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크롤, 그녀가 이룩한 재즈 보컬의 세계는 음악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깊고 넓다.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한 이후 뉴욕으로 거점을 옮긴 후부터 본격적인 프로 음악 생활을 시작하며 데뷔한 그녀. [Steppin’ Out]이나 [Only Trust Your Heart] 등을 통해 기반을 다진 그녀는 임펄스에서 첫 번째 꽃을 피운다.
사실 임펄스 이후 메이저 레이블 버브로 소속을 옮기며 익히 알고 있는 [Look Of Love]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지만 그 기반은 임펄스에서 닦은 것이다. 밥 씰의 임펄스에서 다이애나 크롤이 앨범을 낸 건 이례적이었다. 사실 임펄스는 몇몇 타이틀을 제외하곤 꽤 실험적인 재즈 음악을 주로 녹음했던 레이블이기 때문.
이 때문인지 다이애나 크롤의 임펄스 시절 앨범 석 장은 뛰어난 명문 레이블의 스텝 및 뛰어난 세션맨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기타리스트 러셀 말론이나 베이시스트 크리스챤 맥브라이드가 함께 했고 믹싱과 녹음에 거물 알 슈미트가 함께 했다. 특히 그녀의 바이오그래피에 거의 항상 따라다녔던 음악적 동반자이자 조력자 토미 리퓨마가 전체 제작을 총괄했던 것.
그 중 [Love Scenes]는 타이틀처럼 사랑의 순간을 여러 노래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 노래는 프로듀서 토미 리퓨마와 선곡한 것인데 원래 의도한 건 아니지만 선곡해보니 다들 사랑에 관한 노래였다는 것. 물론 여기서 사랑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경계를 넘어 더 넓은 범위의 사랑이다. 결국 선택한 곡들은 거쉬, 래리 워렌, 페기 리 등 무척 오래된 어메리칸 스탠다드 송들이다.
모든 곡들이 음악은 물론 음질도 좋아 추천할만한데 특히 음질은 ORG(Original Recording Group)에서 발매했던 45rpm이 상당히 좋아 놀랐다. 일단 45rpm으로 찍다보니 두 장에 담았고 프레싱은 RTI에 맡겨 품질이 무척 훌륭하다. 중요한 건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다름 아닌 버니 그런드먼. 마스터도 오리지널 아날로그 마스터 테잎을 사용해 풍부한 배음을 즐길 수 있다. 패키지도 게이트폴드에 표면이 반짝이는 라미네이티드 마감이라 만족감이 높다. 아…ORG는 참고 있었는데 다른 엘피들도 사야 하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