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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설계에 방점을 찍다

윌슨 베네시 Omnium

Omnium Wilson Benesch interior

과거와 현재의 축적

전기 신호를 받아 음악 신호로 변환해주는 일종의 트랜스듀서, 즉 스피커는 짧은 역사지만 상당히 다양한 결과물을 나았다. 평판 스피커나 커다랗고 각진, 일명 궤짝이라고 부르는 스피커부터 시작해 유닛도 페이퍼 소재부터 폴리프로필렌, 세라믹, 베릴륨, 다이아몬드, 카본 및 기타 다양한 합성수지들을 사용해 만들었고 그 구조 또한 매우 다양해서 일일이 언급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한편 필요악이라고 불리는 인클로저와 크로스오버 또한 이전 세대와 지금은 기본 원리는 비슷하지만 세부 구조는 천양지차다. 인클로저만 해도 각진 캐비닛 안에 울을 넣고 별다른 내부 브레이싱 없이 텅 비어 통울림이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브랜드가 내부 브레이싱을 통해 통울림을 통제하고 챔버를 나누는 등 공진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202303 Wilson Benesch Fibonacci 2

유닛은 앞으로 나아가는 소파와 밀파가 동시에 출력되며 이 때 후면으로 쏟아지는 주파수 에너지는 온통 복잡한 진동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이 후면파를 자연스럽게 소멸시키려는 시도가 많았다. 과거엔 내부에 흡음재를 넣어 조절했고 어떤 경우엔 원뿔형 후방 챔버로 소멸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저음 반사형 구조에서 어쩔 수 없이 작은 포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노이즈가 저역과 중첩되면서 생기는 잡음을 잡기 위해 포트 디자인을 진화시켜왔다. 로딩 방식의 경우 저음 반사형 및 그저 작은 벤트 방식도 있었고 과거엔 백로드 혼 같은 방식으로 인클로저를 만들기도 했다. AR 같은 밀폐형은 당시 충격이었고 지금도 생산되는 트랜스미션라인 인클로저는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도 나의 주변엔 과거 세대의 탄노이, 클립시, JBL을 애지중지하며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한 편에선 최신 하이파이, 하이엔드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더 나으냐 묻는다면 리뷰어로서 필자는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가 더 낫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단지 한 명의 오디오 마니아로서는 과거의 스피커들도 청감상 매력이 넘친다. 취미의 영역이고 복잡다단한 음악의 재생 영역에서 때론 주파수 응답이 평탄하지 못하고 지향성이 떨어져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가장 아름답게 재생해주는 스피커가 있는 법이다. 때론 빼어난 측정 결과만 놓고 우열을 가리기도 하지만 과거의 스피커 또한 여전히 현대 하이파이에 커다란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또한 과거와 현재의 축적물이다.

SSUCHY 프로젝트

윌슨 베네시, 소재 연구에서 답을 찾다

그 중 윌슨 베네시를 보면 마치 현대 최첨단 무기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길게 쭉 뻗은 늘씬한 인클로저 하며 작고 정밀하게 만든 드라이브 유닛은 마치 금방이라도 앞으로 발사될 것만 같다. 게다가 항공 우주 등급 알루미늄과 카본 등을 정밀하게 가공해낸 솜씨는 일반적인 민수용 제품이 아닌, 특별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임을 누구든 직감하게 된다. 실제로 철강 산업이 발달한 영국 셰필드에서 태어난 윌슨 베네시는 그 뿌리부터 소재 과학 및 금속 가공 및 카본의 활용 등으로 오래 전부터 정평이 난 브랜드다. 겉으로 보기에 윌슨 베네시는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온갖 새로운 첨단의 길을 걷고 있는 듯 보인다.

