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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 DAC, 헤드폰앰프의 제왕

코드 일렉트로닉스 Hugo TT2

Chord HUGO TT2 thumb

Hugo의 시작

코드 Hugo에 대한 이야기는 약 9년 전 기억 속으로 돌아간다. 2014년 2월 초였고 당시 코드 일렉트로닉스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는 누가 뭐래도 신세대 하이엔드 앰프와 DAC로 고착되어 있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클래스 A 증폭 앰프나 가변 바이어스 방식 그리고 AB 클래스에 거대한 몸체의 섀시를 자랑하는 앰프들이 대세였다. 물론 그 전에 클래스 D 증폭이나 스위칭 전원 앰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메인스트림으로 떨올라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발매된 Hugo는 정말 이색적인 모델이었다. 원래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앰프 라인업과 달리 디지털 제품은 작은 사이즈로 만들긴 했다. 그러나 Hugo는 하프 사이즈를 넘어 포터블 기기로서 휴대가 가능할 정도였다. 당시 코드 일렉트로닉스에서 대표 존 프랭스가 직접 내한해 설명하던 장면이 지금도 선하다. 그리고 헤드폰과 들어본 Hugo는 영락없이 코드 DNA를 물려받았다. 앱솔루트 사운드의 평론가 크리스 마텐스는 ‘가격에 놀라고 소리에 놀랐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일부 헤드파이 마니아들은 당시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던 아스텔앤컨의 AK240보다 소리가 더 좋다고 난리법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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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한 번 코드 일렉트로닉스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나는 또 그 자리에 있었다. Hugo를 처음 선보인지 2년 만으로 2016년 3월. 이번엔 대표 존 프랭스 뿐만 아니라 또 한 명이 함께였다. 그는 바로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디지털 부문 수석 디자이너 롭 와츠였다. 나 또한 롭 와츠는 처음 보는 자리였고 직접 모든 설계를 총괄한 그의 입으로 듣는 전반적인 설계 관련 이야기는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미 Hugo는 전 세계에서 초유의 판매고를 달성하면서 히트작이 되었고 이후 Hugo보다 더 작은 휴대용 DAC Mojo가 출시되어 승승장구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다시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칼을 빼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Hugo의 거치형 타입 컨버전 Hugo TT였다. 우주 항공 분야에서 엔지니어로서 일하며 얻었던 기술적 노하우를 하이엔드 앰프로 녹여낸 존 프랭스. 그리고 여러 반도체 회사의 컨설팅 및 펄스 어레이 DAC 아키텍처, WTA 알고리즘의 설계자 롭 와츠의 만남은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제품 Hugo TT에 대한 설명과 그 음향적 완성도는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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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o TT2

하이엔드 디지털의 선봉장에 있었던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그들의 핵심 기술을 작은 사이즈에 그것도 여타 하이엔드 모델보다 절반 가격도 안 되는 가격에 출시한 것이 Hugo. 그리고 이런 성공은 아마도 코드 일렉트로닉스를 무척 고무시켰을 것이다. 오디오 마니아는 곧바로 반응했으며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QBD76 같은 기기는 넘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코드 디지털의 맛을 알아버렸달까? 필자가 알기로 그런 그들의 요구가 Hugo의 거치형 모델 개발을 추동했다.

하이엔드 디지털 기술의 트리클 다운이 만들어낸 포터블 기기들이 다시 상위 거치형 모델 출시를 앞당겼고 Hugo TT는 다시 Hugo TT2를 진화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리고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롭 와츠는 그런 성원에 반갑게 화답하기라도 하듯 WTA 필터를 기존 Hugo TT의 26,368탭에서 훨씬 더 진보시켜 무려 98,304까지 높여버렸다. 이는 코드의 전 라인업 중에서 최상위 DAVE와 Blu MKII 외엔 가장 높은 필터 탭 길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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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모델이 출시되었을 당시 필자는 최초로 국내 리뷰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만난 Hugo TT2는 또 색달랐다. 당시 필자는 마이텍 DAC를 사용하고 있었고 지금은 메인으로 훨씬 상위 DAC인 MSB Analog DAC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듣는 DAC이기 때문에 그만큼 나의 DAC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있었다. 과연 현 시점엔 Hugo TT2의 소리는 어떻게 다가올까?

