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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모노블럭 파워앰프의 세계로

프리마루나 EVO400 프리/파워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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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가 사용자에게

모든 제품은 ‘사용자 메뉴얼’과 ‘서비스 매뉴얼’이 있다. ‘서비스 메뉴얼’이야 고장이 있거나 기타 이유로 디스트리뷰터나 수리 관련 엔지니어에게 배포되지만 ‘사용자 매뉴얼’은 말 그대로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매뉴얼이다. 오디오의 경우 전원을 켜고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가지고 있는 기능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 이 외에도 안전에 관련된 부분이나 개조에 대한 경고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법적 고지까지 적혀있다.

오디오 기기를 다룬지 얼마 안되었을 땐 이 매뉴얼을 그리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았다. 너무 단순한 기능을 가진 기기들이기에 그랬다. 하지만 운전이 되었든 오디오가 되었든 자신감이 생겼을 때 사고가 나는 법이다. 매뉴얼을 통해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잘못된 연결이나 구성으로 사용하다가 문제점을 인식한 후에야 매뉴얼을 정독하곤 했다. 리뷰어 활동을 하면서는 현재 사용자 혹은 예비 사용자를 위해서라도 미리 숙지하고 테스트해보기 위해서라도 매뉴얼을 모두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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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매뉴얼에서 무척 재밌는 내용과 기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제품 개발 히스토릭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어놓는가 하면 어떤 경우엔 전혀 모르고 있었던 위상 전환 또는 입력단 게인 변경, 또 어떤 경우엔 전원 케이블 탈착시 방향 여부에 따른 극성 여부를 알려주는 앰프도 있다. 또한 앰프 중엔 스테레오 모드 외에 모노브리지 방식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 반대도 있다. 예전에 모 파워앰프의 경우 모노브리지 결선이 특이했는데 매뉴얼이 아니라 당시 배포했던 브로슈어에만 결선 방식이 설명되어 있어 브로슈어를 구해 해결했던 경우도 있다. 아무튼 메뉴얼은 소중하다. 매뉴얼은 ‘제작자가 사용자에게 꼭꼭 눌러 써 보내는 편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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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루나 EVO400 분리형에 대해

프리마루나의 EVO400 인티앰프를 사용한지 또 몇 년이 흘렀다. 시간을 유수와 같아서 항상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용 기간보다 실제 사용 기간이 더 길다. 누가 물어보면 ‘한 1년 정도밖에 안됐어’라고 말하지만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검색해보고는 ‘벌써 2년이나 됐네?’라고 자문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EVO400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EVO400의 이전 버전 DiaLogue Premium HP 시절까지 합하면 이제 횟수로 4년이 넘어가고 있다.

당시 이 앰프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 스피커에 매칭할 진공관 앰프를 찾는 와중에 EL34 앰프를 찾으면서였다. 멘리나 캐리, VAC 등 다양한 제품들을 고려했고 일부 앰프는 직접 매칭해보기도 했지만 EL34가 좋았다. 그렇지만 분리형까지 부담되는 상황에서 깔끔하게 인티앰프로 정리했고 그 선택지 중 나의 손에 걸려든 것이 DiaLogue Premium HP였다. 그 인연은 계속되어 내 시스템 운용이나 리뷰에 언제든 필요한 진공관 앰프 한 대쯤은 구비해놓아야 하다 보니 지금도 내 곁에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은 EVO400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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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작년엔 분리형 EVO400까지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이전에 리뷰로 다룬 적이 있지만 간략하게 다시 기억을 복기해보자면 EVO400에 내장된 것과 거의 동일한 설계의 파워앰프를 분리 설계한 것이 EVO400 파워앰프다. 그리고 여기에 EVO400 프리앰프가 필자가 사용하는 EVO400 인티앰프와 EVO400 분리형 앰프를 확실히 구분짓게 만드는 존재로서 추가된다.프리앰프는 5AR4 진공관 및 여섯 개의 12AU7을 사용하고 있다.

프리앰프의 본분 중 핵심인 볼륨은 Apls 블루벨벳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동식이고 당연히 리모컨을 통해 자유롭게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 이 볼륨은 스위치식 입력 전환 방식이 아니라 고품질 밀폐형 릴레이를 채용해 볼륨이 새는 현상이 전혀 없다. 노이즈도 적을뿐더라 소리의 순도 면에서도 유리한 설계다. 특이한 건 프리앰프 게인인데 불과 10dB 이득만 얻어 파워로 내보낸다. 이런 부분 때문에 포닉 노이즈가 없고 스피커에 귀를 대도 무척 조용한 편이다.

