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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의 가면을 쓴 통치자

아톨 ST200 Signature

Atoll ST200 scaled 1200x675 1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지배하다

바야흐로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시스템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다운로드 또는 CD 리핑을 통해 얻었던 음원은 이제 소유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고 온라인 스트리밍이 주요 음악 소비 패턴으로 자리를 꿰차면서부터다. 뮤직 서버라는 것도 이제 부차적인 개념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크리티컬한 소수의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 외엔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그리고 국내 몇몇 DLNA 대응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해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소수의 타이달, 코부즈 사용자가 있을 뿐이다. 이젠 무엇보다 어떤 음원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음원을 찾고 큐레이션하며 이를 소비자자 제대로 즐길 수 있느냐가 문제인 시대가 왔다. 소유의 기술이 아닌 공유의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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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플레이어가 하이파이 시스템의 소스기기로 편입될 거란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중심부까지 침투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제조사 또한 마찬가지여서 최초로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출시되었을 때조차 혀를 차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걸 기억한다. 하지만 열린 자세를 가지고 발빠르게 대응한 제조사는 이 분야의 선두에 서있고 그렇지 못한 메이커는 이후 오랜 시간 뒤쳐져 있어야했다. DLNA/UPnP 대응 및 여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대응, 블루투스, 에어플레이는 물론 크롬캐스트, 룬, MQA 등 짧은 시간 동안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대폭 증가한 니즈에 대응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엔진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칩셋, 운영 체계 및 DSP 등의 기술로 빠르게 진화되었다. 결국 디지털 분야의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최소의 물리적 공간에 집약하면서도 빠르고 정확한 처리 속도를 가능케 하느냐의 싸움이었다. DAC는 물론 네트워크 렌더러 또한 이젠 손바닥보다 작은 공간 안에 그 모든 기능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소형, 집적화 기술을 통해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앰프에 탑재되어 네트워크 앰프를 탄생시켰고 액티브 스피커와 결합해 스트리밍 스피커를 탄생시켰다. 작고 가볍고 다기능에 24비트 고해상도를 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하이파이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ropped SDA300 Sig cabinet 01

편의성 이면의 맹점들

그렇다면 소형화된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맹점은 없을까? 그럴 리가 없다. 소형화는 편의성 및 다양한 제품군 생성 등 상업성 측면에선 많은 소득을 얻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음질적 부작용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디지털 부문 설계가 아닌 아날로그 회로에서 일어났고 여기에 더해 전기를 먹고 작동하는 컴포넌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원부에서 단점을 갖기 십상이다. 물론 디지털 회로 및 소프트웨어를 통해 많은 부분 맹점을 극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극복 안되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아주 심플하게 설계된 디지털 볼륨의 경우 볼륨에 따른 해상도 저하를 피하기 힘들다. 대체로 볼륨 조정 기능을 편의상 넣어두지만 가능하면 프리앰프나 인티앰프의 볼륨을 사용하길 권장하는 이유다. 한편 전원부는 요즘 들어 SMPS 전원, 즉 스위칭 전원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엔트리 레벨에선 회장형 SMPS 어댑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잘 만든 리니어 전원 어댑터로 바꾸었을 때 퍼포먼스 차이는 전원부의 차이를 반증해준다. 물론 스위칭 전원부 또한 좋은 부품으로 잘 설계한다는 전제 하에 매우 뛰어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중, 저가 수준에선 일정 이상 성능을 뛰어넘기 힘든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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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톨, 사각 지대를 파고들다

아톨은 디지털 시대에 시스템의 컴포넌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이젠 커다란 영토를 차지한 지배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당연히 현재 가용 가능한 아톨의 기술들을 모두 ST200시그니처에 탑재했다. DAC를 내장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렌더러도 내장하고 있으니 별도의 DAC도 필요가 없다. 다양한 디지털 입/출력을 지원하는 한편 DLNA/UPnP에 대응하고 ROON 인증도 마친 모델이다. 블루투스를 지원하므로 사실 별도의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음악 감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제품을 구입한다면 DLNA 혹은 ROON을 사용해 좀 더 고음질로 감상할 것을 권한다.