실제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 펀딩을 받아 소재 연구에 참여해온 브랜드 중 오디오 브랜드는 윌슨 베네시가 유일할 것이다. 연구소가 AMP의 AMRC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보잉,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등 첨단 산업의 첨병들이 입주해 있는 그 곳에 윌슨 베네시는 뭔가 특별한 목적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 다른 오디오 브랜드가 기껏해야 MDF로 스피커 인클로저를 만들던 1980년대에 윌슨 베네시는 카본을 사용해 턴테이블 톤암을 만들었고 이후엔 스피커에 적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은 첨단 테크놀로지 기업들과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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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연구의 결실 ‘Omnium’

가장 최근의 윌슨 베네시 연구 결과라면 SUCCHY 프로젝트였고 2017년 시작해 약 4년간 지속되었다. 유럽 전역의 13개 대학 및 여러 기업들이 참여했고 그 결과는 생체 복합 기반 소재 관련 꽤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개발된 소재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서 윌슨 베네시 라인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모델명 뒤에 3zero가 붙기 시작했고 Omnium, Eminence 같은 기함들이 탄생했다. 피보나치 군단의 탄생이었다.

Omnium을 처음 보면 무려 1,740cm에 이르는 늘씬한 키에 압도당한다. 더불어 상단이 30kg, 하단이 110kg에 이르러 총 140kg의 몸체는 웬만한 힘으로 밀어도 꿈쩍도 안할 정도다. 이런 압도적인 중량과 크기로 만든 스피커가 과연 왜 필요한 걸까? 그 설계를 살펴보면 윌슨 베네시의 완벽주의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일단 이 스피커는 트위터, 미드레인지 각 한 개에 저역을 총 세 개 유닛에 나누어 할당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 발씩 짝을 이루는 아이소배릭 우퍼 시스템을 총 두 조나 투입해 고역부터 저역까지, 정확히는 27Hz에서 30kHz까지 재생하는 광대역 스피커 Omnium을 만들었다.

트위터 FIBONACCI SILK CARBON HYBRID TWEETER

참고로 각 유닛에 대해 간단히 집고 넘어가자. 일단 트위터는 기존의 세미스피어 트위터를 다시 한 번 진화시킨 일명 피보나치 트위터를 탑재했다. 일종의 웨이브가이드에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바로 그 차이를 눈치 챌 수 있는데 이는 고역의 분산 특성을 향상시키며 트위터 주변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회절 현상을 억제해 평탄하고 고른 고역 특성을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기존 트위터에서 내부 모터 시스템 및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매스를 가했다. 특히 트위터의 후방은 래버린스 구조를 통해 고역 성능을 한층 향상시켰다는 게 윌슨 베네시의 설명이다.

아이소배릭 우퍼 ISOBARIC DRIVE SYSTEM

미드레인지 및 우퍼엔 이제 3.0까지 진화한 윌슨 베네시의 대표작 7인치 택틱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이 유닛은 굉장히 중요한 유닛으로 일단 밀폐형으로 설계된 인클로저로 인해 유닛으로 전이될 수 있는 커다란 내부 압력에 강해야하면서도 비선형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잡음 없이 매우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운동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동안 발전시켜온 폴리프로필렌 진동판을 사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유닛들 또한 이전 세대와 달리 복잡한 문양의 중앙부 구조물을 가지고 있다. 트위터 그리고 미드, 우퍼에 모두 피보나치 수열을 기하학적으로 풀어낸 문양을 응용한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황금수열은 앵무조개로 일컬어지는 노틸러스 그리고 카다스의 도체 꼬임 구조에서도 발견되는 설계 컨셉과 일치한다. 자연은 그 자체로 과학이다.

