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은 현존하는 오디오 관련 기업 중 가장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몇 년 전 삼성이 인수했지만 그들 고유의 음향에 대한 철학은 견고하다. 특히 1990년대 초반부터 하만 인터내셔널의 수석 연구원으로 있는 션 올리브 박사를 중심으로, 청취와 측정 등을 통해 그들만의 음향적 기준을 공고히 해왔다.
많은 브랜드나 개인들이 음악을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데 있어 여러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왔지만 음향 전문 회사 하만의 리스트도 참고할 만하다. 음악 감상은 그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종종 하드웨어를 통한 궁극의 사운드를 목표로 하는 오디오파일에겐 감상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소리를 분석해낼 수 있어야한다. 때론 한 곡만 가지고도 어떤 기기의 음질을 대략적으로 파악해낼 수 있어야한다.
하만에선 이런 사람들을 위해 선곡한 곡들을 공개내놓고 있다. 플레이리스트 제목은 ‘청취의 미학(Art of Listening)’. 하만 산하의 JBL, AKG, 마크 레빈슨 등을 테스트할 때 자사의 사운드 마스터들이 종종 사용하면서 참고하는 곡들이다. 어느 한 곡만으로 어떤 제품의 모든 면들을 완벽히 파악하긴 힘들다. 하지만 듣다 보면 광대역에 주파수 스펙트럼이 넓은 악기들은 하드웨어의 주파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며 타악기의 낮은 음역대는 다이내믹스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런 플레이리스를 자신의 시스템으로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시스템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하만의 경우 독일 뮌헨에 ‘하만 럭셔리 오디오 스튜디오’를 마련해놓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시스템에선 이렇게 혹은 저렇게 들리길 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며 그런 개인의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악기의 토널 밸런스가 심하게 변조되거나 다이내믹스가 완전히 소실되고 디스토션이 과도하다면 그건 취향이 아닌 기본 성능의 문제다. 모두 테스트에 용이한 곡들이니 최대한 다양한 시스템에서 청취해보며 균형감각을 키워보길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