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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그리고 Wslim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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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사람이 환경을 바꾸어 자신의 목적에 맞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환경이 사람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꾸어놓기도 한다. 삶은 환경과 사람의 끝없는 싸움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환경이 바뀌면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어떤 부분은 양보해야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타협 없이 의지를 지키느라 온몸이 뻐근하다. 게다가 루틴이 바뀌면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에 적응한다는 건 여전히 힘들다. 아니, 나이가 들수록 더욱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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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에 걸쳐서 계속 보완하고 세팅도 바꾸어보았지만 어쩐지 나의 마음엔 들지 않았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룸 어쿠스틱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단 매칭 부분에서 사샤와 패스는 일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발견된다. 오디오파일의 숙명인 매칭 변경 시간이 되었다. 맑고 투명하며 아름다운 잔향을 가진 패스랩스 XA60.5를 다시 락포트에게 돌려주고 새로운 앰프를 사샤에게 짝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시기…새로운 앰프를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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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들어온 앰프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slim Pro다. 웨이버사 신제품은 오랜만이다. Wamp 시절 처음 듣고 깜짝 놀랐고 이후 Wdac 및 Wphono, Wcore 등 많은 기기를 사용, 리뷰해왔다. 이 외에 Wslim lite가 생각난다. 책상 위에서 또는 서브 시스템에서 활약했다. 이후 Wslim Pro가 나왔지만 까맣게 잊고 있다가 웨이버사가 생각난 건 순전히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스피커 사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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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패스랩스는 좋은 앰프다. 그 산 속의 지하수처럼 청명한 음색은 매우 칭찬할만하며 최신 기술이 녹아든 앰프들도 이런 소리는 잘 나지 않는다. 게다가 은은한 잔향은 음악 듣는 맛을 몇 배고 북돋운다. 약음 표현이 뛰어나기 때문에 해상도,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뛰어나고 특히 소편성에서 대편성까지 자택에서 별 문제 없이 잘 버텨왔다. 그러나 공간이 넓어지니 약점이 드러난다. 좀 더 힘 있게 밀어줄 때와 사그라질 때가 명확했으면 좋겠고 사운드 스테이지도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샤는 그런 맛으로 들어야 좋다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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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lim Pro는 이런 나의 매칭에 관한 목마름을 단번에 해소해준다. 일단 일체형 올인원 앰프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힘을 과시하며 사샤를 들었다 놨다 휘어잡는다. 패스랩스보다 좀 더 밝고 명랑하며 경쾌한 리듬으로 질주하는 추진력이 좋다. 잔잔하고 편안하게 세단을 타다가 스포츠카로 갈아탄 느낌이랄까? 공간을 더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로 채우면서 사샤의 숨겨진 진면모를 이끌어낸다. 도미니크 피스 아이메의 ‘Birds’를 듣다가 바닥이 힘 있게 짓누르며 끌고 나가는 Wslim Pro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퇴근해야하는데 한참을 음악을 듣다 퇴청했다. 오늘은 또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시청실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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