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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커렉션, 공간의 한계를 허물다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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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파일이 마주하는 가장 거대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는 스피커도, 앰프도 아닌 기기가 놓인 ‘공간(Room)’이다. 아무리 완벽한 주파수 응답을 자랑하는 하이엔드 스피커라 할지라도, 청취 룸의 반사음과 정재파(Standing Wave), 그리고 특정 대역이 증폭되는 부밍(Booming) 등 여러 난제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십상이다.

오디오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이런 현상들이 앰프나 소스 기기 매칭, 혹은 케이블로 인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앰프가 스피커를 충분히 드라이빙하지 못할 때 부밍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공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과 매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은 충분히 구분 가능하다. 기기 교체로 해결 가능하다면 운이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스피커와 벽 사이의 거리를 조정해보는 것을 넘어 어쿠스틱 음향 튜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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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 공간을 튜닝해 다양한 음향적 왜곡 현상을 없애기 위한 시도는 가치가 있다. 스피커 중앙에 디퓨저를, 스피커 뒤엔 어퓨저를 설치해본다. 음상이 더 또렷하고 배경도 조용해진다. 저역 과잉이 문제라면 스피커 뒤쪽 모서리에 베이스트랩을 설치하면 좋다. 이 외에도 청음 공간의 천장 각 모서리에도 흡음재를 설치하고 가능하면 천장에도 음향자재를 붙여 난반사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다 얼마인가? 비용은 물론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물리적 룸 어쿠스틱의 한계를 디지털 신호 처리(DSP) 기술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바로 룸 커렉션의 시작이었다. 룸 커렉션(Room Correction)은 이제 홈 시어터를 넘어 정통 2채널 하이파이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기술의 발전사와 소프트웨어의 핵심 설계, 그리고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솔루션들을 해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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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왜곡에서 디지털의 정밀함으로

룸 커렉션의 기원은 1970~80년대의 아날로그 그래픽 이퀄라이저(Graphic EQ)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취 환경에 맞춰 특정 주파수 대역을 올리거나 내리는 직관적인 방식이었으나, 아날로그 필터의 치명적인 단점인 ‘위상 왜곡(Phase Distortion)’을 동반했다. 대역폭을 조절할수록 소리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음질이 탁해졌기에, 순수주의를 지향하는 하이파이 유저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았다.

본격적인 룸 커렉션의 태동은 1990년대 DSP(Digital Signal Processor)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 1990년대는 디지털 신호 처리(DSP)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하이파이 오디오 영역에서 룸 커렉션(Room Correction)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실체화된 시기다. 당시 DSP와 룸 커렉션의 상관관계는 ‘이론적 가능성’이 ‘상용화된 기술’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었다. DSP 기반의 룸 커렉션은 FIR(Finite Impulse Response) 필터 등을 활용하여 위상 왜곡 없이 주파수 특성을 보정하거나, 오히려 스피커와 공간에서 발생하는 위상 지연(Time alignment)까지 교정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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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룸 커렉션의 연대기

  • 1990년대 초반

시그텍(SigTech), 택트 오디오(Tact Audio) 등 선구적인 브랜드들이 디지털 기반의 룸 커렉션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주파수 응답뿐만 아니라 시간축(Time-domain) 오류를 보정하는 개념을 도입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택트 오디오는 덴마크의 링도르프(Lyngdorf)와 협력하여 RCS(Room Correction System) 2.0 등을 출시했다. 이는 일반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 수준의 본격적인 디지털 공간 보정 기기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 2000년대 이후

