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오디오의 본질적 정화(淨化)
보이지 않는 노이즈와의 전쟁
디지털 오디오가 주류로 자리 잡으며 스트리밍은 음악 감상의 표준이 되었으나, 그 이면에는 음질을 갉아먹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 환경은 본래 오디오용이 아니다. 데이터의 무결성만을 중시할 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오디오 환경에서 일반 통신용 공유기에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직결하는 방식은 오디오파일에게 편의성을 제공할지언정, 음질적 측면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한다. 이는 하이엔드 오디오가 요구하는 정숙성과 신호 순도의 관점에서 여러 본질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첫 번째로 전원부의 스위칭 노이즈 유입이다. 일반적인 가정용 공유기는 저가형 스위칭 모드 파워 서플라이(SMPS)를 전원으로 사용한다. 이 장치들은 효율을 중시하기 때문에 동작 과정에서 대량의 고주파 스위칭 노이즈를 발생시키며, 이 노이즈는 이더넷 케이블을 타고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내부 회로로 고스란히 유입된다. 이는 소리의 배경을 혼탁하게 만들고 미세한 약동감을 감쇄시키는 주범이 된다.
두 번째로 EMI/RFI 간섭 및 전기적 오염도 커다란 문제다. 공유기는 Wi-Fi 신호를 송출하는 무선 주파수(RFI) 발생기이자 수많은 디지털 회로가 밀집된 전자기(EMI) 간섭의 온상이다. 일반 공유기의 RJ-45 포트는 오디오용 기기처럼 엄격한 절연 대책이 세워져 있지 않아, 전기적 노이즈가 접지를 타고 오디오 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커먼 모드 노이즈도 문제다. 공유기에서 생성된 고주파 노이즈는 이더넷 케이블의 차폐망이나 신호선을 타고 흐르며 스트리머의 DAC 섹션에 도달하여 아날로그 신호의 왜곡을 유발한다.

클럭 지터와 패킷 전송의 불완전성도 문제 중 하나다. IT 규격의 공유기는 데이터의 ‘도착’ 여부만을 중시할 뿐, 그 과정에서의 ‘시간적 정확성(Timing)’에는 무관심하다. 공유기 내부에 탑재된 저가형 수정 진동자는 위상 잡음이 심해,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데이터를 수신하여 리클러킹(Re-clocking)하는 과정에서 가중된 부담을 준다. 또한 부정확한 클럭으로 인한 지터는 소리의 포커싱을 흐트러뜨리고 고역의 거친 질감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된다.
이 외에도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된 공유기는 진동 제어라는 개념 자체가 전무하다. 내부 냉각 팬이 있는 경우 팬의 회전 진동이 신호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가벼운 섀시 구조는 외부 진동에 취약하여 디지털 신호 전송 과정에서 미세한 메커니컬 노이즈를 유발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문제 이외에도 공유기의 문제는 대단히 많다. 어쩌면 스위칭 허브의 존재 이유와 그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런 문제를 선도적으로 인지한 것은 메리디안일 것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선조 격인 메리디안이 술루스(Sooloos)라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개발하면서 여러 스위칭 허브를 테스트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중 하나가 지금도 일부 마니아들이 사용하는 HP(3COM) 스위칭 허브들이다. 언제부턴가 오디오파일을 위한 스위칭 허브는 일종의 성배(Holy grail)가 되었다. 몇 만원짜리 범용 허브 보드를 사용해 개조한 수준의 내부에 화려한 외관을 씌워 값비싸게 내놓기도 했다. 국내의 반오디오가 이런 모습에 분연히 일어났다.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의 ‘Clear’에서 파생된 ‘Clara’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크 스위치를 출시했다.

반오디오 Clara가 던진 화두
절연 및 개별 포트 독립 설계
반오디오의 신작 Clara는 기존 IT용 허브 보드를 적당히 수정해 케이스만 바꾼 제품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전원부부터 허브 로직까지 하이엔드 오디오의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새롭게 설계, 제작한 결과물이다. 우선 네트워크 스위치에서 RJ-45 단자는 단순히 케이블을 고정하는 물리적 접점이 아니다. Clara가 채택한 Pulse 사의 Isolation Transformer 내장형 단자는 네트워크 오디오의 순도를 결정짓는 최전방 방어선 역할을 수행한다.
이더넷 전송은 태생적으로 전기적 연결을 전제로 하기에, 소스 기기와 타 기기 간의 접지 루프(Ground Loop)나 누설 전류가 침투할 경로가 열려 있다. Clara에 탑재된 Pulse 단자는 이 부분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잡음 제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ulse 사의 단자 내부에 장착된 아이솔레이션 트랜스포머는 입출력 사이의 전기적 연결을 완전히 끊고 오직 자기장(Magnetic field)을 통해서만 신호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상위 네트워크 장비로부터 유입되는 고주파 커먼 모드 노이즈(Common Mode Noise)를 물리적으로 격리하여, 시스템 전체의 노이즈 플로어를 낮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개별 포트 독립 배치의 기술적 당위성도 충분하다. 일반적인 저가형 허브나 양산형 오디오 스위치는 공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4개 혹은 8개의 포트가 하나의 트랜스포머 뭉치로 묶인 집적형 단자를 사용한다. 그러나 Clara는 포트 하나당 개별 트랜스포머 단자를 독립적으로 배치했다. 이는 인접한 포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누설 자속과 상호 간섭(Crosstalk)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설계다. 각 포트가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분리됨으로써, 다수의 기기를 연결하더라도 상호 간의 노이즈 전이가 발생하지 않는 정숙성을 확보하게 된다.

