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를 유발하는 스피커들이 몇 개 있다. 일반적인 설계는 아니고 예를 들어 트위터는 리본이나 AMT 같은 평판 드라이버를 채용한 스피커들이다. 피에가, 핑크팀, 오디오벡터 같은 브랜드들이 생각난다. 또 하나는 커다란 페이퍼 우퍼다. 스피드가 빠르고 짧게 소리를 끊어내는 쪽보단 조금 느리더라도 풍성하고 푸근한 사운드를 내주는 페이퍼 미드, 베이스 우퍼가 당긴다. 음원보다 엘피를 듣는 데 더 어울리는 시스템을 하나 더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인클로저는 너무 무겁고 단단한 것보단 조금 숨 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저음 반사형도 좋고 백로드 혼 같은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광대역, 고해상도에 더해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품이 넓고 온도감이 좋은 특성들이 결합된 소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로스오버는 단순하되 임피던스나 감도가 좀 높은 스피커여서 소리가 쉽게 터져 나오고 소출력 진공관 앰프와 매칭이 좋았으면 좋겠다. 드보어 피델리티, 아방가르드 또는 WHT 같은 스피커들의 소리가 생각난다.
이런 상상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버메스터를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B38이라는 스피커로 트위터는 AMT를 사용하고 17cm 유리섬유 미드에 32cm 구경의 페이퍼 샌드위치 우퍼를 사용했다. 주파수 대역은 37Hz에서 33kHz. 감도는 86dB로 높지 않아서 좀 아쉽다. 하지만 직접 들어보니 아주 고급스럽고 고운 소릿결이 나오는데 저역은 저 뒤에서 두둥 ~ 자극 없이 편하면서 포만감이 좋은 소리를 내준다. 설계나 소리에 대해 좀 더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간만에 매력적인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