 않을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전원을 올리는 순간 소리나 매칭은 고사하고 앰프에 험이 뜨며 시쳇말로 ‘난리 부르스’ 상황이 펼쳐졌다. 사람은 역경을 겪으면서 성장한다지만 이따위 오디오 하나도 정말 쉽게 되는 게 없다. 접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혹은 전원 케이블 단말처리가 제대로인지. 프리앰프와 인터케이블 접속은 문제가 없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체크해보았지만 좀처럼 원인을 찾기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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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의 의외로 간단했다. 며칠간 고민 끝에 맑은(?) 전원을 공급해준다는 전원장치를 구입했다. 그리고 험은 씻은 듯 사라졌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최근 구입하고 듣지 못했던 음반을 연신 갈아 끼우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음질로 음악을 즐겼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아마도 메인 전원의 품질이 문제였으리라. 특히 나 이외에 당시 공동 주택의 어떤 집에서 전기장판을 사용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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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만났던 전원 장치가 여렷 있었다. 부산의 크리스탈오디오, 그리고 방문해본 적은 없지만 유진 어쿠스틱스라는 업체들이 생각난다. 모두 차폐 트랜스를 만들던 업체들.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여전히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살아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업체를 만났다. 바로 파워텍이다. 국내에서 오디오용으로 쓸만한 AVR이란 차폐 트랜스가 거의 전무했을 때부터 다양한 전원장치와 전원 케이블을 생산, 공급해온, 자랑스러운 토종 국내 제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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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파워텍은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 적용하는 전원장치만 만들진 않는다. 산업 전반에서 정밀하고 깨끗한 전기가 필요한 곳에 두루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소나 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AVR, 차페 트랜스 같은 장치 외에 멀티 콘센트, 전원 케이블, 오디오 셀렉터 등 전원 관련 장비는 거의 다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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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청실 전원 공사를 앞두고 여러 자재들을 구하러 다니고 있는데 파워텍에서 새로 출시한 벽체 콘센트를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베커(Berker) 콘센트를 사용해 만들었는데 첫 눈에 이거다 싶은 생각에 직접 제조사까지 찾아간 것. 파워텍 대표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무실 구경도 겸했다. 과거에 내가 기억하던 파워텍이 아니었고 신제품들이 여럿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벽체 콘센트와 한 번 들어보라고 건네주신 신형 파워케이블을 들고 돌아왔다. 전기란 무엇인가 여쭈었더니 ‘오디오에서 좋지 않은 전기는 마치 오염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표님과 대화에서 기억에 남는 한 마디는 평범해보이지만 비범했다.

http://www.powert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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