전면은 8mm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어 말끔한 모습. 한면 좌측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버튼이 위치해있고 우측으로도 자주 쓸만한 버튼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데스크톱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리 사용할 일은 많지 않을 듯하다. 기본적으로 리모컨은 물론 리모트 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리모트 앱은 아톨 시그니처라는 무료 앱으로 두 번째 버전까지 출시되어 있으므로 아톨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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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중앙에 5인치 TFT 컬러 그래픽 디스플레이를 마련해놓았다. 과거의 아톨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컬러 디스플레이로서 음악을 재생하면 커버 아트웍이 표시된다. 한편 후면으로 가면 다양한 단자들이 늘어서 있다. 예상보다 다양한 입/출력 구성인데 일단 두 개의 아날로그 RCA 입력단 및 동축, 광 등 디지털 입력단이 보인다. 더불어 전/후면에 USB A 입력이 있으므로 USB 메모리 재생도 가능하다. 출력은 아날로그 RCA 출력은 물론 역시 동축, 광 출력을 지원하고 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이므로 이더넷 및 와이파이를 지원한다. 한편 DAC는 버브라운의 PCM1792를 사용해 PCM 24/192, DSD는 DSD128까지 지원한다.

Atoll ST200sig 내부 설계

아톨은 디지털 부문 외에 볼륨과 아날로그 출력단 그리고 전원부 등에 정성을 쏟고 있다. 아무리 디지털 부문 발전이 찬란하다고 해도 결국은 아날로그단을 거쳐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켜서 음악을 듣기 때문에 이 부문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결국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술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아톨은 ST200시그니처의 전원부에서 일단 10VA 용량의 별도의 트랜스포머를 사용해 오디오 신호 경로에 사용했고 나머지에 30VA를 사용했다. 커패시터는 27,000uF로 충분하고도 남는 용량이다. 더불어 Clarity Cap 오디오 MKP 커패시터 등 오디오 그레이드 전용 부품을 실장했다.

아날로그 출력단 또한 퓨어 클래스 A로 작동하며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는 회로를 구사하고 있다. 음질적으로 가장 뛰어날 가능성이 높은 회로 구성이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부분 하나가 남았는데 바로 볼륨이다. 저항을 활용한 전통적인 아날로그 볼륨을 채용해 디지털 도메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왜곡을 최소화했다. 사실 디지털 볼륨의 경우 낮은 볼륨에서 해상도가 깎일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을 갖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볼륨을 활용할 경우 ST200시그니처의 가치는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톨 Signature 2 리모트 앱

청음

테스트는 평소 시청실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활용했다. ST200 시그니처를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사용하고 룬 코어는 웨이버사 Wcore를 그대로 적용했다. 프리앰프는 클라세 델타, 파워앰프는 패스랩스 XA60.5 모노블럭, 스피커는 락포트 Atria를 연결했다. 이 외에 별도의 DAC는 사용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다만 평소 사용하는 MSB Analog DAC와 자연스럽게 비교는 되었다.

조붕

조붕 – The moon represents my heart

게인이 약간 낮은 편이어서 프리앰프 볼륨은 평소보다 좀 더 올려 처음헀다. 한편 밸런스가 약긴 올라가 있어 첫 음부터 산뜻하고 상쾌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었다. 보컬의 음상은 명료하며 단단하게 무대 정 중앙에 맺히는데 부풀어오르거나 텅 비지 않고 적당한 크기로 약간 엷게 표현되는 편이다. 중저역대 조붕의 목소리 펀치력이 약간 감쇄된 편으로 깔끔하곺둿맛이 개운하다.

art pepper

아트 페퍼 –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색소폰이 마치 가을날 시원한 바람에 바싹 말린 셔츠처럼 풋풋한 느낌이 충만하다. 예를 들어 그리폰 같은 약간 기름진 소리와는 정 반대편에 서있는 소리로서 양념늘 쏙 뺀 순수한 음색을 기졌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베릴륨과 카본 우퍼의 락포트 스피커로 들어도 마치 과거 페이퍼 콘 드라이버를 채용한 스피커 같은 느낌이 든다. 요컨대 풋풋한 음결에 발걸음이 가볍고 빠른 특성이 50~60년대 재즈 녹음의 풍미가 매력적으로 들린다.

