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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횡단한 B&W 사운드의 이정표

B&W 801D4 시그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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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게 헌정하다

이번엔 조금 특별한 스피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바로 영국 하이파이 스피커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B&W의 시그니처 에디션이 그 주인공이다. 여러 브랜드에서 종종 시그니처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에디션을 출시하곤 한다. 그러나 각 브랜드마다 그 안에 새기는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특정 모델의 독창적인 한정 모델일 경우도 있으며 해당 브랜드의 설립을 기념하는 에디션으로 기획되어 출시되기도 한다. 때로 SE라는 이니셜이 붙기도 하는데 이는 스페셜 에디션으로 시그니처와 조금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

B&W 같은 경우 시그니처 에디션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해 내놓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지향점이 남다르다. 예를 들어 설립 25주년을 시작으로 30주년, 4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모델들이 있었고 설립 기념이 아닌 오직 몇 개 모델에 대한 특별한 에디션으로 내놓은 모델도 있다.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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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놓은 첫 번째 시그니처 모델은 1991년에 출시된 실버 시그니처 25라는 모델이다. 1966년 설립된 B&W이니 25주년 기념이다. 아쉽게도 설립자 중 한 명인 존 바워스는 1987년 암으로 사망한 이후였다. 첫 번째 시그니처 모델은 바로 존 바워스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서 엔지니어링 팀이 존 바워스의 철계 철학과 헌신 등 모든 것을 담아낸 것이었다. 존 바워스의 죽음은 그가 이끌던 엔지니어 팀에 커다란 충격이었으며 실버 시그니처는 그 헌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1993년 B&W는 전무후무한 현대 하이엔드의 상징 노틸러스를 출시한 것이 그 증거다.

실버 시그니처는 5년 후 다시 한 번 출시된다. 실버 시그니처 30이라는 이름으로 구분하는데 이 때 스피커는 플로어스탠딩 형태로 형식을 바꾼다. 아무튼 당시 실버 시그니처는 이전의 매트릭스 시리즈를 몇 단계 뛰어넘는 성능과 디자인으로 전 세계 오디오파일은 물론 설계 엔지니어들을 고무시켰다. 비용을 아끼지 않고 드라이브 유닛과 인클로저, 내부 소자 구성에 최선을 다했으며 이는 B&W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스피커 설계 이론을 진화시켰고 R&D 결과물들이 축적되었는지 방증했다. 특히 네트워크를 인클로저 밖으로 분리하는 모험을 강행했으며 드라이브 유닛 뿐 아니라 스피커 터미널, 보이스코일, 커패시터 및 내부 배선에 이르기까지 은으로 도배하는 극단적 설계를 감행해 파장을 일으켰다.

BW 800 시리즈 변천사
800 시리즈의 진화

나 또한 실버 시그니처를 처음 듣는 순간 순은 케이블에서 느낄 수 있었던 고순도의 실키 사운드에 감동받은 바 있다. 지금도 좋은 상태의 실버 시그니처는 한 대 즈음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 이후 또 하나의 시그니처 에디션이 출시되는데 그것은 1998년 노틸러스 800 시리즈가 출시된 지 3년만인 2001년 내놓은 시그니처 805와 시그니처 800이 그 주인공이다. 이 또한 오리지널 버전에서 내부 소자 및 마감 등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진정한 시그니처란 무엇인지 오디오파일과 여타 브랜드에 레퍼런스의 영감을 주었다.

signature diamond

이후에도 시그니처 에디션은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특별한 만찬 같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2006년 B&W의 설립 40주년을 맞이해 B&W는 아주 특별한 시도를 감행했고 그 결과물은 시그니처 다이아몬드였다. 2005년 다이아몬드 1세대가 출시된 직후 B&W는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케네스 그랜지 경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완벽히 독창적인 스피커를 출시한 것이다. 이전과 달리 종전 스피커 인클로저 디자인과 연계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음향적으로 매우 뛰어난 설계를 취했다. 되레 초창기 DM6, 매트릭스 800을 디자인한 케네스 그랜지 옹의 창의적 디자인은 현재까지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이후에 긴 시간 동안 B&W는 시그니처 에디션을 출시하지 않았다. 2010년 다이아몬드 2세대의 출범을 알린 800 다이아몬드 2 그리고 2015년 800 다이아몬드 3 시리즈까지 시그니처 에디션은 무슨 일인지 출시되지 않았다. 800 다이아몬드 3 출시 이후 마감을 바꾼 프레스티지 에디션이 출시되었을 뿐이다. 이후 기억에 남는 시그니처 에디션은 하위 라인업인 700 시리즈에서 튀어나왔다. 705 시그니처 그리고 702 시그니처 에디션이 그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기술적 진화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함께 담던 800 시리즈 시그니처 에디션의 출시는 오랜 시간 요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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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D4 시그니처