컴퓨터 연산 능력의 폭발적인 증가와 측정 마이크의 정밀도 향상으로 알고리즘이 고도화되었다. 이제는 멀티채널 환경뿐만 아니라, 극도의 정보량을 요구하는 하이파이 스테레오 환경에서도 음질 손상 없이 위상과 주파수를 동시에 교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1990년대 DSP는 룸 커렉션이 단순히 ‘소리를 변조하는 도구’에서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수학적으로 극복하는 솔루션’으로 진화하게 만든 핵심 기술이었다. 비록 당시에는 높은 가격과 복잡한 설정법으로 인해 소수의 하이엔드 유저들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이때 정립된 알고리즘과 처리 방식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디락 라이브(Dirac Live)나 트리노브(Trinnov)같은 현대적 룸 커렉션 기술의 근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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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룸 커렉션 기술은 연산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정밀한 시간축(Time Domain) 보정 단계로 진화했다. 특히 디락 라이브(Dirac Live) 같은 알고리즘은 복잡한 임펄스 응답 제어를 통해 위상 왜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룸 커렉션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상용품 중 NAD의 M33(V2), M66 같은 기기가 대표적이다. 또한 아큐페이즈의 DG-68처럼 직접 잔향 특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보정하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기술도 완성되었다. 오늘날의 기술은 단순히 주파수를 평탄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디지털 알고리즘으로 지워버리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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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커렉션의 활용

일반 개인이 룸 커렉션 기술을 실제 청취 환경에 적용하는 과정은 크게 측정, 분석, 보정의 세 단계로 나뉜다.

  • 마이크를 활용한 측정

청취 위치(Sweet Spot)에 고성능 측정용 마이크를 설치하고, 시스템에서 내보내는 테스트 톤을 통해 공간의 음향 데이터를 수집한다. 대체로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측정용 마이크를 기본으로 제공하기도 하며 간단히 스마트폰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도 있다. 그러나 보다 정밀한 룸 보정을 원한다면 고성능 마이크를 별도로 구입해서 활용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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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트웨어를 통한 데이터 분석

수집된 데이터를 디락 라이브(Dirac Live)나 트리노브(Trinnov) 같은 전용 소프트웨어로 전송하여, 공간 내 주파수 응답의 왜곡과 위상 지연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공간의 음향 특성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으로 마이크로 측정된 데이터의 신뢰도가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분석 특성의 정밀도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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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겟 커브 설정 및 필터 생성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타겟 커브를 설정한다. 소프트웨어에 따라서 하만 타겟, B&K 타겟, 스탠더드 등 다양한 선택 옵션이 주어지기도 한다. 때론 디락 라이브처럼 그들의 레퍼런스 타겟으로 자동 선택되기도 한다. 이후엔 소프트웨어가 룸 커렉션 구현하기 위한 보정 필터를 자동으로 생성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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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드웨어 적용 및 실시간 보정

생성된 필터 값을 DSP나 룸 커렉션 기능을 지원하는 기기에 입력하여, 재생되는 음악 신호의 시간축과 주파수 특성을 실시간으로 교정하게 된다. 여기서 하드웨어는 다양하다.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고 네트워크 앰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룸 커렉션 프로세스는 디지털 도메인에서 실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기 내부에서 이런 소프트웨어를 통해 룸 보정을 하기 위해선 모든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 이후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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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취 및 미세 조정

보정 전후의 소리를 비교 청취하며, 공간의 물리적 한계가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 개선되었는지 확인하고 개인적 취향에 맞춰 세부 설정을 조정합니다. 비교 청취는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알고리즘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다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귀와 자신의 취향을 믿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과 함께 측정하고 적용한 후 적용 전/후 음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지털 알고리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과몰입은 자칫 음악 자체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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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넘어, 음악 본연의 감동으로

룸 커렉션 기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기기나 기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공간의 존재감’을 지워버리는 데 있다. 룸이 내는 잡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스피커가 의도했던 본래의 음색과, 녹음 현장의 공기감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과거에는 오직 막대한 비용을 들인 룸 튜닝만이 유일한 해답이었으나, 이제는 손안의 스마트폰과 정교한 알고리즘이 담긴 한 대의 기기만으로도 우리는 그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되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디락 라이브(Dirac Live), 트리노브(Trinnov), 룸퍼펙트(RoomPerfect) 등 주요 솔루션들의 종류 그리고 사용자 입장에서 알아두어야 할 팁 등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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