한편 인클로저 또한 A.C.T.3 제로 모노코크로 진일보했다. 여기서 앞서 말한 SUCCHY 연구 프로젝트의 성과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데 그저 이름 장난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전에 카본과 블라트 코어를 사용했던 것에서 변화를 주어 친환경 생체 복합 소재를 사용했다. 이는 프랑스 브장송에 위치한 FEMTO Institute와 협력해 개발한 것으로 레진 같은 경우도 바이오 레진으로 바꾸는 등의 변화를 통해 강도는 양보하지 않되 댐핑 성능은 더욱 높였다고 한다.

omnium

청음

이번 시청에선 최근 소리샵 시청실에 세팅된 버메스터 앰프를 활용했다. 일단 프리앰프는 077 프리앰프를 셋업하고 파워앰프는 218 파워앰프를 모노 브리지로 세팅해 메머드급 앰프 군단을 완성했다. 한편 소스 기기는 T+A의 MP3100HV를 사용했다. 청음은 ROON을 사용해 주로 타이달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진행했음을 밝힌다.

dominique

우선 이 커다란 거인 같은 스피커는 그 높이와 크기에 압도당하지만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그 존재가 사라지고 음악만 보인다. 예를 들어 도미니크 피스 아이메의 ‘Strange fruit’을 들어보면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도미니크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커다란 스피커에서 빅 마우스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마치 조그만 2웨이 북셀프처럼 정확한 핀 포인트 포커싱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가능한 트위터와 귀 높이를 맞출 것을 권하며 무대의 정확한 정렬이 이뤄지면 좌/우로도 굉장히 큰 무대가 펼쳐진다. 놀랍게도 이 스피커는 2.5웨이에 불과하다.

gustav

최근 자주 듣고 있는 음악 중 구스타브 레온하르트의 바흐 ‘Goldberg variations’가 있다. 피아노가 아닌 챔발로 연주한 이 녹음은 트위터마다 천차만별이며 금속 트위터의 경우 때론 좀 피곤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윌슨 베네시 Omnium의 피보나치 트위터는 물론 소프트 돔 트위터인데 일부 금속 트위터에서 포착되는 자극적인 느낌이 말끔히 사라져 부드럽고 매끈하다. 어느 정도 이상의 옥타브로 올라가지 않고 롤오프되면서 좋은 말로 진하다고 표현되는 고역이 아니라 맑고 깨끗하게 뻗는 고역을 들려준다. 하지만 차갑지 않은데 아마도 소프트 돔 특유의 잔향은 약간 남아 있는 듯하다. 금속과 실크 돔의 강점을 융합한 소리다.

musica nuda

7인치 우퍼를 다발로 엮어 설계한 Omnium의 저역 시스템은 연구 대상이다. 모든 저역을 마치 컴퓨터로 계산해 각 대역을 이어 붙인 듯한 저역을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은 틀렸다. Omnium이 만들어내는 저역은 인위적으로 직조한 느낌이 별로 없으며 매우 자연스럽게 초저역까지 여유 있게 뻗어 내려간다. 긴장감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뮤지카 누다의 ‘Come together’를 들어보면 짜임새가 좋게 조화를 이룬 저역을 들여준다. 단, 이 정도 시스템이 되니 저역 제어엔 꽤 힘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218 모노 브리지는 실로 대단했다.

thierry mahler

대형기는 인간의 가청 한계 주파수를 모두 재생하며 현장에 가까운 실 사이즈 무대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멀티 웨이 스피커의 주파수 간 이음매는 물론 지향성, 시간축 일치 등 다양한 복병이 숨어 있어 어쭙잖은 대형 스피커보단 작은 사이즈가 나을 수도 있다. 이를 윌슨 베네시는 소재와 구조로 풀어냈다. 티에리 피셔 지휘, 유타 심포니 연주로 말러 교향곡 1번, 4악장을 들어보면 일단 다이내믹 헤드룸이 여유가 넘쳐 매우 수월하게 저역을 뿜어낸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도 엉키는 부분 없이 커다란 슬램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선을 떨지 않는 여유가 넘친다. 더 이상 오케스트라는 객체가 아니라 청취자는 그 오케스트라 연주회장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202303 Wilson Benesch Fibonacci 1