EVO400 파워앰프는 좌/우 채널을 완벽히 대칭으로 설계했고 특주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있다. 프리마루나에게 신뢰가 가는 것 중 하나는 모두 특주 형태의 부품을 사용하고 꽤 고급스러운 소자들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진공관 앰프의 성능과 음질에 진공관 이상으로 영향을 주는 출력 트랜스포머의 경우도 자체 제작이다. 이 외에 타크만 저항이나 DuRochi 커패시터는 물론 하드와이어링 기법으로 제작할 때 필요한 케이블도 스위스산 선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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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블럭에 도전하다

이번엔 기존 테스트와 달리 모노블럭으로 세팅하고 테스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디오 마니아의 로망이 몇 가지 있다면 베이스우퍼와 미드레인지, 트위터를 수납한 캐비닛을 분리하는 것. 더 나아가 액티브 바이앰핑을 구사해보는 것이 있다. 최근 출시한 매지코 M9 같은 스피커 말이다. 앰프 쪽에선 일단 모노블럭 세팅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모노블럭 두 조로 액티브 바이앰핑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일단은 모노블럭 파워앰프로 좌/우 스피커를 따로 제동하는 것이 출발이다.

운 좋게 EVO400 파워앰프는 그리 어렵지 않게 모노블럭 모드로 진입할 수 있게 설계해놓았다. 사용자 매뉴얼을 보면 EVO400 파워앰프 한 대를 더 추가해 아주 간단히 모노블럭 모드로 세팅 후 사용할 수 있게 안내되어 있다. 후면에 모노 모드 전환 스위치를 바꾸면 그만이다. 스피커 케이블 연결은 바인딩포스트 하단에 표기된대로 결선하면 그만이다.

기본적으로 이 앰프는 울트라리니어 모드에서 EL34 출려관 사용시 채널당 70와트지만 한 대를 더 추가해 모노블럭 모드로 전환하면 채널당 정확히 두배, 즉 140와트 출력의 괴물로 변신한다. 물론 파워케이블이 한 개 더 필요해진다. 참고로 트라이오드 모드에선 스테레오 모드에서 채널당 38와트며 모노 모드로 세팅하면 82와트로 무려 두 배 이상의 출력 향상을 얻을 수 있다. 모두 8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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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평

