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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루나가 쏘아올린 하이브리드

프리마루나 EVO300 Hybrid – 2부

evo300 hybrid new


나의 하이브리드

프리마루나의 EVO300 Hybrid는 얼마간 잠자고 있던 하이브리드 앰프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필자가 경험한 하이브리드 앰프를 정리해보니 꽤 많은 브랜드와 모델명이 한동안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이젠 기억 속에서조차 조금은 희미해져가는 브랜드가 있는 반명 여전히 또렷한 제품들도 있다. 그러고 보면 시장의 인기가 해당 제품의 성능을 완벽히 대변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현재 살아남은 브랜드 혹은 신진 브랜드의 신제품이 꼭 지금은 과거 명기 반열에 오르내렸으나 사라진 제품보다 낫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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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는 마치 독이든 성배처럼 여러 브랜드에서 시도했지만 역사에 남은 제품들은 많지 않다. 시쳇말로 ‘진공관의 음색과 트랜지스터의 힘’을 교묘하게 결합한 방식은 아마도 많은 사랑을 받을만한 컨셉이지만 그 장점만을 결합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테제와 안티테제의 서로 다른 갈등 구조를 화해시켜 가장 이상적인 사운드로 결론 내는 것은 머리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는 외관상 멋을 내기 좋아하는 이태리 브랜드에서 자주 발견되었다. 패토스에서도 여러 제품들이 출시된 바 있고 유니슨 리서치 같은 브랜드에서 내놓은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도 꽤 많은 족적을 남겼다. 때론 미국에서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제품들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몇몇 브랜드만 남아 하이브리드 앰프의 개성을 표출하고 있다. 때로 저가의 하이브리드 제품들도 보이지만 진공관은 거의 장신구 같은 것일 뿐인 경우도 있다. 내가 사랑한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라면 아무래도 오디오 리서치나 BAT, 카운터포인트 같은 것에 멈추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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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에 진공관을 더하다

오랫동안 아주 마음에 드는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를 만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양 쪽 증폭 소자 진영의 음질적 장점을 융합하면 좋겠지만 대개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공관의 배음을 통한 윤기와 촉촉한 음색을 강점이지만 저역 핸들링이 문제가 되었다. 때론 과연 진공관이 실제 회로에서 작동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것들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양 쪽은 단점들이 무수히 복잡한 관계 속에서 드러나면서 시너지는커녕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프리마루나 EVO300 Hybrid 같은 경우는 무척 특별한 사운드를 내주었다. 진공관에 트랜지스터를 곁들인 것이 아니라 트랜지스터가 메인이고 여기에 진공관 사운드를 살짝 얹은 듯한 모습이다. 처음 듣고 프리마루나 앰프에서 어떻게 이렇게 강력하고 깊은 저역을 출력해낼 수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진공관 여섯 발은 그저 프리마루나의 진공관 앰프에서 그 결과 질감만 살짝 드러내 이식하기 위해 빌려온 것일 뿐이라는 듯 말이다.

강력한 저역과 화사한 중, 고역

daft punk

처음 프리마루나 EVO300 Hybrid가 나의 시스템에 들어왔을 때 나는 짐짓 놀랐다. 일단 기존에 경험했던 프리마루나의 대역 밸런스와 상당히 다른 모습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음질 테스트에 종종 기준이 되어 주는 다프트 펑크의 [Random Acces Memories] 앨범 중 ‘Doin’ it right’를 들어보면서 높은 저역쪽에 커다란 덩어리가 느껴졌다. 리스닝 룸 전체를 감싸는 크고 웅장한 저역을 만들어냈다. 이런 저역 중량감은 마치 과거 맥코맥 파워앰프 같은 앰프를 들었을 때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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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프리마루나가 들어간 시스템은 웨이버사 Wcore를 ROON 코어로 사용하고 마이트너 MA1을 DAC로 그리고 스피커는 베리티오디오 Rienzi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엔 EVO400을 사용했는데 그에 비하면 한층 확장된 저역의 양감과 힘 그리고 꿈틀거리는 에너지로 점철된 사운드였다. 맥코이 타이너의 ‘Recorda me’같은 곡에서 더블 베이스도 중, 저역 대역에서 탄력있고 밀도 높은 사운드로 시종일관 바닥을 누볐다.

