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워스앤윌킨스가 백화점에 진출한 건 제작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미 다른 오디오 브랜드도 종종 백화점에서 볼 수 있었지만 바워스앤윌킨스의 하이파이 스피커 라인업이 백화점에 있으니 나름 신선했다. 사실 백화점에 오디오 브랜드가 입점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골드문트 등 여러 브랜드의 국내 수입원이 진출한 적이 있었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오디오는 곧잘 어울리기도 하고 명분도 있으니까. 하지만 초고가의 하이엔드 제품들을 선뜻 백화점에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한편 바워스앤윌킨스의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롯데 백화점 본점에서 청음실 안에 자리잡아놓은 801D4는 제법 잘 어울렸다. 가격대가 절대 저렴한 모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품들이 즐비한 곳에서 이 정도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모델들이다. 플래그십 외에도 805D4 그리고 700 시리즈 및 포메이션 듀오 같은 모델이라면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에게 꽤 어필할만한 면이 많다.
다들 하는 말이 있다. 평소엔 기껏해야 블루투스 스피커나 요즘 유행하는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전통적인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으면 놀라곤 한다. 패시브 하이파이 스피커와 앰프,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듣는 음악은 무대를 훨씬 더 실제처럼 구현해주니까 당연한 이야기.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이런 하이파이 시스템을 접할 수 있는 오디오 전문 매장들이 일반인들에겐 가까우면서도 좀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접근성에 있어서 아무래도 편안하게 구경해도 되는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하이파이오디오 대중화에 있어 훌륭한 접점이 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번엔 801D4 시그니처 에디션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미드나잇 블루 마감과 캘리포니아 벌 마감 두 대가 모두 있었다. 미드나잇 블루는 도회적이고 차갑지만 조금 세련된 이미지. 캘리포니아 벌 마감은 중후하고 자연적인 문양이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캘리포니아 벌 마감이 정말 멋지다고 느꼈다. 음질 부분에서도 일반 모델보다 좀 더 음악적인 울림이 가미되어서 마음에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를 직접 구입해 사용한 건 꽤 오래 되었는데 이번 시그니처 에디션은 탐이 난다. 이후에 900 시리즈 같은 게 나오더라도 한정판이라는 존재는 적어도 10년은 유효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