우선 제품을 박스에서 꺼내 랙 위에 놓고 전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다시 살펴보면서 복습에 들어갔다. 하프 사이즈이긴 하지만 제법 사이즈가 있는 편으로 책상 위에서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는 크기다. 기존 QBD76 등 코드 DAC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아무튼 탱크 같은 디자인에 섀시도 고급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다분하다. 상단엔 마치 우주선 해치 내부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의 창이 나있다.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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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좌측으로는 메뉴 및 입력 선택 등을 담당하는 버튼이 설치되어 있고 중앙의 커다란 볼은 좌우로 돌리면서 볼륨을 조정할 수 있다. 한편 입력은 USB, 광 입력 되어 코드의 여타 모델과 연결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BNC 입력단도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싱글 BNC로 사용 가능하지만 만일 코드 M Scaler 같은 업스케일러를 앞단에 사용시 BNC 두 조를 모두 연결해 듀얼 데이더 모드를 작동시키면 PCM의 경우 최대 768kHz, DSD의 경우 DSD256(DoP)까지 입력받을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USB 입력의 경우 기본 768kHz, DSD512(Native)/DSD256(DoP) 까지 입력 가능하다. 이 외에 광 입력을 지원하며 특이하게 블루투스 aptX까지 지원하므로 유선 케이블 연결 없이도 간단히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chord hugott2 2

앞서 말했듯 WTA 필터의 경우 코드 일렉트로닉스 제품 중 최상위 수준의 탭 길이를 지원한다. 이런 업스케일링를 위해 굉장히 빠른 연산 능력이 필요했고 코드는 이 모델에 Airtix-7 FPGA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 FPGA 칩셋을 사용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성능의 DAC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를 통해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일종의 FIR 필터를 극단까지 끌어올려 자신들만의 디지털 프로세싱 방식을 개발해냈고 그것이 WTA 필터다.

한편 DAC 부문도 기존의 펄스 어레이인 것만은 동일하지만 대폭 업그레이드된 설계를 보이고 있다. Hugo TT는 데스크탑 제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헤드폰 앰프 부문에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제품은 DAC 모드, 앰프 모드 그리고 헤드폰 앰프 모드 등 세 개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DAC 모드에서 출력은 고정이고 앰프 모드로 작동시키면 프리앰프 겸 헤드폰 앰프로 그리고 헤드폰 앰프 모드에선 오직 헤드폰 출력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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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Hugo TT2는 무척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헤드폰 앰프 부문에선 크로스피드 기능을 활성화시켜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그리고 그 종류에 있어서도 XFD1부터 XFD3까지 총 세 개를 마련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 디지털 필도로 총 네 가지 마련해놓고 있다. Incisive Neutral부터 Warm, 그리고 가각에 고역 롤-오프를 주는 방식으로 총 네 개 필터를 마련해 주변 기기 매칭에 따라 선호하는 필터를 선택, 즐길 수 있는 묘미도 있다.

Chord HUGO TT2 BW

셋업 & 테스트

테스트는 작택에서 진행했다. 호기롭게 메인 시스템의 MSB Analog DAC에게 짧은 휴가를 주고 그 자리에 Hugo TT2를 앉혔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웨이버사 Wcore/Wstreamer 콤비에 맡겼다. 프리앰프는 스텔로 HP100SE, 파워앰프는 코드 SPM1400E 모노블럭 파워, 그리고 스피커는 락포트 Atria를 사용해 음악을 들었다.

