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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칸토가 정의한 마스터 음원의 민낯

벨칸토 e.One DAC 2.8

DAC2.8 thumb

네트워크 스트리밍과 USB DAC

최근 출시되는 디지털 소스 기기의 경우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압도적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격세지감일 정도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플 뮤직이 국내 상륙했고, 몇 년 전 스포티파이까지 국내 정식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의 두 개 공룡이 무사히 국내 음악 시장에 연착륙했다. 더불어 유튜브 뮤직의 기세는 두 공룡을 압도하고 있다. 이 외에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들은 좀 더 높은 음질의 타이달, 코부즈 등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내 정식 서비스 론칭이 되지 않고 있지만, CD를 리핑 한 WAV 파일을 듣지 않는 이상 타이달과 코부즈의 음질과 편의성을 이길 서비스는 현재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elcanto DAC 2.7

이런 추세에 맞추어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대한 관심과 소비는 이어지고 있지만, 되레 네트워크 렌더러와 USB DAC의 출시는 주춤하다. 일체형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어도 적당한 가격대의 USB DAC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오렌더 뮤직서버 같은 제품이 있어 USB DAC와 매칭해 사용하곤 하지만, 올인원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강세와 함께 USB DAC의 출시는 시들해진 인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USB DAC의 쓸모는 정말 많다. 예를 들어 책상에서 PC와 DAC를 연결해 음악을 듣는 경우, USB DAC 하나만 있다면 별도의 네트워크 렌더러가 필요가 없다. 되레 리모트 앱으로 조정하는 게 더 불편하다. 물론 PC로부터 인입되는 노이즈를 절감할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DAC가 내장된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벗어나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다면 별도의 네트워크 렌더러 혹은 뮤직 서버를 두고 DAC를 추가로 구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렇다면 USB DAC는 과연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일단 USB 입력단은 비동기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 기본이다. DAC 칩셋은 ESS나 AKM, TI 버브라운 등 다양하다. 더불어 R2R 멀티 비트 칩셋을 사용하는가 하면, 고가의 경우 직접 저항을 사용해 제작, 투입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엔 중국 브랜드에서 워낙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의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엔트리급을 폭격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영미권 제품 중 쓸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중, 저가에선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주로 영국의 코드 일렉트로닉스, 케임브리지 오디오 등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bel canto c6i dac28 1

벨칸토 디자인

그중 또 하나의 DAC가 눈에 들어온다. 중저가 제품군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들어본 독립적인 USB DAC 중에서 기억에 남는 기종 중 하나다. 미니애폴리스 출신 벨칸토(Bel Canto)는 존 스트론저(John Stronczer)라는 걸출한 엔지니어가 설립한 브랜드. 과거 국내에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았을 당시부터 필자는 벨칸토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다. 당시 막 이슈를 뿌리고 있던 클래스 D 증폭 앰프들을 벨칸토에서 출시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눈에 들어왔던 클래스 D 앰프들은 벨칸토 외에 와이어드 4 사운드 정도였다. 뱅앤올룹슨 모듈을 장착한 제품들로서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려는 진보적인 집단이었다.

belcanto asc mps

벨칸토 디자인의 노력은 결국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초창기 진공관 앰프를 만들면서 체득한 탁월한 배음 특성에 더해 더 높은 해상력과 다이내믹 레인지를 갖는 앰프를 만들려 했던 존 스트론저. 결국 그는 클래스 D와 디지털 관련 기술 연구를 통해 ASC1과 MPS1 조합을 만들어냈다. 입력된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고 고정밀 마스터 클럭을 통해 위상 오차와 그로 인한 지터를 극단적으로 낮추었으며, 프리에서 파워로 가는 신호는 ST 광 통신으로 해결했다. 시그널 이동 간에 있을 수 있는 왜곡, 노이즈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이로써 stereophile 등 해외 유수의 하이엔드 매거진의 극찬을 얻어낸 바 있다.

bel canto c6i dac28 3

블랙 시리즈로 이젠 베테랑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의 반열에 우뚝 올라선 벨칸토. 그들은 블랙 시리즉 개발 당시 얻은 노하우를 e. One 시리즈에 수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시된 제품 중 하나가 바로 DAC 2.8이라는 USB DAC다. 우선 DAC 2.8은 일반적인 거치형 제품보다 전면 너비가 작아 앙증맞아 보이지만 특유의 묵직하고 남성적인 디자인을 보인다. 인터페이스는 매우 간단하다. 일단 USB 입력 외에 광, 동축, AES/EBU 입력 등 가정용 시스템에서 필요한 디지털 입력단은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섹션엔 펨토 마스터 클럭을 적용해 비동기 방식으로 정밀 작동하게 설계했다. 이는 무려 1/천조 정도의 클럭 정밀도로서, 클럭 오차로 인한 왜곡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HDR Core

내장 DAC는 PCM1792 칩셋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입력된 디지털 신호는 24/192 PCM까지 모두 대응한다. 다만 DSD 음원 재생은 불가능하다. 존 스트론저의 경우 DSD가 PCM 신호에 비해 음질적으로 더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입력된 디지털 신호는 모두 24/192 수준의 PCM 신호로 업샘플링한 후 DA 변환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HDR 코어의 핵심 중 하나다. 한편 아날로그 입력도 RCA 한 조를 지원한다. 단, 아날로그 입력 신호 또한 24/192 신호로 변환되어 벨칸토의 HDR 코어를 거친 후 다시 아날로그로 변환, 출력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bel canto dac28 back new 1