그리웠던 시그니처 에디션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2023년 6월 즈음이었다. 아직 엠바고가 풀리지 않은 시점에서 접한 소식은 대단히 반가웠고 6월 28일 공식적으로 두 개 모델에 대한 시그니처 에디션 발표가 있었다. 역시 과거 B&W가 그래왔듯 북셀프 하나 그리고 플로어스탠딩 모델 중 최상위 모델 하나가 대상이었다. 바로 805D4와 801D4의 시그니처 에디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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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801D4 시그니처는 오리지널 801D4의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3웨이 4스피커 설계로서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사용하며 6인치 컨티늄 미드레인지를 장착하고 있다. 한편 저역엔 10인치 에어로포일 베이스 우퍼를 두 발 채용했다. 전체 인클로저 구성은 총 세 개의 캐비닛으로 나누어 각 주파수 재생을 담당하는 유닛에 할당하고 있다. 트위터는 테이퍼드 튜브 로딩 방식 알루미늄 튜브 안에 장착되며 D3 버전보다 후방 길이가 대폭 증가한 모습이다. 더불어 미드레인지는 터빈헤드에 담겨 있으며 하단 베이스 우퍼의 진동과 격리되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진동을 유발하는 베이스 우퍼 두발을 별도의 캐비닛에 나누어 담고 상단 터빈헤드와 최소의 접점만 유지하도록 면밀하게 설계했다.

새로운 베이스 우퍼 horz

이번 시그니처에선 우선 미드레인지 및 베이스 우퍼를 좀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마그넷을 업그레이드했고 전류 왜곡 개선을 위해 더욱 큰 벤트 홀을 생성하는 등의 업그레이드를 취했다. 이러한 드라이브 유닛 업그레이드는 향후 출시된 B&W 스피커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한편 이러한 유닛을 담는 그릇인 인클로저에서 진동에 민감한 부분의 설계를 변경했다. 바로 우퍼 인클로저와 미드레인지를 담은 터빈헤드 사이에 위치한 우퍼 모듈 상판 구조다. 알루미늄 상판에 일련의 기계 가공 구멍을 내서 공진 주파수를 변경했다.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의 가죽으로 장식된 플라스틱 구조물과 합체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엔 새로운 댐핑 소재를 넣어놓고 있는 모습이다. 기계적 소음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탑 플레이트 horz

인클로저에서 변화라면 또 있다. 바로 포트 부분이다. 801D4는 원래 하단 바닥면에 포트를 만들어놓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 방향 자체는 동일하다. 하지만 오리지널 버전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알루미늄 소재로 변경했다. 강성을 높이고 포트 출력을 높여주는 결과를 얻었는데 실제로 이런 식의 업그레이드는 여타 스피커 메이커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업그레이드 요소다. 이는 마치 유닛 주변 배플을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이끌어낸다. 포트 자체도 주파수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우퍼의 출력과 결합하면서 불필요한 피크를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재 변경만으로도 저음 응답 특성이 더 나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트위터 그릴 비교 오리지널 VS 시그니처
D4 VS D4 시그니처 그릴