busch trio antonin dvorak piano trios

종종 코드 일렉트로닉스 DAC를 들어보면 마치 음원 안에 존재하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소리 알갱이까지 일거에 끄집어낸 것 같은 소리에 놀란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약간 높고 특히 고역이 비온 뒤 화창하게 갠 가을 하늘처럼 맑게 열여 있다. 활짝 열린 고역 덕분엔 무손실, 손실 음원의 차이도 극명하다. 예를 들어 부시 트리오의 드보르작 ‘Dumky’를 들어보면 바이올린의 미세한 보잉과 분진 같은 잔향까지 모두 쓸어 담아 표출해낸다. 대단한 분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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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그리모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듣다가 ‘Tempest’가 귀에 걸렸다.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이론적으로 추구한 바탕 위에서 음원은 매우 곱고 단단하다. 고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표면이 견고하면서 밀도가 높다. FIR 필터가 과할 경우 트레이드-오프 현상으로 소리의 온도가 차갑고 표면이 거칠거나 건조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Hugo TT2로 듣는 피아노 녹음은 흐르는 물결처럼 자연스럽고 강, 약 구분이 좋아 시각적으로 비유하면 채도를 한껏 높인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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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일렉트로닉스 디지털 기기를 들을 때마다 특히 뚜렷한 특징으로 드러나는 점은 스피드와 저역 어택, 펀치력이다. 예를 들어 셰필드랩 드럼 테스트 앨범 중 짐 켈트너의 ‘Drum Improvisation’을 들어보면 타이트하게 움켜쥔 듯한 저역 응집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너무 당겨버려 밋밋하게 재생되지 않고 힘찬 추진력, 리듬감이 살아 있어 탄력감을 만끽할 수 있다. 스피커로 치자면 실크 돔보단 금속 돔, 폴리프로필렌이나 페이퍼보단 알루미늄, 세라믹 우퍼의 소리에 가까운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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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Hugo TT를 시스템에 적용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는 아마도 무대를 그리는 방식일 것이다.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WTA 필터 탭 길이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도메인에서의 시간차는 인간의 인지 한계에 더 가까워지지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차 극복은 마치 초점이 명확히 맺힌 사진처럼 사물, 악기의 위치를 선명하게 드러내주게 된다. 예를 들어 유진 오먼디 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삼손과 데릴라’ 중 ‘Baccanale’를 들어보면 마치 오페라 공연 현장보다 더 현장처럼 무대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모습을 보인다.

Chord HUGO TT2 M Scaler 1

총평

칩셋은 그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캔버스고 여기에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는 온전히 엔지니어의 몫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림이 되느냐 아니면 모나리자 같은 그림이 탄생하느냐는 오로지 해당 DAC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와 파인튜닝에 달렸다. 코드 일렉로닉스의 롭 와츠는 마치 DAC 회로와 FPGA라는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확고한 화풍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솜씨 좋은 화가 같은 엔지니어다. 그가 의도하는 것은 정확한 조리개 값과 셔터 스피드로 악기의 위치와 음색을 최상의 퀄리티로 뽑아내 보여주는 것이다. Hugo TT2는 DAVE 다음 차상위 플래그십으로서 손색이 없다. 가정용으로 이 이상의 DAC가 필요할까? 게다가 헤드폰 성능까지 감안한다면 이 가격대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다. 데스크톱 위의 제왕과 같은 DAC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다이내믹 레인지 : 127dB ‘A’ weighted
잡음 : 측정 가능한 잡음 변조 없음
4 uV ‘A’ weighted (high gain)
1.7 uV ‘A’ weighted (low gain)

왜곡률
0.00008% @ 2.5 V 300Ω
0.00016% @ 6 W 8Ω

출력
언밸런스 : (@1% THD) 288 mW RMS 300Ω; 7.3 W RMS 8Ω
밸런스 : (@1% THD) 1.15 W RMS 300Ω; 18W RMS 8Ω

소비 전력
최대 전력 : 30 W
대기 전력 : 10 W

출력 임피던스 : 0.042Ω
스테레오 분리도 : 9 V RMS 300Ω -138dB
크기 : 5.2cm (높이) 23.5cm (너비) 23.8cm (깊이)

제조사 : 코드 일렉트로닉스 (UK)
공식 수입원 : 웅진음향 (www.wjsound.com)
공식 소비자 가격 : 8,58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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