출력은 RCA 및 XLR 두 조를 지원하는데, 출력 전압은 RCA가 2.2V, XLR은 4.4V로 정확히 두 배다. 더불어 본 제품엔 디지털 볼륨이 내장되어 있어 파워앰프 혹은 액티브 스피커와 직결이 가능하다. 볼륨은 0.5dB 스텝씩 증감하며 최대 100dB까지 높일 수 있는 형태다. 이 외에 컴포넌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원부의 경우 듀얼 모드로 작동하는 저(低) 노이즈, 고효율 전원부를 채용하고 있는 모습. 또한, 헤드폰 앰프를 내장해 책상 위에서 늦은 밤 음악을 즐기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Bel Canto e.One series min

청음

벨칸토 e.One DAC 2.8 프리앰프의 테스트엔 같은 e.One 시리즈 라인업에 속한 다른 벨칸토 제품들을 모두 동원했다. 일단 벨칸토 Stream2 프리앰프 겸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했고, 파워앰프는 REF601M 모노블록 파워앰프를 활용했다. 마지막으로 스피커는 Bowers&Wilkins의 805 D4를 투입했다. 가정용 스피커 브랜드 중 최대한 스튜디오 모니터 성격을 갖는 스피커를 통해 벨칸토 사운드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해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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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칸토 사운드의 특징 중 하나라면 전 대역에 걸쳐서 맑고 편타 없는 균형감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디자인은 각지고 차갑게 보이지만, 음악을 재생하면 편안함을 주는 정확한 토널 밸런스 덕분에 음악과 음질에 대한 신뢰가 생기며, 이런 바탕 위에서 비로소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16/44.1이나 24-bit나 끊김 없이 조용히, 정교하게 재생해 내면서 플랫하고 깨끗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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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의 바디에서 울리는 공명은 녹음에 담긴 이후 오디오에 의해 또다시 공명한다. 때론 그러한 소리가 악기의 배음을 왜곡해 더 매력적인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벨칸토는 본래 전달받은 신호를 그대로 확대, 복사, 증폭하는 듯 일체의 윤색을 더하지 않고, 맑고 상쾌하게 해석한다. 에지 있고 깔끔함 소리인데 너무 서늘한 방향으로 흐르진 않아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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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가 빠르고 타악의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녹음들을 재생해 보았다. 아무래도 하프 사이즈에서 이런 곡들의 다이내믹스가 축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벨칸토의 경우 효율적인 전원, 클럭 설계를 통해 작은 면적 안에서 충실한 회로를 완성한 듯하다. 소리의 강약 조절이 절묘하며, 특히 약음, 작은 효과음도 섬세하게 청각을 자극하면서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준다. 과도하게 밝거나 탈색되진 않으며, 예상보다 무게 중심이 더 낮아 편안하면서 해상도 높은 소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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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잡혀있고 무게 중심도 높지 않아 차분한 편이며, 높은 해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고해상도 시스템이다. 여기에 더해 전후 거리가 충분히 깊게 펼쳐지는 무대 표현력은 멀리서도 음악적 감흥의 밀도가 떨어지지 않게 해준다. 요즘 유행하는 R2R DAC 같은 조금은 묵직하고 도톰한 질감 위주의 사운드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리하고 차가운 델타 시스마 모듈레이션의 그것과도 조금은 거리가 있다. 편안하면서도 내줄 소리를 다 내주는 노련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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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벨칸토 시스템과 Bowers&Wilkins로 세팅한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얼마 전 보았던 부천 필하모닉이나 콜레기움 보칼레, 뮤지쿰 서울의 공연이 떠오른다. 요즘 출시되는 제품들이 성능, 스펙은 훨씬 더 높아졌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악기들의 생동감, 묵직한 에너지, 앰비언스 표현은 되레 약화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밀하고 정확한 디지털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정교해진 음원 처리 과정에서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그런 면에서 벨칸토는 어떤 지나친 치장이나 화려함 같은 건 없지만 표준적인 사운드로 인해 무척 정직하게, 그러나 마스터 원본의 해상력을 최대한 왜곡 없이 전해주는 DAC였다. 스피커, 파워앰프 모두 중요하지만, 소스 기기에서 잃어버린 정보량을 충실히 전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건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새롭게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벨칸토 e.One DAC 2.8은 벨칸토가 정의한 마스터 음원의 민낯을 선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사양

24bit Data at 192KS/s: AES XLR, SPDIF BNC/RCA, TOSLINK, USB
Master Clock noise: 0.07 picoseconds RMS
Maximum Output: 4.5Vrms balanced XLR, 2.25Vrms RCA
Output Impedance: 200 ohms balanced XLR, 100 ohms RCA
Frequency Response: 20 Hz-20 KHz, +/- 0.5dB
THD+N: <0.001%, 1KHz
Output Noise: 3.3uVrms A-weighted 20Hz-20KHz
Dynamic Range: 124dB A-weighted 20Hz-20KHz
Maximum Input: 2.5 Vrms RCA
Input Impedance: 12K ohms RCA
THD+N: 0.003%, 2.5Vrms in, 1KHz
Dynamic Range: 110dB, A-weighted 20Hz-20KHz
Headphone Output:
Current and Voltage Level: 4.5Vrms, 300mA
THD+N: 0.0015%, 1KHz
Output Noise: 3.3uVrms, A-weighted 20Hz-20KHz
Power Usage On: 8W
Power Usage Off: 0.0W
Power Requirement: 100-120VAC, 220-240VAC 50/60 Hz
Dimensions (WDH): 8.5″ x 12.5″ x 3.5″
Weight: 14 lbs.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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