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말부터 시청실 생활을 시작해서 이제 거의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집에서 시스템 운영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좀 넓은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싶었고 리뷰를 위한 테스트 공간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했던 일이다. 시청실 생각이야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금전적인 이유로 오래 동안 꾹 참다가 그제야 실행에 옮긴 것. 처음엔 월세며 관리비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어찌어찌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새로 기기 셋업하고 음악 듣는 재미에 푹 빠져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시스템은 두 개고 때에 따라서 리뷰용 테스트 시스템이 들어오면 추가되었다가 빠지곤 한다. 첫 번째 시스템은 락포트 Atria를 중심으로 클라세 Delta CP-800MKII 프리 그리고 패스랩스 XA60.5 모노블럭이다. 소스 기기는 Wcore 룬코어에 Wstreamer 네트워크 플레이어 그리고 동축으로 빼서 MSB Analog DAC로 듣는다. Atria가 워낙 음결이 곱고 단단하며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나 토널 밸런스 왜곡이 적은 스피커여서 음악 감상은 물론 리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측정 및 룸 어쿠스틱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분도 하이엔드 스피커 중에선 매지코와 함께 락포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또 하나는 윌슨 Sasha 스피커를 중심으로 세팅했다. 앰프는 두 종류 제품을 때에 따라 매칭해 사용한다. 하나는 웨이버사 Wslim Pro로 네트워크 앰프인데도 불구하고 Sasha를 멋지게 드라이빙한다. 말이 올인원 앰프지 웬만한 분리형 뺨치는 수준의 앰프 겸 소스 기기다. 정말 편하게 음악을 들을 땐 그냥 며칠씩 이 조합으로 듣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얼마 전 영입한 라인 마그네틱 LM-219 Plus다. 845, 클래스 A 인티앰프로서 최근 몇 년간 들었던 앰프 중 가장 충격적인 사운드를 내준다. 진공관 앰프 특성상 앞으로 진공관 교체를 통해 한층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 같다.
소스 기기는 일단은 Wcore, Wstream, MSB Analog를 공유하고 있는데 조만간 별도의 소스기기를 셋업할까 생각 중이다. 또 하나의 소스 기기로 마란츠 SA10을 사용한다. 이전에도 SA11-S3를 사용했었는데 마란츠 소스 기기는 정말 이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최고의 SACDP다. 마란츠 메커니즘을 사용해 만드는 하이엔드 SACDP들 가격표를 보면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여유 있으면 메트로놈 AQWO 제품을 쓰고 싶긴 하다. 최근 들어본 SACDP 중엔 최고였다. 이 외에 아날로그 소스 기기는 나의 애장기 트랜스로터 ZET-3MKII고 카트리지는 다이나벡터 DV20XH 그리고 골드링 1042 등 두 개를 사용한다. 요즘 하나 카트리지의 Umami Red나 Blue가 자꾸 눈에 밟힌다.
진공관 앰프가 또 하나 있다. 아직 짝을 못 찾았지만 감도가 좀 높고 드라이빙이 쉽고 소리가 술술 터져 나오는 스피커를 매칭해볼까 생각 중이다. 드보어 피델리티가 물망에 올랐었는데 매물이 없어 포기. 가격도 좀 많이 오른 것 같다. 아니면 리바이벌 오디오 Atalante 5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베스나 스펜더도 떠오르고 탄노이, 파인오디오 같은 것도 좋을 것 같긴 하다. 이미 두 조의 시스템이 있으니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세 번째 시스템 욕심도 난다. DAC 혹은 턴테이블은 하나씩 더 있으면 편리할 것 같고.
1년 사이 정말 고민도 많이 되고 해서 한 때는 왜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일단 두 개의 레퍼런스 오디오 시스템은 모두 나의 사비로 구입해서 운용하다보니 출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이만하면 됐다 싶다가도 부족한 점들이 발견되면 견디지 못하고 업그레이드를 하게 된다. 그냥 수입사에 부탁해서 대여해서 들어도 그만이고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리뷰어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자신의 음향적 기준과 취향이 반영된 소리를 만들 수가 없다. 그냥 보여주기 식일 뿐.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기에 거의 대부분은 사비로 시스템을 운영하다. 힘들지만 보람도 큰 이유가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절반의 완성지만 소리라는 게, 오디오라는 게 항상 그렇듯 끝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