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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소어쿠스틱스 내한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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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오디오 관련 뉴스는 항상 필자의 이목을 끌기 마련이다. 신제품 뉴스부터 리뷰 그리고 일반인들의 사용 후기까지 모든 것이 흥미롭다. 종종 뉴스 같은 경우 국내에 기사로 소개하기도 하는데 이목을 끄는 것은 역시 기술적인 부분이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전 버전의 기술을 약간 응용해 많은 진보를 이룬 것 마냥 소개하는 경우도 있고 때론 완전히 새로운 소재와 신기술로 무장한 경우도 있다. 오디오 기기가 발전해야 얼마나 발전하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일부 기술은 우주항공, 군사, 의료 및 기타 첨단 산업에서 넘어온 기술이 발견되기도 하는 등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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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액세서리 분야는 언제부턴가 상당히 많은 제조사와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사용되던 기술을 오디오 제품에 적용한 아이디어는 특히 흥미롭기도 하면서 그 효과가 큰 경우가 많아 유심히 본다. 최근 발견한 특이점 중 하나는 아이소어쿠스틱스라는 브랜드의 제품이다. 일반 오디오파일부터 리뷰어들까지 아이소어쿠스틱스의 진동 제거 액세서리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마르텐이나 PSB, 다인오디오, 메릴 오디오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하이파이 오디오 제조사에서 아이소어쿠스틱스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최근 놀란 사실 하나는 PSB의 T600 스피커를 리뷰할 때였다. 스피커의 전반적인 크기와 디자인을 살펴보기 위해 가까이 갔는데 스피커를 받치고 있는 발이 일반적인 제품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아이소어쿠스틱스의 제품이었다. 알고 보니 PSB와 협력 하게 OEM을 통해 공급받아 스피커에 기본으로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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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소어쿠스틱스의 시작

궁금하던 차에 아이소어쿠스틱스 담당자가 방한했다는 소식을 듣고 디스트리뷰터인 케이원 AV에 간만에 방문했다. 윌슨오디오, 볼더, 킴버, 패토스 등 다양한 제품을 국내 유통하고 있는 케이원 AV가 아이소어쿠스틱스 디스트리뷰터인 것도 처음 알았다. 이윽고 쇼케이스가 시작되었고 브랜드의 출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출시했던 제품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개발자는 아니지만 나름 충실한 설명이 곁들여졌는데 온라인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흥미로운 내용들도 있었다.

아이소어쿠스틱스의 시작은 대표 데이브 모리슨부터 시작이다. 그는 원래 캐나다 방송국 CBS를 위한 방송 센터를 디자인하는데 참여했던 설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건물이 매우 특이한데 무려 172만 평방 피트 부지에 지어졌던 대형 건물이다. 그는 이 곳에서 스피커 시스템을 격리하고 제어하는 솔류션을 찾는 일을 했고 이 과정에서 커다란 영감과 노하우를 얻었다고 한다. 이 건물은 건물 전체가 지하 4층 정도 깊이에 위치한 암반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암반 위에 건물 및 그 안의 장비, 사람 등 모든 것을 완벽히 그 주변의 진동으로부터 격리시켜야했다. 설계 팀은 이를 위해 무려 3천 여 개의 진동 격리 패드를 설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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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데이브 모리슨은 진동 격리에 대한 깊이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얻었고 이를 다른 곳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그가 집중해왔던 스피커에 대한 진동 격리에 관한 것이었다. 처음은 스튜디오에 사용하는 스피커에 진동 격리를 시켜주는 스탠드 개발이었다. 여기서 그는 측정을 통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다름 아닌 캐나다 오타와의 NRC, ‘National Reseach Council’과 협력한 것이다. 앞서 아이소어쿠스틱스의 파트너 중 PSB가 선도적으로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PSB의 폴 바튼은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 중 NRC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스피커를 개발하는 제작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폴 바튼과 나중에 하만에서 일하게 되는 NRC의 플로이드 툴 박사와 인연은 PSB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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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를 넘어 가정용 하이파이로

스튜디오에서 많은 엔지니어들이 믹싱 모니터링 작업이나 마스터링시 발생하는 문제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데이브였다. 그리고 이런 진동 문제들이 사운드에 미치는 영향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다양한 스튜디오와 유명 엔지니어들에게 대안이 될만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었고 그것이 아이소어쿠스틱스의 시작이었다. 단지 진동을 저감시킨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음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지만 음향은 전기와 진동의 싸움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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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이소어쿠스틱스는 매우 가정용 오디오를 위한 진동 격리 제품들을 개발해나가면서 그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군은 아마도 가이아(Gaia)일텐데 이번 쇼케이스에서도 선보였다. 이 외에 가이아-타이탄, 오레아(Orea), 이 외에 아페르타(Aperta) 등 다양한 아이솔레이터가 선보였다. 뿐만 아니다. 턴테이블이나 시디피 등 모터를 채용하고 있어 진동 저감이 절실한 제품들을 위해 커다란 판형으로 만든 진동 저감 플랫폼 델로스(Delos) 및 자젠(zaZen) 같은 제품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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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품에 대한 테크니컬 관련 설명도 흥미로웠다. 사실 내부를 열어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느 정도 그 기술적 특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몇 개의 러버와 스프링을 이용한 듯한데 핵심은 그것들의 배치다. 가이아 같은 경우도 전면과 후면을 구분지어 놓을 볼 때 내부 부품의 배치 360도에 걸쳐 동일하지 않다는 것의 반증으로 보인다. 아무튼 아이소어쿠스틱스 담당자는 자사의 제품에 대한 측정치를 공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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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치는 단 한 장이었는데 그나마 이 제품의 기술적 특징을 한 눈에 알아보기 좋은 지표가 되어 주었다. 예를 들어 일반 스파이크를 적용했을 때 그리고 스피커를 번지 점프 시키듯 공중에 메달아 놓았을 때, 마지막으로 아이소어쿠스틱스를 적용했을 때의 진동에 관한 측정 그래프였다. 측정을 시행한 곳이 중요한데 역시 그들이 협력하고 있는 NRC에서 측정한 자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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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레이저 스캔 바이브로메트리를 통한 진동 측정 결과도 흥미로웠다. 이 기술은 정밀 의료기기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다. 이 분야 관련 의료진을 알 수도 있는데 CT, 초음파 없이 소리의 파동 변화를 측정해 혈류를 분석, 환자의 상태를 체크, 진단해내는 데 활용되는 기술. 국내에서도 모 제약회사가 미국 업체와 함께 개발한 적이 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해 진동을 측정한 결과도 흥미롭다. 아이소어쿠스틱스 제품을 적용했을 때 다양한 진동 지점의 진동이 확실히 저감된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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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비교 체험