배터리 전원과 개별 리니어 레귤레이터의 필연성
Clara의 심장부는 두 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이 담당한다. 하나는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고 다른 하나는 충전되는 교대 방식을 채택해 깨끗한 전원을 공급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배터리를 쓴 것에 그치지 않고, 허브 IC의 각 동작 부위에 개별 리니어 레귤레이터를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IC 내부의 각 회로 블록 간 간섭을 물리적으로 배제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인 허브가 효율을 위해 단일 전원을 사용하거나 스위칭 레귤레이터를 쓰는 것과 대조적으로, Clara는 리플이 극히 적은 순수한 전원을 독립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신호의 순도를 극대화했다.

고체 커패시터도 눈에 띈다. 커패시터는 전력을 비축했다가 필요한 순간 공급하며 전원부의 노이즈를 걸러내는 핵심 소자다. Clara는 일반적인 전해 커패시터 대신 고체(Solid) 커패시터를 전량 채택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이더넷 통신은 수십에서 수백 MHz 대역의 고주파 신호를 다루지만 액체 전해 커패시터는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임피던스가 급격히 상승하여 필터링 성능이 저하된다. 하지만 고체 커패시터는 광대역에서 낮은 임피던스를 유지하므로 고주파 디지털 잡음 제거에 월등한 성능을 발휘한다.

좀 더 상세히 이야기하자면 고체 커패시터의 경우 ESR(Equivalent Series Resistance)이 극도로 낮아 디지털 회로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노이즈를 흘려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급격한 전류 소모 변화에도 전압 강하를 최소화하여 허브 IC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데 있어 전해 커패시터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앰프의 전원부처럼 커다란 정전 용량이 필요한 곳에는 어쩔 수 없이 대용량 구현에 유리한 전해 커패시터를 사용하지만, 이 외의 부분에서는 고체 커패시터가 유리하다.

25MHz OCXO 클럭 적용: 변환 과정 생략
클럭 시스템에서도 Clara의 고집은 돋보인다. 시중의 많은 오디오용 스위치가 범용적인 10MHz OCXO 클럭을 사용한 뒤, 허브 IC가 요구하는 주파수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100Mbps의 경우 25MHz 클럭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는 방식(MII)을 사용하며, 기가비트 이더넷(1000Mbps)의 경우 25MHz 클럭을 내부적으로 5배 체배 후 125MHz로 만들어 사용한다. 따라서 10MHz 클럭을 사용하면 허브 IC가 요구하는 25MHz로 변환하기 위해 PLL(Phase Locked Loop) 같은 주파수 합성 회로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모든 주파수 변환은 필연적으로 추가적인 지터와 노이즈를 수반한다.
Clara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부터 25MHz OCXO를 채택했다. 변환 과정 없이 직접 클럭을 공급함으로써 20ppb(0.02ppm)라는 압도적인 정밀도를 달성했다. Clara는 변환 과정 없이 이더넷 표준 주파수인 25MHz를 직접 공급함으로써 클럭의 순도를 극대화하고 지터 발생을 원천적으로 억제한 것이다. 이는 곧 청감상의 정교한 포커싱과 밀도감으로 직결되는 부분이다.

SFP 포트의 결여인가, 배제인가?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질 만한 부분은 광통신을 지원하는 SFP 포트의 부재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 한계가 아닌, 음질을 위한 의도적 배제다. SFP 모듈(GBIC)은 협소한 크기로 인해 내부의 전압 변환 방식이나 부품의 품질을 통제하기 어렵다. 협소한 공간과 발열 문제로 인해 리니어 전원이나 OCXO 클럭을 모듈 내부에 탑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통신용으로 설계된 SFP 모듈에서 발생하는 잡음이 거꾸로 본체 허브로 유입되는 ‘역류 노이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반오디오는 유선 RJ-45 연결의 품질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다단 스택(Stacking)의 효용성
그렇다면 Clara를 두 대, 세 대 연결하는 것은 단순한 물량 투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렬로 연결된 다단 스택은 ‘노이즈 필터링의 누적 효과’를 가져온다. 첫 번째 스위치에서 한 차례 걸러진 신호가 두 번째 Clara를 거치며 한 번 더 정제되는 과정은, 신호 대 잡음비(S/N)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각 단계마다 배터리 전원과 OCXO 클럭에 의한 재정렬이 반복되면서 배경의 정막감과 공간의 레이어링은 더욱 깊고 명확해진다.