총평

Omnium의 공칭 임피던스는 4.5옴이며 감도는 89dB이다. 더불어 트위터에 5kHz 하이 패스 필터를 걸고 아이소배릭 우퍼엔 500Hz에서 로우패스 필터를 설계해놓았다. 그리고 나머진 베이스 우퍼는 1차 오더, 흥미로운 건 앰프와 직결되는 구조다. 이 정도 유닛 개수를 탑재할 정도면 적어도 3웨이 이상일 것 같지만 고작 2.5웨이 설계. 윌슨 베네시가 원하는 최고의 특성을 가진 유닛을 직접 개발하고 스피커의 필요악인 인클로저 및 크로스오버가 이 유닛의 재생음에 끼치는 악영향은 극단적으로 배제시키겠다는 의지가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Omnium은 많은 부분 새롭게 진화된 스피커의 전형이지만 이전 세대에 들었던 풀레인지 스피커의 자연스러움과 정전형의 스피커, 마치 2웨이 북셀프나 동축의 핀 포인트 포커싱과 스피드를 모두 이 대형기에 담아내고 있다. Omnium이 무슨 뜻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윌슨 베네시의 주파수의 파동과 소재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음악에 대한 예술 컨텐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 스피커에 그대로 투영되었다고. 과학과 예술은 어차피 하나의 몸에서 태어난 다른 자식인 것.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윌슨 베네시는 Omnium을 통해 그들의 순수한 음악관을 투철하게 완성해냈다. 아마도 스피커 설계의 역사에 방점을 찍은 모델로 기억될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Type
2.5-way electric, 4-way acoustic, floor standing loudspeaker

Measurements
Impedance: 4.5 Ohms
Sensitivity: 89dB @ 1-Meter on axis, 2.83V Input
Frequency Response: 27Hz – 30kHz +/- 2dB

Drive Technology
Tweeter: 1x 25mm (1”) Wilson Benesch Fibonacci Hybrid Silk-Carbon Tweeter
Midrange: 1x 170mm(7″) Wilson Benesch Tactic 3.0
Upper Bass 1: 1x 170mm(7″) Wilson Benesch Tactic 3.0
Upper Bass 2: 1x 170mm(7″) Wilson Benesch Tactic 3.0
Low Bass 1: 1x 170mm(7″) Wilson Benesch Tactic 3.0
Isobaric Drive System 1: 2x 170mm (7”) Wilson Benesch Tactic 3.0 in Clamshell Formation
Isobaric Drive System 2: 2x 170mm (7”) Wilson Benesch Tactic 3.0 in Clamshell Formation

Crossover Technology
Tweeter: Second-Order, 5kHz High Pass Filter
Midrange: Directly Amplifier Coupled
Upper Bass 1: First-Order
Upper Bass 2: First-Order
Low Bass 1: First-Order
Isobaric Drive System 1: First-Order 500Hz Low Pass Filter
Isobaric Drive System 2: First-Order 500Hz Low Pass Filter

Enclosure Technology
Materials: A.C.T. 3Zero – Advanced Bio-composite Monocoque Technology, Poly-Alloy, Hybridised Construction
Upper Bass Enclosure: Infinite Baffle Sealed Enclosure
Tweeter: Labyrinth Sealed Tweeter Backplate
Midrange: Infinite Baffle Sealed Enclosure
Low Bass 1: Infinite Baffle Sealed Enclosure
Isobaric Enclosure: Infinite Baffle Sealed Enclosure

Finishes
Standard – Textured Black
Premium Natural Wood Veneer
Premium Paint Finishes
Premium P1 Carbon Fibre Finishes
Isobaric Drive System Finishes
(Contact Nirvana Sound for options)

Dimensions
Height: 1,720mm (67.7”)
Width: 205mm (8.1”) Baffle // 594mm (23.39”) Widest Point of the Foot
Depth: 624mm (24.6″)

Weight
140 kg (308.65 lbs) Ships as two Enclosures / 110kg (242lbs) Lower / 30kg (66lbs) Upper

Terminations
Bi-wirable terminal located on the loudspeaker foot at ground level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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