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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SAL i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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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행가 가서처럼 ‘벌써 3년’이다. 사이몬 오디오랩의 i5라는 인티앰프를 처음 들어 본 것이. 시간은 유수처럼 흘렀지만 가끔 이 앰프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후 제품 생산이 안 되고 있었고 나는 그 와중에 다른 앰프들을 수소문해 들였다 내치기를 반복했다. 최근 이 앰프가 다시 생산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서브시스템에 매칭할 앰프를 찾던 와중이라 사이몬 오디오랩에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덥석 들고 왔다. 이미 이 앰프를 기존에 테스트하면서 무척 감흥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리뷰도 나 스스로는 테스트에 대한 집중, 문장과 전체 스토리 등 여러 면에서 최선을 다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만났을 땐 오히려 리뷰가 금세 써진다. 반대로 마음에 조금 안 드는 것은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편이다. 나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i5는 가장 공을 들여 가장 빨리 써내려갔다. 글이 넘쳐 따로 칼럼도 썼다.

오늘 박스를 열고 i5를 꺼내 내가 운용하는 스피커 아탈란데 3에 매칭했다. 웬걸…나의 어렴풋한 예상은 적중했다. 사실 이 스피커 들이고 그리 많은 매칭을 해보진 않았다. 코드 일렉트로닉스로 매칭하면 너무 경직되어 쥐어짜는 소리가 난다. 오버 댐핑인 것. 한편 서그덴 a21 시그니처에선 잔향이 상당히 많고 서스테인도 길어 몽롱하고 달콤하지만 드라이빙이 조금 부족하다. 아탈란데 3가 보는 것처럼 그리 만만하지 않다. 오히려 아탈란테 5가 드라이빙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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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5로 올라퍼 아르날즈와 앨리스 사라 오트가 함께한 쇼팽 ‘Nocturne in C#m’를 재생하자 명료하면서 깊은 피아노 타건이 흐른다. 불필요하거나 지저분한 잔향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원래 존재하던 배음 구조를 변형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내가 들어본 앰프 중 가장 정직하면서도 귀에 착 감기는 소리를 내준다. 부드러우면서도 모든 소리 입자를 오롯이 증폭해 표현해줄 때의 실체감. 게다다 놀라운 디테일이 과연 내가 듣던 아탈란테 3가 맞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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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와 세인트 폴 챔버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 슈베르트의 ‘Death and the maiden’을 들어보며 약음의 해상력이 빛을 발한다. 이런 섬세한 약음 표현력은 사실 하이엔드 언저리의 앰프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것으로 i5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한다. 마치 음원을 MP3 손실 음원에서 24비트 PCM 음원으로 바꾼 것처럼 바이올린의 약음이 한 올 한 올 실타래처럼 엮여 섬유가 직조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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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컬 음악은 물론이고 록 음악 또는 일렉트릭 베이스나 더블 베이스 등을 포함한 퓨전 재즈 등 다양한 음악에 올라운더로서 손색이 없다. 심지어 주다스 프리스트의 ‘Painkiller’같은 헤비메틀 레코딩에서 더블 베이스 드럼도 번개처럼 빠른 타격과 리듬감을 그대로 생생하게 뽑아낸다. 스피드가 좋아 스타트와 스톱이 정확하고 매우 탄력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스피커의 저역 제어는 이미 매지코 A1과 테스트해보면서 놀랐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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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정도 가격대의 앰프라면 대개 순수 인티앰프가 드물고 올인원 앰프가 대세다. USB DAC는 기본이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내장한 경우도 많다. 쉽고 빠르고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음악 재생이 가능하며 앰프 하나가 소스 기기까지 겸하므로 별도의 인터케이블 없이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소리는 원칙적으로 분리할 때 좋다. 올인원보단 소스 기기와 앰프를 분리하는 것이 좋고 소스기기도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DAC는 분리하는 게 좋다. 앰프도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등 역할이 다른 건 분리하는 게 이상적이다. 스피커 또한 저역을 분리했을 때 저역은 물론 중, 고역도 더 좋은 소릴 내줄 확률이 높다.

물론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것으로 같은 가격대에선 오히려 일체형이 나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상적인 사운드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구조와 설계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우린 하이엔드 오디오라고 한다. i5는 내부에서 인티앰프치곤 프리앰프 부문에 공을 많이 들였고 작은 사이즈에서 가장 순순한 소리를 뽑아내려 고군분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시 만난 i5는 다시 들어봐도 과연 이 가격대 제품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적어도 신품가 천만원대 인티앰프와 비교해도 음색, 밸런스, 다이내믹스 측면에선 별로 밀리지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골드문트 텔로스7(메티스7)과 바꾸자고 해도 사양하겠다. 만일 5백~1천만 원의 예산이 있다면 i5를 구입하겠다. 그리고 넉넉히 남는 돈으로 DAC와 스피커를 추가하겠다. 아마도 가격 대비 이를 이겨낼 소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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