james

제임스 브레이크 – Limit to your love

시종일관 산뜻하고 경쾌한 사운드를 보여주는데 그렇다고 오래된 과거의 음원만 들을 순 없다. 어쨌든 최근 디지털 녹음에 대한 대응력이 우선. 고역은 탁 트여있고 저역까지 충분한 정보량을 보여주는 제품. 하지만 고운 입자감을 통해 꽉 조여진 밀도감보단 약간 힘을 빼고 네추럴하게 풀어내는 소리다. 다만 그만큼 속도감이 뛰어난 편이다. 한편 프리앰프로서 성능은 꽤 훌륭한 편이어서 낮은 볼륨에서도 다이내믹스, 해상력 저하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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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1악장

재빠르게 치고 나오는 관현의 움직임은 싱싱하며 경쾌하게 무대를 사로잡아버린다. 약음 디테일보단 거시적인 시야에서 힘의 완급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므로 어물쩍 넘어가는 부분이 없다. 평소 R2R DAC을 사용한다면 그것들만큼 고운 소릿결을 가지진 않지만 대신 각 악기의 더 선명하게 구별된다고 느낄 듯하다. 전반적으로 구더더기 없이 빠르고 날렵하며 매크로 다이내믹스가 뛰어난 소리. 무대를 넓고 시원하게 사용하는 면도 일관성이 있다.

ST200 Sig Silver Tidal 2 copie scaled 1

총평

아톨의 회사 건물을 사진으로 보고 있자면 정말 고요한 숲 속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반대로 금속 냄새 물씬 나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된다. 대체로 해외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은 청정 구역의 자연환경을 곁에 두고 제품을 설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아톨 제품을 보면 손으로 하나하나 꾸밈없이 정석으로 제작한 느낌으로 요즘 대량 생산되는 제품들에 비하면 어딘가 투박한 느낌도 있다.

이번 ST200시그니처도 마찬가지다. 이전의 섀시 디자인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디자인이다. 하지만 컬러 디스플레이 및 스트림 언리미티드 네트워크 모듈 등 상당 부분 진화 중인 아톨의 면모가 보인다. 그러나 소리를 들어보면 여전히 화려하고 시크한 도시보다 순박하고 싱싱하며 거짓 없는 아날로직 사운드를 피로하고 있다. 요컨대 ST200 시그니처는 최신 디지털 기술이 아톨의 정통 아날로그 회로와 결합해 디지털 스트리머의 탈을 쓰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통치자로서 파워앰프와 스피커만 추가하면 근사한 아톨 디지털 사운드로 당신을 안내해줄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CONNECTIVITY

Audio inputs
2 Stereo line inputs.
4 Digital inputs: 2 Coaxial, 2 Optical Toslink.
1 Bluetooth®.
2 USB-A inputs (1 front, 1 rear).

Audio outputs
1 Stereo line output.
2 Digital outputs: 1 Coaxial, 1 Optical Toslink.

Various
1 RJ45 input (network).
1 Trigger output (12V).
1 WIFI antenna (802.11b/g/n).
1 Bluetooth® antenna.

TECHNICAL DATA

Power supply: 30 + 10 VA
Total of capacitors: 27 000 µF
Output stages: 2 Discrete stages with no feedback
Dynamic: 129 dB
Output impedance: 22 Ω
Maximum input level: 3,5 Vrms
Output level: 2,6 Vrms
Signal/Noise ratio: 129 dB
Distortion at 1 kHz: 0,0004%
Bandwidth: 5 Hz – 20 kHz
Rising time: 1,5 µs
Digital/analogue converter: Burr-Brown PCM1792 24 bits/192 kHz
Dimensions: 440×284×95 mm
Weight: 6 Kg

제조사 : Atoll Electronique (프랑스)
공식 수입원 : ㈜ 샘에너지
공식 소비자가 : 3,53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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