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보니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도 디자인을 꽤 보는 편이다. 예전엔 음질과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던 때도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디자인도 구입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간다. 그래서 오디오 관련 어워드 우승 작들도 종종 참조하지만 레드-닷 어워드 선정작들도 챙겨보는 편. 아쉽게도 하이파이 오디오 제품군은 그다지 눈에 많이 띄지 않지만 마샬 스피커나 페즈 오디오 진공관 앰프 신형 모델들, 엔리움 등은 그리고 드비알레 일부 제품들은 디자인만으로 일단 호감이 간다.
한편 하이파이 스피커 분야로 가면 바워스&윌킨스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실제 보았을 때 풍기는 귀족적이고 고급스러운 마감이 항상 눈길을 끈다. 클라세 또한 바워스&윌킨스 시절 모튼 워렌이 바워스&윌킨스의 노틸러스 디자인과 통일성을 고려해 디자인한 것이 현역 델타 시리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좀 더 과거로 올라가면 초창기 디자이너 케네스 그레인지도 떠오른다. 오라노트를 디자인한 그 인물이다. 브라운의 디터 람스야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이 외에 현존 브랜드 중 가장 잘 된 디자인 중 하나라면 마이클 영이 작업한 케프 스피커도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일 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리바이벌 오디오의 아탈란테 3 같은 경우도 디자인이 일단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아키, 아르노 쿠렌 부부가 설립한 A+A Cooren 디자인 하우스 작품. 원래 조명 전문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제품 디자인 및 가구, 인테리어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가면서 독특한 디자인과 직조 구조 및 문양 그리고 에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건 아르노 쿠렌은 프랑스 출신이고 부인 아키 쿠렌은 일본계여서인지 디자인 스타일이 일본과 노르딕 그 경계 어딘가에 있는 듯 보이기도 하는 등 독특한 감성을 자아낸다.
A+A Cooren의 디자인 감각은 아탈란테 3의 전면 무늬나 옆 면 각인 등에서도 드러난다. 마치 일본의 고풍스러운 레트로풍 감각이 돋보이는데 레이저로 에칭한 리바이벌 오디오의 로고가 정감이 간다. 사실 현대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멋진 디자인을 찾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나는 오래 전의 쿼드 3시리즈나 맨리, 캐리 디자인이 더 좋았다. JBL 파라곤까지 올라가면 너무나 환상이다. 요즘엔 오히려 다들 금속의 차갑고 우직한 느낌에 기계적인 느낌이 다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남성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같아선 가족들의 눈높이, 디자인 취향도 높아져 디자인도 제품 선택에 꽤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또 하나는 디자인과 함께 성능에 대해 고려한 부분을 스탠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탈란테 3는 전용 스탠드가 있다. 주변 지인이나 이 스피커 구입하신 분들이 종종 문의를 해오는데 스탠드는 아주 무겁진 않다. 약 5.6kg으로 높이가 599mm며 스파이크까지 채용하면 613mm 정도다. 상판은 150x210mm로 아탈란테 3에 최적화되어 있다. 한편 바닥면은 316x379mm로 상판보다 넓어 안정감을 높였다.
흥미로운 건 스피커를 구입하면 박스 안에 동봉되어 있는 고무 패드다. 아주 무르지도 않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데 꽤 강하고 가벼운 고무 패드가 있다. 이 패드는 전용 스탠드와 결합하면 매우 유용하다. 물론 책상이나 선반에 놓는다던가 시중에서 판매하는 타사 스탠드를 사용할 땐 스피커에 결합한 후 올려놓으면 좋다. 그러나 전용 스탠드가 있으며 스탠드와 나사로 완전히 결합할 수 있다. 스탠드는 무게나 소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구조적으로 잘 디자인된 것이 우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게만 앞세운 SMS보단 TAKT나 현재 사용 중인 마이너팩토리 같은 스탠드가 음질적으로 더 낫다. 그리고 가장 진동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방식은 스피커와 한 몸처럼 결합시키는 것이다. 나도 결국 이 스탠드를 구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탈란테 3를 작년에 구입하고 집에서 음악을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와중에 SAL i5, 서그덴, 패스랩스, 바쿤 그리고 최근엔 일렉트로콤파니에, 오디아플라이트, 골드문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매칭도 해보면서 즐겼다. 그리고 하나 같이 이 스피커로 음악을 즐기면서 보고 있으면 와인이 당긴다. 고풍스러운 색상과 에칭 등 곳곳에 스며든 레트로 디자인 덕분일까? 음악을 들으면 뛰어난 밸런스 위에 빼어난 해상도와 매력적인 음색 등 개성이 넘치는 현대적 고해상도 북셀프 스피커지만 외관만 보면 영락없이 빈티지 스피커 같은 느낌이 대조된다.
바로 그런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대조가 이 스피커의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와인을 당기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최근 단골 와인샵 와인스코프에서 다시 와인을 한가득 주문했다. 그리고 이 스피커에 매칭해보고 싶었던 게 딱 하나 더 남았는데 바로 진공관 앰프였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하나 공수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주 귀한 빈티지 진공관 같은 건 아니고 무척 유명한 인티앰프로서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운이 좋았다. 다음 주엔 진공관 앰프와 매칭에서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상상만으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