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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앰프와 스트리밍 앰프의 갈림길에서

마란츠 모델 30 VS 4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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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인가, 올인원인가?

최근 몇 년 간 오디오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주제는 네트워크 스트리밍과 클래스 D 증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외에 스피커로 시선을 넓히면 유닛 진동판, 알루미늄, 카본 인클로저 및 메타 기술 등 다양하지만 소리의 입구인 소스기기 그리고 이후 증폭을 책임지는 앰프의 증폭 기술 쪽에선 그렇다. 특히 네트워크 스트리밍은 전체 음악 감상 방식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절대적인 지분 위에서 만발하고 있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를 위시로 유튜브 뮤직 등 전세계적인 추세는 이제 소유가 아닌 공유의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musicstreaming subscription market

이런 현상은 하드웨어, 즉 음악을 감상하는 오디오 분야에도 변화를 추동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여러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서 개발, 출시했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에어플레이, 블루투스를 탑재했으며 이 외에 DLNA/UPnP는 물론 ROON 같은 새로운 음악 재생 플랫폼 위에 탑승했다. 클래스 D 증폭의 경우 주로 중, 저가 앰프들에서 채용했지만 이젠 하이엔드 앰프들에서도 종종 적용해 과거 클래스 AB와 경쟁하고 있는 모습이다. 클래스 D는 작은 사이즈와 개발의 편의성, 낮은 발열, 높은 출력과 댐핑 팩터 등 대중의 요구에 부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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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펙스 Ncore 클래스 D 증폭 모듈

이 둘의 특징은 오디오 사이즈의 더 높은 축약을 가능하게 했다. 시디 메커니즘이 필요 없어진 소스 기기는 더욱 작아졌고 클래스 D 증폭 모듈은 작고 발열도 작아 방열판이 생략되곤 했다. 그래서 유행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들이다. 과거에도 이런 올인원 앰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목표로 하는 성능의 기기를 더욱 작은 사이즈에 담을 수 있었고 고급 럭셔리 네트워크 앰프들이 출시 러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더 높은 성능의 사운드를 얻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분리형은 여전히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소스 기기 따로 앰프 따로다. 게다가 더 나아가면 소스 기기도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DAC로 분리해서 셋업하며 앰프는 인티앰프 또는 프리, 파워앰프로 나누어 각각의 역할을 분리시킨다.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전원부 및 회로, 마지막으로 섀시 분리까지 모든 것은 분리시킬 때 성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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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40n VS 모델 30

최근 하나의 브랜드에서 두 개의 앰프들이 마치 서로 경쟁하듯 스트리밍 앰프와 순수 인티앰프로 출시되어 이목을 끈다. 하나는 위에서 설명한 스트리밍 앰프며 또 하나는 순수 인티앰프로서 내부에 디지털 관련 기능이 포함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첫 번째가 모델 40n이며 두 번째가 모델 30이다. 박스에서 꺼낸 모습은 거의 완전히 동일하다. 전면 하단에 위치한 노브 중 포노단 조정 기능에서 글자만 다를 뿐 다른 부분은 동일한, 쌍둥이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면 과연 세부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모델 40n 및 모델 30 모두 전면 디자인은 동일하다. 전면 중앙 플레이트를 전면 패널에 하나 더 덧붙여놓고 마감을 달리했다. 유려하게 반짝이면서 고급스러운 뉘앙스를 풍긴다. 이 전면 패널 좌/우로 은은한 LED 조명을 장착해놓아 늦은 시간 바라보면 음악적 감흥을 돋우기도 한다. 필자가 사용 중인 SA11S3과 마찬가지인데 조명 색상은 다른다. 이 외에 CD 등 라인단 입력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프리 아웃을 사용해 별도의 파워앰프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한편 파워 다이렉트 입력단이 있는데 이는 일종의 바이패스 같은 기능을 하므로 각 모델은 모두 파워앰프로만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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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부문에선 두 모델이 완벽히 갈린다. 우선 모델 40n은 다기능 복합 올인원 기기로서 소스기기와 앰프가 하나의 몸체에 내장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내부에 ESS 테크놀로지의 ES9016 DAC 칩셋을 내장해 PCM 24/192 그리고 DSD는 5.6Mhz까지 처리 가능하다. 입력단은 동축, 광입력이 가능하며 USB 입력단은 생략했다. 대신 HDMI ARC 입력단을 마련해놓아 TV와 HDMI 케이블로 연결하면 TV의 음성 출력을 40n과 연결한 하이파이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블루투스, 에어플레이를 기본 지원하며 DLNA/UPnP를 지원하므로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이 모델의 제작 컨셉이 드러난다. PC 또는 별도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없이도 이 기기 하나로 온라인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게 만든 기기다. 스포티파이, 타이달 등 HEOS라는 데논/마란츠 전용 앱을 해드폰에서 다운받아 즐길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앱에서 지역 설정을 미국으로 해야 좀 더 다양한 서비스 진입이 가능하다. 한편 MM 포노단도 탑재하고 있어 간단히 턴테이블과 연결해 LP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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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30은 크게 설명할 부분이 많지 않다. 모델 40n이 가지고 있는 기능 중 거의 모든 것들을 지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통점도 있는데 일단 포노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델 40n이 MM 카트리지에 대응하는 것과 달리 모델 30은 순수 인티앰프답게 MM은 물론 MC 카트리지에도 대응한다. 여기에 더해 MC 카트리지마다 요구하는 다양한 로딩 임피던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총 세 가지 임피던스 세팅이 가능하다. 그것도 전면 노브로 조정 가능해 매우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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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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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40n