이번 쇼케이스는 사실 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스피커 혹은 앰프나 소스 기기라면 음악을 들어보면서 그 퀄리티를 알아볼 수 있지만 이런 유의 액세서리는 그런 체험이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 아는 기기들이긴 해도 평소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매칭, 세팅이기 때문에 액세서리로 인한 차이를 포착해내기 힘들다. 그런데 주최 측에서 흥미로운 세팅을 통해 이 액세서리의 성능을 알아볼 수 있게 세팅을 해놓았다.

다름 아니라 비교가 가능하도록 세팅한 것인데 아이디어가 좋았고 아이소 어쿠스틱스에서 공수해온 액세서리가 한 몫 했다. 우선 스피커는 소너스 파베르 올림피카 III를 준비해놓은 모습. 한 조가 아니라 두 조인 것은 한 조의 경우 기본으로 제공되는 스파이크를 장착해놓았고 도 한 조는 스파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아이소 어쿠스틱스의 가이아를 장착해놓은 모습이다. 이 스피커를 드라이빙하는 파워앰프는 오디오 리서치의 160S 스테레오 파워앰프. 채널당 KT150 네 발을 사용해 푸쉬풀 구동하는, 140와트 출력의 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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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소 어쿠스틱스 성능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기지가 발휘됏다. 파워앰프와 스피커 두 조 사이에 일종의 스피커 셀렉터를 배치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별도의 컨트롤러가 세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리모트 컨트롤로 스피커 A, B조를 그 때 그 때 번갈아가면서 실시간으로 그 음질을 비교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A, B 스피커 전환시 전혀 시간 간격 없이나 딜레이 없이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 심지어 음악 재생 중에 재생 스피커를 전환 시켜도 거의 잡음 없이 전환이 되어 비교 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졌다. 물론 스피커 사이의 위치 차이가 생기는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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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앰프는 오디오 리서처 레퍼런스 10, 소스 기기는 ROON 누클리어스를 코어로 사용해 dCS 바르톡으로 시연했다. 사실 아무리 AB 테스트 시스템을 제대로 설치했더라도 낯선 환경에서 낯선 매칭으로, 그것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테스트해서 이런 액세서리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내긴 힘들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그 차이는 꽤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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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스팅의 ‘Fields of gold’ 같은 경우 보컬이 더 자연스러운 음상으로 그려지고 소리가 더 탄력적이며 공간에서 오는 일종의 앰비언스 표현이 두드러졌다. 반대로 아이소 어쿠스틱스 가이아를 배제한 스피커로 들어보면 살집이 빠지고 소리 표면이 건조하게 느껴진다. 다소 딱딱한 소리가 재생되며 스피커가 그려내는 음장의 후면에 지저분한 잔상이 끼어들어 무대를 다소 거칠게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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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같은 곡도 아이소어쿠스틱스 가이아를 적용했을 때 리듬 악기들이 탄력적으로 리듬감을 잘 타면서 추진력 넘치게 흘러나왔다. 가이아를 뺀 스피커에선 추진력이 빠지면서 페이스가 처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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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존스의 ‘No sanctuary here’ 같은 곡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개 진동을 제거해준다고 광고하는 제품들의 경우 오히려 소리의 살집이 심하게 제거되어 건조하고 뻣뻣한 사운드를 재생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소 어쿠스틱스의 가이아를 적용했을 경우 오히려 소리에 활기가 돋아 싱싱하고 무대도 더 투명하며 소리의 이음매가 자연스러워졌다. 요컨대 음악의 에너지가 더 풍부하게 전달되어 시쳇말로 음악 듣는 맛이 배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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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가 끝나고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이름이 붙으면 일상의 그저 흔한 소품들도 가격이 몇 배 오르곤 한다. 진짜 정밀한 설계와 분석을 통해 도출한 성과를 도입해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도 있지만 어떤 경우엔 별다른 근거 없이 그저 오디오 용도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허울 좋은 액세서리들도 많다. 그 중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다름 아닌 진동 제어용 아이솔레이터들이다. 하지만 오디오에서 가장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역할을 하는 것들일수록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발견하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더 정밀한 설계와 계측을 통해 증명해야만 하는 분야다. CBS 시절부터 스튜디오용 액세서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파이 오디오라는 활주로에 연착륙한 아이소어쿠스틱스는 계측과 설계는 물론 그 성능까지 이를 충분히 입증한 흔치 않은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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