이번 시청에 사용한 기기는 진공관 앰프의 배음 특성을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바로 드보어 피델리티의 Orangutan O/96 스피커 덕분이다. 26Hz에서 31kHz 광대역을 커버하면 공칭 임피던스가 10옴, 능률이 96dB로 제어는 쉽고 대신 소스의 작은 정보들도 그대로 토해내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소스기기는 솜오디오 SMS-200Ultra 및 마이텍 맨해튼 DAC를 사용해 ROON으로 재생하면서 음질적 특색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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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레오 파워 한 대에서 두 대를 모노블럭으로 세팅한 후 여러 음악들을 들어보면 우선 출력을 상승으로 인한 넉넉함이 느껴진다. 이는 전방위적이어서 소편성이나 대편성 모두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채널 분리도의 향상도 뚜렷하다. 예를 들어 파트리샤 바버의 ‘My girl’을 들어보면 좌/우 채널 부리도가 상승하면서 보컬과 악기의 위치더 더 명료하게 들린다. 예를 들어 이 곡에서 핑거스냅조차도 더 또렷해지며 보컬 또한 마치 눈 앞에서 노래하는 듯한 실체감의 상승이 돋보인다. 더불어 후방의 더블 베이스가 더 응집력 있게 들리면서 동시에 보컬과 확연한 거리감을 통한 레이어링 형성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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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고삐를 당겨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녹음된 음악을 들어보면 이러한 현상들이 다각적으로 포착된다. 예를 들어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 같은 곡을 들어보면 조 모렐로의 드럼이 더 깊고 육감적으로 몰아친다. 펀치력의 상승으로 무게감이 증가한 것이다. 저역 핸들링 능력의 상승으로 인한 저역 재생음의 변화는 다른 주파수 대역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 덕분에 폴 데스몬드의 알토 색소폰이 만들어내는 달콤하고 진한 사운드가 더 호소력 짙게 다가온다. 이 외에도 리듬 섹션은 물론 모든 악기들의 윤곽 및 음색이 더 진하게 표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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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의 변화는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빌 프리셀의 ‘Pipeline’ 같은 녹음에서였다. 케니 윌레센의 드럼에서 분명 저역 확장 능력은 이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심벌 사운드도 더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한편 베이스 주자 토니 셰어의 연주가 더 잘 들린다. 비슷한 대역을 연주할 때도 드럼과 그 음색이 더 명료하게 분리되어 들린다. 확실히 기존 스테레오 버전에서 저역의 단순한 힘이 상승한 것을 넘어 저역 해상도가 증가한 것이다. 더불어 이런 저역은 마치 시소처럼 상위 대역과 균형을 이루며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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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헤드룸도 여유가 느껴지며 전체 사운드 스테이징을 넓고 여유있게 펼쳐낸다. 예를 들어 앤드류 데이비스 경이 지휘한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중 ‘Marche au supplice’같은 곡을 들어보면 강, 약 대비가 너 넓은 구간에 걸쳐 세밀하게 펼쳐진다. 상승한 채널 분리도는 그 영향이 정위감은 물론 사운드 스테이지의 넓이로 이어져 더 넓고 입체적이며 여유 넘치는 무대를 그린다. 앰프를 한 대 더해 모노블럭으로 세팅하면 뭔가 가열차게 밀어붙이면서 힘으로만 승부할 것 같지만 이런 대편성을 들어보면 힘이 다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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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프리마루나는 독보적 기술을 통해 적응형 바이어스 설계를 내부에 담아냈다. 이 외에도 과도한 출력 남용을 절제하면서 대신 출력 대비 스피커 제어력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이 덕분에 동일한 출력관도 일반적인 진공관 앰프에 사용할 때보다 프리마루나 진공관 앰프에 사용했을 때 수명이 두 배 이상 길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런 설계 덕분인지 모노블럭 파워앰프 세팅에서도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이후 출력은 70와트에서 140와트로 증가했고 게인은 26.5dB에서 30dB로 높아지면서 스피커 제어에 여유를 더했다.

파워앰프가 한 대 더 추가되었고 출력관으로 따지면 8개가 더 증가했으니 힘만 좋아졌을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충분히 밟을 수 있는 속도 제한폭이 훨씬 더 높아졌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한마디로 표현하면 여유가 생겼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스피커 대응폭도 더 넓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여유로운 모노블럭 파워앰프의 세계는 언제나 흥미롭고 프리마루나로 구축한 모노 파워앰프 세팅도 추천하고 싶다.

글/사진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Model EVO 400 for EL34 / KT88 / KT120 / KT150

Power
UL Stereo: 70 / 72 / 85 / 89 Watts per channel
Mono: 140 / 145 / 175 / 188 Watts

Power
TR Stereo: 38 / 43 / 45 / 51 Watts per channel
Mono: 82 / 88 / 94 / 109 Watts

Frequency Response
9 Hz – 60 kHz +/- 1 dB
8 Hz – 70 kHz +/- 3 dB

THD with AABB
Stereo / Mono: < 0.1% @ 1W; less than 2% at rated power
S/N Ratio : 95 dB (105dB A-Weighted)
Input Impedance : 100 kOhm
Input Sensitivity : 1100 mV (for rated power at maximum volume setting)
Maximum Gain
UL: 26.5 dB (Stereo); 30 dB (Mono)
TR: 24 dB (Stereo); 27 dB (Mono)

Power Consumption : 470 Watts / 480 Watts / 540 Watts / 550 Watts
Weight
Net : 68.2 lbs / 31 kg
Shipping : 79.2 lbs / 36 kg
Dimensions : 405 mm x 385 mm x 205 mm (L x W x H)
Inputs : 1 pair Stereo RCA & XLR , 1 piece Mono RCA & XLR
Outputs
Stereo: 4, 8 & 16 Ohm Speaker Taps
Mono: 2, 4 & 8 Ohm Speaker Taps

Tube Complement : 8 x EL34, 6 x 12AU7
Damping Coefficient : 7 KD (1 kHz)

공식 수입원 : 웅진음향 (www.wjsound.com)
공식 소비자 가격
EVO400 프리앰프 : 7,000,000원
EVO400 파워앰프 : 7,0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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