두 모델의 설계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또 있다. 바로 앰프 및 전원부 설계다. 두 모델 모두 전압 증폭, 즉 프리앰프 부문에선 HDAM이라는 증폭 회로를 사용하고 있지만 최종 증폭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모델 40n은 마란츠의 전통적인 클래스 AB 증폭을 취하고 있고 바이폴라 출력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8옴 기준 채널당 70와트, 4옴 기준 100와트 출력을 취했다. 반대로 모델 30은 클래스 AB가 아닌 클래스 D 증폭이다. 마란츠 PM-10, PM-12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클래스 D 증폭을 마란츠가 어떻게 잘 활용했는지 알만도 하다.

HDAM, 하이펙스 & 포노 모듈

우선 마란츠가 선택한 방식은 자체 회로 개발보단 대외 클래스 D 전문 메이커의 제품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바로 현재 클래스 D 증폭 모듈 중 가장 믿을만한 성능을 보여주는 하이펙스 제품을 사용했다. 모델 30엔 NC500을 활용해 8옴 기준 채널당 100와트, 4옴 기준 채널당 200와트 출력을 내준다. 출력 수치보단 우선 선형성 면에서 임피던스 하강 대비 두 배의 출력을 내준다는 점이 이상적이다. 한편 전원부도 모델 40n은 리니어 전원부인 반면 모델 30은 하이펙스 SMPS600을 파워 부문에 사용하고 프리단엔 별도의 리니어 전원부를 설계해 분리한 모습이다. 모델 30은 설계 부분에서 군살을 빼고 앰프 부문에 집중 투입한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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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청음

이번 테스트는 비교 청음으로 진행했다. 바로 두 모델의 앰프 부문 성능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테스트는 매우 간단했다. 모델 40n과 모델 30의 라인단 입력을 통해 소스 기기로부터 신호를 받아 스피커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물론 소스 기기와 스피커는 공정한 비교를 위해 동일하세 세팅했다. 예를 들어 소스 기기는 솜오디오 SMS200 Ultra, 코드 Mscaler 그리고 마이텍 Manhattan II DAC를 사용했다. 한편 스피커는 B&W 705S3를 매칭했다. 평소 종종 듣는 시스템이기도 하며 앰프 외엔 동일한 조건이기에 각 모델의 특성 비교는 비교적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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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델 모두 마란츠에서 출시했지만 디자인만 보고 비슷할거라 예상하면 오산이다. 일단 모델 40n과 모델 30은 증폭단, 전원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빌리 아일리시의 ‘Bad boy’ 같을 곡을 재생하면 모델 40n은 무게 중심이 약간 더 내려오고 편안하게 재생된다. 소리의 두께도 상대적으로 약간 더 두텁다. 반대로 모델 30에선 저역이 매우 타이트하고 더 깊은 곳까지 뻗는다. 한편 스피드가 모델 30이 더 빠르고 불필요한 잔향은 완전히 배제된 타입이어서 청감상 매우 깔끔하고 더 투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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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색 부분에서도 두 모델의 차이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마크 오코너스 핫 스윙 트리오의 ‘Honeysuckle rose’를 들어보면 모델 40n에선 사뿐 사뿐 여유로운 움직임에 더해 온도감이 약간 묻어 나온다. 도톰한 두께에 더해 클래스 AB 증폭의 적당한 잔향이 특징. 하지만 모델 30으로 앰프를 바꾸면 군살을 쪽 빼 날씬한 몸매에 더해 소리의 입자는 더 곱다. 한편 소리의 표면 질감은 매우 단단한 편으로 밀도감 높게 전 대역을 오가면서도 치고 빠지는 특성이 빠르게 전환된다. 클래스 D다운 주파수, 시간축 반응들이며 소리 입자, 밀도감 차이도 크다.

전반적으로 모델 40n과 모델 30의 차이는 극명하다. 분명히 해상도, 대역폭, 전후 깊이, 스피드, 다이내믹스 등 전형적인 성능 비교에서 앰프 부문 성능은 모델 30이 우위에 있다. 그러나 음색적인 부분을 살펴본다면 취향에 따라 좀 더 온도감이 있고 차분한 모델 40n을 선호할 사람도 분명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다. 성능과 성향은 항상 정비례하지 않으며 취향의 영향 아래에서 우위는 약간 변동 가능하다는 걸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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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같은 마란츠에서 출시한 두 개의 앰프는 제작 컨셉도 다르며 그에 따라 기능은 물론 내부 설계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중 모든 기능을 빼고 오로지 앰프 성능을 비교해볼 이유는 충분하다. 왜냐하면 다기능의 모델 40n과 순수 인티로서의 모델 30 사이에서 배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며 이 경우 순수 앰프로서의 성능 및 특성 차이가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델 40n과 모델 30은 마란츠의 두 얼굴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서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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