john mayer

그럼에도 불구하고 뭉치거나 질척거리는 느낌으로 흐르진 않는다. 존 메이어의 ‘Clarity’를 들어보면 힘있게 바닥을 강타하면서도 묵직한 쾌감을 적절히 구사해 EVO400보다 더욱 추진력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잠시 EVO400의 EL34를 모두 KT150으로 교체했던 시절 사운드를 떠올렸지만 그보단 좀 더 단단한 결을 지녔다. 흥미로운 건 중역과 고역의 토널 밸런스다. 힘있고 중량감 넘치는 트랜지스터의 중, 저역 덕분인지 중, 고역의 화사하고 산뜻한 느낌을 더 살려준다.

tharaud

예를 들어 알렉상드르 타로가 연주한 스카를라티 피아노 소나타 녹음들이다. 에라토 레이블에서 발매한 이 녹음은 요즘 종종 아침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곤 해 자주 듣는다. 그 어느 때보다 맑으면서도 뒷맛이 길게 이어진다. 아무래도 이런 잔향은 진공관으로 구성한 프리앰프 부문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여타 프리마루나 진공관 앰프와 동일한 프리앰프 설계를 했다고 해도 트랜지스터 파워의 중, 저역 밸런스 및 다이내믹스, 양감 등에 의해 중, 고역도 더 선명하고 예리하게, 그러니까 좀 더 깔끔을 떠는 사운드로 들린다. 트랜지스터 파워앰프는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busch trio antonin dvorak piano trios

아주 깍듯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피아노 표면은 더 매끈하게 다듬어졌고 진공관 앰프의 부드러운 음결에 트랜지스터의 심지 높은 음결이 합해진 결과로 추측할 뿐이다. 부쉬 트리오의 드보르작 피아노 삼중주 ‘Dumky’를 들어보면 풍부한 잔향이 넓게 펼쳐진다. 피아노의 고역은 활짝 열려있고 싱그럽게 반짝인다. 중역대 또한 넓은 면적에 걸쳐 공간을 푹신하게 적신다. 각 악기들이 뚜렷하게 각 악기의 배음 특성을 드러내면서 음색적 개성을 날것처럼 품고 있는 모습이다.

verdi requiem

스피커 제어력은 매우 뛰어나다. 진공관 앰프 중에선 오히려 EVO300보다 한단계 상위급인 EVO400을 몇 년간 사용하고 있지만 EVO300 Hybrid가 저역 제어력이나 탄력, 펀치력은 더 낫다. 하지만 출력 트랜지스터 소자와 튜닝, 설계 기법 덕분인지 너무 냉정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진한 저역을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릴 필하모닉의 베르디 [Requiem] 중 ‘Dies irae’를 들어보면 포효하는 합창단 속에서도 바닥을 구르는 타악이 해머처럼 힘차게 바닥을 가르며 몸으로 전해오는 저역 타격감을 전해온다.

04 Black BackRun 32

사실 설계 면에서 증폭 소자에 따라 스피커 대응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음질로 드러난다. 우선 진공관 앰프는 출력단에 출력 트랜스를 사용한다. 이 때 많은 진공관 메이커들은 탭을 두세 개씩 따서 4옴, 8옴, 때론 16옴 출력을 따로 마련해놓는다.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따른 영향이 상당히 크다. 출력 트랜스 덕분에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가 무척 높아지므로 댐핑 팩터 또한 트랜지스터 앰프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한편 트랜지스터 앰프는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따른 앰프에서의 영향이 진공관 앰프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따라 출력 탭을 따로 마련해놓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또한 스피커 제어력 관련 기준 중 하나인 댐핑 팩터 또한 높은 편이다. 출력 트랜스를 따로 사용하지 않으므로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가 진공관 앰프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이번 프리마루나 EVO300 Hybrid 앰프의 경우 프리앰프 부문만 진공관을 사용하고 파워앰프 쪽은 트랜지스터 앰프로 설계해 진공관 앰프의 출력단에서의 약점을 보강하고 있는 모습이다.

