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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말러 그리고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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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던 여름 더위도 이제 한 풀 꺾이는 듯하다. 요즘 여름은 희한하게도 과거와 조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처서’는 지켰지만 그 외 다른 절기는 좀처럼 맞지 않는 듯. 더위야 여름의 특권이라지만 장마가 이상한 패턴을 가지고 반복된다. 한 번이 아니라 두어 번은 족히 오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환경오염과 온실 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겠지.

아무튼 처서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더위가 숨을 죽이며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간만에 진공관 앰프에 전원을 올렸다. 프리마루나 EVO400 이 녀석도 나와 함께 꽤 오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가 하나, 둘 먹다보니 바꿈질의 욕심이 예전만 못한 것도 한 몫 하지만 좀처럼 속을 썩이지도 스피커에 따라 까탈스럽게 굴지도 않으니 딱히 바꿀 마음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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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케프 LS50 Meta를 이 녀석에게 매칭 해보았다. 케프는 대부분 솔리드 스테이트나 클래스 D 앰프들에 매칭하고 잘 만나면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디오에 정답이란 없다. 종종 나는 괴상한 조합으로 음악을 들어보곤 하는데 오히려 통상적인 매칭보다 이런 엉뚱한 조합이 내겐 즐거움을 준다. 케프 LS50 Meta와 진공관 앰프 조합은 의외로 좋다. 물론 마치 솔리드 스테이트 같은 특성을 가진 반인반수 프리마루나 진공관앰프이기에 가능한 사운드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딱딱하거나 건조하게 흐르지 않고 잔향도 살짝 얹어주어 듣기 편한 소리가 난다. 이렇게 듣는 북셀프 사운드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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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준 게 있다. 바로 얼마 전 들인 마이너팩토리 스탠드다. 날이 가면서 자리를 잡고 나니 확실히 케프 LS50 Meta의 성능을 해치지 않게 도와준다. 스탠드는 뭔가를 더하거나 덜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그 성능을 해치지 않는다면 최고의 스탠드다. 그런 면에서 무거운 몸체에 6061 T6 등급 알루미늄 상, 하판은 믿음직스럽게 스피커를 지지해준다.

특히 상판과 하판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데 긴 다리를 견고하게 지지해줄 뿐만 아니라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상판의 경우엔 받침 두 개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해 다양한 스피커 교체 시에도 용이하다. 북셀프 여럿 사용해보면 스피커 하판 면적과 걸맞지 않는 스탠드 상판은 크든 작든 정말 보기 불편하다. 게다가 매지코나 윌슨 오디오 등 진동 잡기에 혈안이 된 하이엔드 스피커들도 인클로저 소재로 사용하는 6061 T6 알루미늄은 그 가공 수준도 훌륭해 심미적 만족감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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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 말러 음악을 다시 줄기차게 듣고 있는데 케프 LS50 Meta와 프리마루나 EVO400 그리고 마란츠 SACDP에 CD를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오스모 벤스케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연주했던 2016년 6월 녹음한 버전이다. 지옥으로 떨어질 듯한 광폭한 첫 악장부터 사랑스러운 아다지에토까지 언제 시작했는지 모르게 CD 한 장이 모두 흘러갔다. 엄청난 다이내믹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 저역과 텐션 그리고 코히어런스까지. 더 깊은 가을이 기다려진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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