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달의 급부상, 고음질 스트리밍의 새 바람
메리디안 Sooloos 출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에노 반더미어를 중심으로 Roon이라는 새로운 살림을 차려 출가한 사이, 세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었다. 여러 전통적인 하이파이 메이커들이 네트워크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조류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새로운 IT 관련 회사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루민(Lumin) 같은 브랜드는 모기업 픽셀 매직 시스템즈가 단 2년 만에 개발해 세계 최초로 DSD 음원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플레이어 A1을 내놓아 오디오파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국내에서는 위디어랩이라는 회사가 오렌더를 탄생시킨 시기와도 맞물린다. 그리고 북미 지역에서는 렌브룩 산하 블루사운드가 기지개를 켜면서 BluOS라는 탄탄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었다.

한편 온라인 스트리밍 부문에서 일반 대중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오디오파일들은 온라인 스트리밍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달(Tidal)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초창기부터 고음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갔다. 2008년 노르웨이에서 Aspiro라는 회사로 시작한 이후, 노르웨이 회사와 협력해 WiMP 음악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4년 공식적으로 Tidal 브랜드로 영국과 북미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제이지(Jay-Z)가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비욘세, 마돈나, 칸예 웨스트 등이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뮤지션들의 입장에 선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메리디안 DNA가 만든 생태계
흥미로운 것은 2016년경 타이달의 행보였다. 원래 무손실 음원을 서비스하던 고음질 스트리밍의 선구자 타이달은 새로운 코덱을 받아들인다. 바로 MQA(Master Quality Authenticated)가 그 주인공이다. 24bit/96kHz 이상 고해상도 음원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타이달에게, 음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압축 기술로 파일 크기를 크게 줄이는 MQA의 기술은 기발했다. 대중성과 음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던 당시 타이달에게 MQA는 대단히 매력적인 포맷인 것은 분명했다.
당시 메리디안 Sooloos 출신 엔지니어들이 만든 Roon도 외부 스트리밍 서비스로 Tidal을 점찍은 상태였다. 여기서 다시 메리디안이 등장한다. MQA는 다름 아닌 메리디안의 설립자 중 한 명인 밥 스튜어트(Bob Stuart)가 메리디안 CTO에서 물러난 이후 설립한 디지털 오디오 기술 회사였다. 급변하는 역사 속에서 메리디안은 하드웨어 혁신의 기반을, Roon Labs는 사용자 중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보급했다. 그리고 MQA는 스트리밍 시대의 고해상도 솔루션을 제공하려 했고, 그 씨앗은 Tidal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 안에 깊게 녹아들기 시작했다. Roon, Tidal, 그리고 MQA까지 메리디안의 DNA는 가지를 쳐나갔다.

MQA의 오리가미? 마스터 음원을 접다
MQA의 기본 인코딩 과정은 상당히 기발했다. 24bit/96kHz, 192kHz 음원은 스튜디오 퀄리티의 해상도(대역폭 및 다이내믹 레인지)를 가지고 있지만 용량이 너무 커 당시 스트리밍 환경에서는 여러 제약이 따랐다. MQA는 96kHz, 192kHz 등의 음원에 대해 캡슐화 방법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96kHz 음원이라면 이론상 최대 고역 한계가 48kHz다. MQA는 초고역 부분 정보를 노이즈 플로어 근처의 낮은 대역으로 숨겨 넣어 파일 용량을 CD 크기 정도로 급격히 줄이는 인코딩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이를 MQA는 오리가미(Origami), 즉 종이 접기에 비유하면서 계층적인 압축 기법의 묘미를 자랑했다.