03 Black SideRun 3

며칠 동안 밤이나 낮에 모두 이 앰프로 음악을 들었다. 약 열흘 정도는 이래저래 그 쓰임새와 성능을 직접 실험해보았는데 여러 부분에서 만족스러웠다. 처음엔 약간 과도한 저역의 근육질과 에너지 때문에 당혹스러웠지만 조금씩 적응해나갔고 번인이 진행되면서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도 안정세를 찾았다. 여느 앰프들이야 그렇지 않겠냐만은 이 앰프는 오래 켜놓을수록 소리가 더 좋다. 켜 놓은 지 약 30분이 지나서부터 양 옆의 방열판이 뜨끈해질 때부터가 진짜다.

뿐만 아니라 밤에 원고를 모두 마감한 후 나만의 시간이 허락된 후엔 이 앰프를 사용해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 AV 리시버의 프론트 출력을 연결해 메인 스피커로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VO300 Hybrid엔 홈시어터 입력, 즉 바이패스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요즘 바이패스 입력단이 없는 하이파이 앰프들도 많은데 참 편리한 기능이어서 새삼 반가웠다. 참고로 후면 입/출력단 하단에 옵션 보드가 있는데 이는 포노단을 별도로 구입해 장착할 수 있는 곳이다. 단자는 마련되어 있지만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으니 혼란스러워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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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프리마루나에서 진공관 하이브리드 앰프나 출시된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이전에도 설명했지만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장점만 흡수하려는 노력은 반대로 이도저도 아닌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예는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프리마루나는 적어도 그런 어중간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진공관 앰프에 트랜지스터의 파워를 얹었다기보다는 트랜지스터 앰프에 약간의 진공관의 배음을 추가한 듯한 사운드로 응수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기존 프리마루나 팬들보단 오히려 트랜지스터 앰프를 사용하지만 저역의 힘을 손해 보지 않으면서 질감 표현과 배음 및 잔향을 약간 추가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앰프다. 아직 튜브 롤링 등 다양한 운용이 더 필요하지만 일단 이 즈음에서 평가를 마친다. EVO300 Hybrid는 프리마루나가 쏘아올린 하이브리드 진공관 앰프의 쾌작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Model EVO 300 Hybrid Integrated Amplifier

Power 8 Ohm >100 Watts per channel (typical 115 Watts)
Power 4 Ohm >150 Watts per channel (typical 170 Watts)
Frequency Response : 10 Hz – 80 kHz +/- 3 dB
THD with AABB < 0.2% 100W @ 8 Ohm
S/N Ratio : -105dB (A-Weighted)
Input Impedance : 34 kOhm
Input Sensitivity : 415 mV
Total Gain (Pre + Power Amp) : 37.2 dB (7dB + 30.2dB)
Inputs : 5 pairs Stereo RCA, 1 pair Home Theater Input
Outputs : Speaker Taps, Tape, Stereo/Mono Sub, Headphone
Tube Complement : 6 x 12AU7
Damping Factor : 160 (1 kHz)
Power Consumption : 99 Watts (no signal in); 645W@4R
Weight :
Net weight: 59.5 lbs / 27kg
Shipping Weight: 68.3 lbs / 31 kg
Dimensions : 15.9″ x 15.2″ x 8.1″ / 405 x 385 x 205 mm (L x W x H)
Shipping Dimensions : 22.7″ x 18.4″ x 12.4″ / 578 x 468 x 316 mm (L x W x H)

All PrimaLuna products come with PrimaLuna Silver Label tubes which are pre-selected by us following our simple 60 out of 100 rule (PTS™ – Premium Tube Selection) and as such, are already “special” when compared to other standard tubes on the market.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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