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 연합국에 해당하는 미국은 다양한 포크음악의 진원지였다. 멀리 아프리카 흑인노예의 음악과, 인디언 송, 카우보이 송 등의 장르가 그것이다. 이후 20세기 중반부터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 미국 음반시장은 어메리컨 포크를 대중 음악에 편입시킨다. 여기에 1960년대 말의 반문화운동은 포크음악의 기폭제로 작용한다. 아메리카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자양분으로 탄생한 음악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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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국장교의 자제였던 게리 베클리, 듀이 부넬, 댄 피크는 아메리카라는 그룹명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공군기지 내에서 공연활동을 벌이다 영국 워너 브라더스와 레코드 계약을 체결한다. 1972년에 출시한 1집 ((America))는 수록곡 [A Horse With No Name]의 히트로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아낸다. 필자는 이 음반에서 [Riverside]라는 곡을 가장 즐겨 들었다. America는 1집의 성공을 발판으로 2집 ((Homecomming))과 3집 ((Hot Trick))을 연이어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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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의 음반으로 세계적인 포크락 밴드로 입지를 굳힌 America에게 두 번 째 기회가 온다. 비틀스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이 4집 음반작업에 참여한 것이다. 이는 3집까지 정갈한 사운드를 보여준 아메리카에게 팝음악계의 제갈공명이 합류한 셈이었다. 4집 ((Holiday))의 시작을 상징하는 [Miniature]의 산뜻한 오케스트레이션은 포크뮤직의 비틀스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Miniature]의 시리즈로 제작한 [Tin Man]은 거칠고 직선적인 트래디셔널 포크와 결을 달리하는 트랙이다. 이 곡은 재즈 기타리스트 에릭 게일의 연주처럼 하이라이트가 없다. 터져야 할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여 음악적 여운을 오래도록 남겨준다. 이러한 조지 마틴 스타일의 편곡은 다음 트랙 [Another Try]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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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영화 <필라델피아>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인 닐 영의 [Philadelphia] 도입부를 듣는 순간 [Another Try]가 떠올랐다. 애청곡 [Lonely People]의 먹먹한 여운이 끝나기 무섭게 비틀스의 환생 같은 [Mad Dog]이 흘러나온다. 슬픈 우화 [Hollywood], 폴 매카트니의 창법이 떠오르는 [What Dose It Matter]가 모여 ((Holiday))의 신화를 완성한다.
1970년대 말까지 10장의 앨범을 발표한 아메리카는 1980년대에도 변함없이 활동을 이어간다. 3명으로 시작한 그룹은 댄 피크의 탈퇴로 인해 게리 베클리, 듀이 부넬 듀오 체제로 축소된다. 그럼에도 이들은 디스코와 신스팝의 물결에도 쉬이 흔들리지 않는 초기의 음악성을 지켜냈다. 브리티쉬 포크와 어메리칸 포크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Holiday))는 내 음악인생의 핍진한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