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 , ,

QLN 런칭 쇼케이스

qln prestige thumb

음악과 오디오 그리고 스웨덴

음악 산업에서 우리는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빚지고 있다. 오디오파일 사이에 인기가 높은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은 2014년 노르웨이, 스웨덴 합작 회사인 아스피로(Aspiro)가 출범시킨 회사다. 이후 미국의 래퍼 뮤지션 제이지가 인수하긴 했지만 본진은 명백히 유럽이다. 뿐만 아니라 타이달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스포티파이 또한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두고 2008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 뉴욕에 회사를 두고 IT 괴물 애플의 애플뮤직과 경쟁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qln prestige 7

하드웨어 부문으로 시선을 옮기면 스웨덴엔 다양한 굴지의 오디오 메이커가 산재해있다. 오디오에 막 입문할 때 즈음 만난 프라이메어는 스웨덴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중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보우 크리스텐센, 블라델리우스까지 이어지는 패밀리 스토리도 재미있다. 스피커 브랜드 중에선 마르텐을 빼놓을 수 없다. 아큐톤 드라이브 유닛을 활용해 스피커를 만드는 메이커로서 현재도 전 세계에 여러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외에 요르마 같은 케이블 메이커 등 스웨덴은 독자적인 엔지니어링과 예술적 감수성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아마도 최근 몇 년간 하이파이 및 카오디오, 홈시어터 등 전방위적으로 뒤흔든 이름이라면 디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디락 라이브라는 프로그램은 특히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에서 충격을 줄만큼 혁신적이었다. 다양한 개인 공간의 불규칙한 음향 특성을 보정해 정확한 스테이징과 명료한 사운드를 들려준 디락 라이브는 NAD 등을 위시로 여러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에서 채용하면서 미래의 오디오를 앞당기고 있다. 그리고 이를 만든 디락이라는 회사도 스웨덴이다. 북유럽엔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그냥 너스레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qln prestige 1

QLN 스피커

그리고 최근 스웨덴에서 날아온 또 하나의 독특한 스피커 브랜드 하나를 만났다. 바로 QLN이라는 스피커 메이커다. 해외 뉴스나 리뷰를 통해 이미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국내에서 직접 이들의 스피커를 보게 될 줄이야. QLN을 설립한 사람들은 닐스 릴예로스와 라스 큐미클룬드라고 한다. 이 둘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QLN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1979년의 일이다. 이들은 특히 캐비닛 설계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독보적인 기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특히 점탄성 접착제를 사용해 캐비닛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감쇠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qln prestige 6

그리고 한 편에선 매츠 앤더슨이라는 한 꼬마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열다섯 살이라는 약관의 나이에 이미 스피커를 자작하기 시작했고 1979년 열아홉 살 나이에 회사를 차린 후 BBC LS 3/5a 규격의 스튜디오 모니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후 전기공학을 공부하면서도 스피커를 취미로 만드는 일을 계속해 나아갔다. 그리고 캐비닛 소음 제거를 위한 공부를 이어갔다. 때가 왔고 1982년 그는 대학 졸업 후 QLN에 입사했다. 수석 디자이너로서 일하던 그는 1986년 QLN의 소유주 중 한 명이 되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고 했던가? 사실 매츠 앤더슨과 QLN은 서로 알고 있지 못했던 시절에도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가 LS 3/5a 같은 스피커를 만들고 있을 때 QLN도 그와 비슷한 디자인의 QLN1이라는 미니 모니터를 만들어 내놓은 적이 있다. 1979년이라는 당시에 스웨덴에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시간축 정렬 개념을 이 스피커에 도입했다. 1980년대는 QLN One 등 보다 진보적인 스피커 설계가 등장했고 이후엔 1990년대 들어서는 시그니처 시리즈를 통해 QLN의 DNA를 보다 공고히 하는 스피커 설계를 완성해갔다.

qln prestige 9

하지만 한 때 QLN은 같은 스웨덴 오디오 메이커 프라이메어에 일부 지분이 매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매츠 앤더슨은 다시 QLN을 인수해 QLN의 2막 1장을 조용히 준비해갔다. 아마도 이 시기, 정확히는 2013년도 거의 QLN의 재창립에 버금가는 시기였던 걸로 보이는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라인업인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등의 대표 모델도 이 당시 완성되었다. 그리고 시그니처를 중심으로 프레스티지의 경우 One, Three, Five 등 총 네 개 모델을 완성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번 쇼케이스에선 플로어스탠딩 중 가장 상위 모델인 프레스티지 Five를 중심으로 여러 곡들을 들어보면서 QLN 사운드를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QLN의 설계철학부터 살펴보면 가정용 스피커가 갖추어야 기본 덕목에 매우 충실하다. 각 유닛의 시간축 정렬을 위해 전면 배플을 기울여놓은 것이 일단 그렇다. 또한 각 배플 면들이 평행하게 마주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 이는 인클로저 내부의 정재파 생성을 막기 위한 설계로 보인다.

qln prestige 8

마감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마감을 보여주며 캐비닛 자체도 공진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설계가 곳곳에 보였다. 또한 각 스피커의 무게가 40KG이 넘어 날렵해보이는 인클로저 디자인과 달리 꽤 육중했다. 뿐만 아니라 전면 배플의 트위터 주변엔 펠트를 붙여 반사, 회절을 없애려는 시도 또한 이들의 설계철학에 부합하는 면이었다. 특히 캐비닛 진동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자체적으로 상당히 방대한 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캐비닛을 통해 음향 에너지가 전달되거나 또는 저장하거나 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Q보드 등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qln prestige 14