청음
네트워크 스위치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유기와 네트워크 플레이어 사이에 사용할 수 있고,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면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을 네트워크 플레이어 바로 앞단에 설치하는 게 좋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필자가 가지고 있는 제품 중 넷기어 네트워크 스위치 GS810EMX 뒤에 Clara 네트워크 스위치를 설치해 테스트했다. Clara를 투입하지 않았을 때와 투입 이후를 면밀히 비교해가면서 해당 모델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참고로 테스트에 사용한 필자의 레퍼런스 시스템은 아래와 같다.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 오렌더 N10
DAC : 반오디오 Firebird MK3 Last Dance
DAC : 코드 일렉트로닉스 Hugo TT2
인티앰프 : 아큐페이즈 E-5000
스피커 :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

아네트 아스크빅 – Liberty
Clara를 받은 후 약 일주일 정도 다양한 음악을 듣기도 했고,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전원은 계속 켜두었다. 어느 정도 에이징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실제로 처음 받았을 때와 일주일 후의 음질은 조금씩 변화했다. 리뷰를 위해 집중적으로 테스트할 때는 상당 부분 차이가 더 커져 있었다. 예를 들어 아네트 아스크빅의 ‘Liberty’를 들어보면 배경이 차분해진다. 아마도 S/N비가 증가한 덕분이며, 사방이 조용한 적막감이 더욱 강해졌다. 대신 악기들의 소리는 더 명징하게 들렸다. 전반적으로 억지로 조탁해낸 소리가 아니라 더 자연스럽고 더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로 변화하는 점이 돋보였다.

벤 웹스터 – How long has this been going on
흥미로운 건 제품을 처음 켰을 때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의 소리 차이다. 가능하면 이 제품은 전원을 항상 켜놓고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소리 입자는 갈수록 더욱 고와진다. 그리고 Clara를 도입하기 이전보다 확실히 소릿결이 곱고 편안하면서도 아주 세부적인 표현들은 더 도드라진다. 추측하건대 노이즈라는 수면 아래 잠겨 있던 미세한 소리 알갱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만들어지는 효과가 아닐까 한다. 중저가 시스템에선 몰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온 시스템에선 이러한 세부 묘사의 차이로 인한 음악적 뉘앙스 차이가 꽤 크게 다가올 것이다.

앨리스 사라 오트 – 쇼팽 12 Etudes, OP.10 – No.12 in C Minor
무척 또렷하고 깨끗한 피아노 소리를 건져 올렸다. 사실 Clara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도 크게 불만이 있진 않았지만, 도입 이후엔 더 나은 해상도와 더 나은 명료도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마치 클럭을 업그레이드했을 때와 유사한 효과다. 배경이 깨끗해지면서 악기의 실체가 더욱 뚜렷하게 청취자 앞에 도열하는 느낌이다. Clara에 내장된 OCXO 클럭은 물론 전원부 및 이더넷 포트의 절연 성능 등이 동시에 일으킨 나비효과로 추측된다.

크리스티안 짐머만/BSO –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노이즈 저감은 단순히 해상도의 상승이나 배경의 정숙도 향상 정도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미세 약음 표현 능력뿐 아니라 전체 사운드 스테이징의 모습도 변화시킨다. 무대를 그리는 능력은 전/후 무대의 깊이와 좌/우 펼쳐짐 등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Clara 적용 이후 전/후 깊이가 겹겹이 펼쳐지면서 깊은 레이어링을 형성해 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거리를 두고 선명하게 분리되어 연주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다.

총평
Clara는 1G의 빠른 속도를 지원하면서도 오디오적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환경을 IT의 영역에서 오디오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중요한 이정표다. 이러한 성능의 저변엔 오랜 시간 동안 IT 및 오디오 양 분야에 대한 집요한 기술적, 음향적 탐구가 있어왔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특히 여러 네트워크 스위치를 써보았지만 착색이나 왜곡이 적어 가장 아날로그적이며 내추럴한 사운드를 내주는 제품으로서는 독보적이다. 이 부분에선 Firebird MK3 시리즈와 정확히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Clara는 타협하지 않는 설계와 이론적 근거가 뒷받침된 제품으로서, 진지한 하이엔드 오디오파일 시스템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변혁의 주체가 될 것이다.
글, 사진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조사 : 반오디오 (http://bannaudio.com)
공식 소비자 가격 : 3,50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