트위터 부분의 그릴도 새롭게 바뀌었다. 그냥 보면 잘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릴 메시는 원래 ‘다윗의 별’이라고 불리는데 이 부분에서 그릴을 이루는 금속들의 두께가 더욱 얇아진 모습이다. 따라서 그 사이 공간이 더욱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무려 25회 이상 반폭 실험을 거쳤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고역 해상도와 공간감 등의 향상을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크로스오버 부문에서도 바이패스 커패시터를 업그레이드해 중, 고역 부분에서 특히 더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밸런스를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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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801D4 시그니처의 전체 주파수 응답은 +/-3dB 기준 최저 15Hz에서 28kHz에 이른다. 엄청난 광대역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공칭 임피던스는 8옴이며 최저 3옴까지 내려간다. 꽤 낙폭이 있는 편이다. 감도는 90dB(2.83Vrms, 1m 기준)로서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평균에 수렴하는 모습이다. B&W에서 발표한 권장 출력은 8옴 기준 50와트에서 1000와트로 상당히 넓은 출력 범위를 추천하고 있다. 이번 테스트에선 클라세 델타 프리앰프와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동원해 이 스피커의 능력을 최대한 뽑아보았다. 참고로 소스 기기는 린 Klimax DSM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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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D4 오리지널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들어보았다. 때론 오디오 전용 시청실에서 그리고 때론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이번에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중간 중간 약간 다른 면들도 포착되었다. 우선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는 나무랄 데 없었다. 예를 들어 사라 K의 ‘All your love’ 같은 곡에서 고역 끝에서 싱그러운 기타 울림이 느껴졌고 중역대 심도와 디테일을 더할 데 없이 꽉 차 있었다. 마치 녹음 현장에서 듣고 있는 듯 폭넓은 다이내믹스과 해상도, 정보량이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한편 고역 확산성이 증가되어서인지 약간 더 개방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귀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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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 깊이는 15Hz로 동일하다. 저역 부분에서 시그니처 버전이 오리지널과 다를 수 있는 요인은 두 가지로 일단 베이스 모듈 상판 설계의 변화 그리고 포트 소재의 변화다. 따라서 깊이가 더 깊다거나 양감이 증가하는 등의 변화는 없었다. 대신 저역의 품질이 약간 다르다. 예를 들어 핑크의 ‘Trouble’s what you’re in’ 같은 곡에서 저역이 무척 쉽게 방출된다. 확실히 자연스럽게 방출되면서 뭉친 느낌 없이 충분한 양감을 뿜어낸다. 델타 모노 파워앰프로 드라이빙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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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치 우퍼 두 발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초대형기가 아닌 경우 대형 우퍼를 채용하지 않는 가운데 10인치 우퍼 두 발을 채용한 801D4 시그니처는 확실히 대형 유닛의 강점을 가진다. 이 부분은 하위 모델인 802D4와 명백히 퍼포먼스, 규모를 가르는 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형 우퍼의 커다란 스케일, 포만감을 가지면서도 매우 정밀하고 기민한 반응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다프트 펑크의 ‘Doin’ it right’ 같은 경우 굼뜨거나 딜레이 되는 부분 없이 마치 농구공이 튀어 오르는 듯 탄력감 있게 질주하는 추진력을 잘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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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런 대형기를 가정에서 운용하려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대편성 음악을 마음껏 높은 볼륨으로 즐기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엔 커다란 스케일의 사운드 스테이징 그리고 헤드룸이 충분한 커다란 낙폭의 다이내믹스 표현이 있다. 오스모 벤스케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말러 6번, 1악장에서 801D4 시그니처는 끝 모를 다이내믹스로 광폭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러나 크고 우렁찬 사운드 이면에 정교한 다이내믹스 대비를 통해 정교하게 정돈된 사운드 스테이징을 선보인다. 볼륨을 높여도 소란스럽지 않은 이유다.

BW 801 D4 Signature California Burl Gloss

총평

시그니처 에디션은 B&W가 걸어온 숨가쁜 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그 동안의 R&D 결과를 모두 투입해 만든 상징적인 모델들이었다. 1991년 실버 시그니처부터 시그니처 805, 800 그리고 시그니처 다이아몬드까지 그 전통이 이어졌다. 하지만 무슨 일이어서인지 800 시리즈의 시그니처 에디션은 2001년 이후 그 명맥이 끊어졌다. 그리고 800 다이아몬드 4세대에 이른 올해 2023년에 시그니처 에디션이 등장했다. 무려 22년만이다.

현재까지 중요한 변곡점마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하면서 동시에 향후 미래 청사진과 비전을 제시했던 시그니처 에디션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리고 그것이 다이아몬드 4세대에 들어서야 출시된 것은 800 다이아몬드 전체 세대의 집약판임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음 800 시리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니, 아니면 이번 800 시그니처 에디션은 한 세대의 마지막을 암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튼 801D 시그니처는 음악과 함께 한 시대를 횡단한 B&W 사운드의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글 : 오디오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Size & weight
Dimensions
Height: 1221mm (48.1in)
Width: 451mm (17.8 in)
Depth: 600mm (23.6 in)
Net weight
100.60kg (221.8 lb)

Technical details

Technical features
Diamond tweeter
Solid Body Tweeter-on-Top
Continuum™ cone FST™ midrange
Anti-Resonance plug
Biomimetic Suspension
Turbine Head
Matrix™
Aerofoil™ Profile bass cones
Flowport™”

Description
3-way vented-box system

Drive units
1x ø25mm (1in) Diamond Dome high-frequency
1x ø150mm (6in) Continuum™ cone FST™ midrange
2x ø250mm (10in) Aerofoil™ Profile bass

Frequency range
-6dB 13Hz – 35kHz

Frequency response
15Hz – 28kHz ±3dB

Sensitivity
90dB spl (2.83Vrms, 1m)

Harmonic distortion
2nd and 3rd harmonics (90dB, 1m on axis)
<1% 30Hz – 20kHz
<0.3% 100Hz – 20kHz

Nominal impedance
8Ω (minimum 3.0Ω)

Recommended amplifier power
50W – 1,000W into 8Ω on unclipped programme

Max recommended cable impedance
0.1Ω

Finishes
Cabinet finishes
California Burl Gloss
Midnight Blue Metallic

Grille finishes
Black
Black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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