여기서 Q 보드는 일종의 캐비닛 소재로서 그냥 목재를 가공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들 사이에 점탄성 레이어를 만들어넣어 공진을 감쇄시키는 방식이다. 두 개의 고밀도 합판 사이에 점탄성 댐핑 소재를 넣어 진동을 감쇠시키는 구조인데 진동 에너지를 열로 전환시키기도 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여타 메이커들 중에서도 캐비닛 내부에 점탄성 댐핑재를 발라서 캐비닛 내부 에너지를 흡수시키는 설계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다층 레이어로 만드는 경우도 상당히 이색적으로 보인다. 꽤 신선한 아이디어다.

qln prestige 3

우선 프레스티지 Five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1미터 정도의 키에 늘씬한 이미지로 하단에 별도의 트리거가 달려 있어 뒤로 누운 모습이다. 세련되면서도 동시에 권위가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이번 쇼케이스에선 특별히 아이소어쿠스틱스의 아이솔레이터를 장착해 조그만 진동도 모두 감쇄시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아이소어쿠스틱스는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 액세서리로 주최측의 선택은 옳았다.

이 스피커는 25mm 트위터 하나 그리고 184mm 미드 베이스 우퍼 하나, 마지막으로 저역을 담당하는 184mm 우퍼 하나 등 총 세 개의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저역은 최소 26Hz까지 재생 가능하며 공치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89dB로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드라이브 유닛은 상당히 익숙해 보이는 디자인으로 보이는데 역시 알고 보니 덴마크 스캔스픽과 함께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184mm 미드 우퍼 개발에서 수년이 걸렸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qln prestige 5

시청

이번 쇼케이스는 QLN의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케이원AV에서 진행되었다. 앰프는 볼더 866 인티앰프로서 8옴 기준 2백 와트, 4옴으로 임피던스가 절반으로 내려가면 정확히 두 배 출력인 4백 와트 출력을 내주는 모델을 사용했다. 더불어 소스 기기로는 dCS 로시니 Apex를 사용해 프레스티지 Five의 성능을 유감없이 이끌어냈다. 실제로 볼더 866 인티앰프는 이 스피커를 제어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copland horz

약 열 곡 정도 음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전체적인 음질적 개성이 매우 뚜렷했다. 일단 전체적으로 스캔스픽 드라이브 유닛에 소프트 돔 타입 트위터의 특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특히 대역 밸런스는 차분하며 중역대가 홀쭉한 요즘 미국 하이엔드 스피커들과 달리 도톰한 중역과 함께 그 텍스처 표현과 온도감 등이 빛을 발했다.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를 들어보면 고역은 자극적이지 않고 섬세하며 전체적으로 매우 유연한 동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해상도만 높고 드세거나 공격적인 느낌 없이 편안하게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다.

qln prestige 12
qln prestige 13

우선 로드의 ‘Royals’를 들어보면서 상당히 놀라웠던 것은 저역이었다. 중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서 그 용적을 감안하며 상상하기 힘든 저역 양감을 내뿜었다. 하지만 불편하고 피곤한 저역이 아니라 풍만하면서 유연하고 탄력적인 동적 특성이 매력적이었다. 이어 웅산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들어보면 입이 깨 크게 형성되어 그려진다. 중역대는 확실히 온건하고 촉촉한 질감 표현이 매력적이다. 표면에 윤기가 흐르는 느낌으로 매혹적이며 상당히 고급스러운 촉감을 가지고 있다.

budapest mahler horz

가빈 그린어웨이의 ‘Air’를 지나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말러 5번 1악장은 전체적인 사운드 스테이징의 표현 그리고 다이내믹스 표현의 폭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거대한 편성의 대편성 녹음이지만 일단 산만하지 않고 차분하게 곡을 해석해주며 관, 현악기들 모두 온도감이 있어 따스한 음결이 매력적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치고 나갈 때의 은근한 쾌감 그리고 감상자를 편안하게 에워싸는 음장 표현력도 훌륭했다.

전체적으로 음색이 매우 곱고 표면 질감은 끈적한 질감이 매력적이었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같은 팝음악을 재생해도 탄력적인 리듬감에 추진력도 잘 살아 있어 올라운더 스피커임을 증명했다. 소리 사이에 점도가 있어 끈끈하면서 동적인 면에선 탄력이 붙어 있어 심심하거나 왜소한 느낌 없이 경쾌하게 흥을 돋우었다. 특히 저역은 상당한 양감을 보여주었는데 일반적인 가정환경에선 저역 제어가 관건이 될 듯하다. 말 그대로 질감과 힘을 동시에 갖춘 스피커라는 인상을 받았다.

qln prestige 2

쇼케이스를 마치며

스웨덴 QLN은 음악, 소재, 하드웨어 등 크진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겹겹이 쌓아올린 그들의 음악적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이커였다. 언젠가 볼보 자동차를 타고 유튜브 채널에서 음향 리뷰를 한 적이 있다. 자동차 오디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내게도 B&W 카오디오 뿐 아니라 스웨덴 예테보리 콘서트홀의 음향 특성을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내는 광경에서 무엇인지 모를 음악적 감흥을 얻었다. 이번에도 친숙하지 않은 브랜드지만 스웨덴 출신 QLN 스피커는 뭔가 기존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잊혀 있었던 진한 뮤지컬리티가 자연스럽게 전해왔다. 스웨덴에 숨어 있던 보석 같은 브랜드 QLN이 더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면서 쇼케이스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jefferson airplane thumb

홍대 블루스 하우스

minorfactory thumb

마이너 팩토리 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