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로터 턴테이블을 사용한 지도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처음 구입하던 날의 설렘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내가 처음으로 현역 턴테이블을 꽤 큰돈을 주고 산 기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팅하는 과정도 즐거웠고, 카트리지를 여러 종류로 바꿔가며 재미있게 즐겼다. 이후 욕심이 생겨 몇 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처음에는 톤암을 하나 더 달아 MM 카트리지까지 포함해 두 개의 카트리지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LP를 많이 들었다.

또 한 번은 국내 AOA에서 진행한 업그레이드였다. 이 업그레이드는 상당한 성능 향상을 가져다주었고, 지금도 그대로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슈즈(아이솔레이터)로, 일명 ‘개똥’이라고 불리는 D120이다. 이 부품 덕분에 진동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HAM인데, 쉽게 말해 모터 베이스다. 턴테이블 진동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모터의 진동을 감쇠시키는 동시에 높이 조정이 가능해, 모터 풀리와 플래터의 벨트 홈을 정확하게 평행하게 맞출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업그레이드는 단연 톤암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TR800S도 나쁘지 않았지만, 더 상위 모델이 계속 눈에 밟혔다. SME, 그라함 등 훌륭한 톤암은 많았지만, 내 1순위는 언제나 SME, 그중에서도 SME V였다. 오랜 시간 동안 생산되어온 레전드 톤암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트랜스로터가 가장 애용하는 톤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SME가 톤암을 자사 턴테이블에만 장착하고 외부 판매를 중단하면서 몸값이 크게 올라갔다. 트랜스로터 역시 SME 톤암 공급이 끊기자 자체 톤암을 개발해 사용하게 되었다.

결국 최근 운 좋게 SME V 톤암을 입수하게 되었고, 이를 ZET-3 MKII에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톤암을 제대로 설치하려면 전용 톤암 베이스가 필수였다. 국내 제작도 가능했지만 마감과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독일 트랜스로터 본사에 직접 주문했다. 며칠 전 도착한 베이스는 역시 트랜스로터답게 디자인과 마감이 환상적이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톤암 장착과 카트리지 세팅까지 마치면, 오매불망 기다리던 ‘ZET-3 MKII + SME V’라는 꿈의 조합이 완성된다. 턴테이블을 구입한 지 올해로 1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이 이상의 이벤트는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