그렇다면 스트리밍 단계에서 어떻게 원본 96kHz 샘플링 음원을 재생할 수 있을까? 그 디코딩 과정은 압축 인코딩 과정의 역으로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으로 디코딩 능력이 있어야 하고, 하드웨어도 MQA 인증을 받아 MQA를 지원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당시 많은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단계에서 MQA 풀 디코딩을 위해 MQA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이 기능을 지원하기 바빴다.
MQA는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했지만 여러 저항과 난제에 부딪쳤다.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라이선스 비용 부담에 대한 저항이 거셌고, 폴딩 기술(Origami)의 실효성 논란 등에 휩싸였다. MQA는 높은 주파수 정보를 손실 압축 방식으로 숨기고 재구성하는 기술인데, 풀 디코딩을 해도 원본 파일과 비교해 왜곡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스터 음원의 무결성을 100%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여러 논란 끝에 MQA는 2023년 4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렌브룩, MQA의 미래를 품다
하지만 MQA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MQA는 대중에게 공개한 코덱 외에도 축적된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렌브룩(Lenbrook)은 2023년 9월 MQA의 자산을 인수했다. 렌브룩은 MQA 인수 후 MQA Labs를 만들어 기존 MQA 코덱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새롭게 브랜딩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렌브룩은 네트워크 스트리밍 부문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스트리밍 엔진 BluOS는 물론, 하드웨어 제작 능력까지 갖춘 블루사운드, NAD, PSB 같은 브랜드를 소유한 그룹이다.
렌브룩은 MQA 인수 후 AIRIA, FOQUS, QRONO 등의 기술을 블루사운드, NAD, PSB 등 자사 브랜드에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전 MQA가 선보였던 폴딩 기술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필터와 전송 코덱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MQA Labs로 재출범하면서 이를 하나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MQA Labs에서 선보인 주요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MQA Labs의 세 가지 무기
첫 번째는 AIRIA로, MQA Labs 출범 이전에 매체를 통해 언급되던 코덱이다. 이전에는 SCL6 또는 MQAir라고 불렸으며, 이름을 AIRIA로 변경하면서 재정비했다. 이는 적응형(adaptive) 전송 코덱으로, 높은 대역폭에서는 무손실로 고해상도 음원을 전송할 수 있고, 대역폭이 부족할 경우 손실 압축 방식으로 전환한다. 무선(Bluetooth/UWB)이나 모바일 스트리밍 환경에 최적화된 코덱으로, PSB 무선 헤드폰과 블루사운드/NAD 제품에 도입될 예정이다.

두 번째는 FOQUS로, 아날로그-디지털 변환(ADC) 기술의 개선이다. 일반적인 ADC는 고속 샘플링 후 필터를 사용할 때 ‘양자화 시간 번짐(time smear)’과 프리-링잉(pre-ringing), 포스트-링잉(post-ringing)이 발생해 음의 타이밍이 왜곡되고 자연스럽지 못한 소리를 낸다. FOQUS는 이 필터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여 아날로그 신호를 최대한 깨끗하고 자연스럽게 디지털로 변환한다. FOQUS는 이미 NAD Masters M33 V2 스트리밍 앰프에 도입되었다.

세 번째 QRONO 기술은 재생 기기에서의 디지털 오디오 처리 기술로, 시간 도메인(timing) 개선과 DA 변환 최적화 기능을 가진다. QRONO는 Qrono d2a와 Qrono dsd 등으로 나뉘며, 핵심은 시간축 오류로 인한 링잉 현상 보정에 있다. DA 변환 과정에서 임펄스 응답과 투명성을 개선하는 필터 및 노이즈 셰이퍼를 포함하고 있다. 이미 NAD M33 V2, 블루사운드 Node Icon 등 일부 제품에 적용되었다.

렌브룩의 MQA 인수, 독인가 기회인가?
렌브룩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중요시하며 MQA의 핵심 엔지니어와 라이선싱 팀을 유지했다. 다행히 MQA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BluOS 기반 제품(NAD, 블루사운드 등)에 계속 통합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단순히 자사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FOQUS는 자사 브랜드뿐 아니라 ESS 테크놀로지의 ES9823M PRO 칩셋에도 적용되면서 디지털 오디오 전반에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독”이라기보다는 렌브룩에게는 전략적 자산 확보이자 “독보적 기술의 구원(救濟)”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시장 전체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갈리지만, 고해상도 솔루션으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렌브룩 입장에서는 AIRIA 등을 통해 미래 무선·스트리밍 오디오 시장에서 상당한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