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F LS LUXE
듣는 럭셔리에서 보는 럭셔리로
켄트 엔지니어링 앤 파운드리(Kent Engineering & Foundry)에서 이름을 딴 KEF가 1961년 창립 이래 65년간 쌓아온 기술은 방대하다. 지금도 여러 메이커가 제작해 오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추앙 세력을 가지고 있는 BBC 모니터 스피커는 KEF가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정도다. 영국 스피커의 역사에서 KEF가 없었다면 아마도 영국의 스피커 역사는 적어도 몇 년은 뒤처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KEF는 동축 드라이버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으며 동축 드라이버의 역사는 KEF UNI-Q를 기점으로 전후로 나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KEF가 지나온 65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스피커 하나를 출시했다. 이름은 간결하게 LS LUXE로 발표되었다. KEF는 “LS LUXE가 럭셔리 리스닝의 의미를 재정의한다”고 밝혔고, “경험하는 사운드가 공간을 빚어낸다”는 카피와 함께 조각가적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었다. 과연 KEF는 어떤 사운드를 위해 이러한 디자인과 이름을 창조해낸 것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작의 디자인을 전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단순한 실루엣만 공개한 나머지 궁금증은 더해갔다. 그리고 결국 공개된 신작 LS LUXE는 이전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디자인과 설계로 등장하며 관심을 모았다.

로스 러브그로브의 짙은 그림자
우선 디자인은 로스 러브그로브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했다. 앞서 로스 러브그로브는 Muon이라는 전무후무한 플래그십 하이엔드 오디오로 KEF와 인연을 맺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기하학적 디자인 안에 KEF의 독보적인 동축 드라이버는 생물처럼 숨 쉬며 싱싱한 사운드를 쏟아냈다.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알루미늄 스피커의 등장을 예견이라도 한 듯 KEF의 도전은 신선했고 음향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로스 러브그로브는 그 창의적인 디자인을 Muo 블루투스 스피커, Mu 헤드폰/이어버즈 라인으로 이어나가면서 일상에 녹아들었다.
제품명과 디자인의 숨은 뜻은 아마도 라틴어·프랑스어 ‘Luxe’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음향 기기를 넘어 인테리어의 중심이 되는,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서의 럭셔리다. 그리고 수많은 스케치를 통해 이런 기하학적 디자인은 탄생했다. 로스 러브그로브의 디자인은 한마디로 유기적 본질주의(Organic Essentialism)로 일컬어진다. 불필요한 장식이나 질량을 철저히 배제하고, 자연물(뼈, 세포, 식물의 구조)이 진화해 온 가장 효율적이고 완벽한 형태를 제품에 이식해왔다. 어느 부분도 각진 곳을 찾아볼 수 없으며 자연적인 곡선미를 극대화했다.

이런 디자인 철학은 KEF가 LS LUXE에서 추구하는 음향적 특성과 정확히 맞닿는다. 모든 면을 곡선으로 처리하면서 회절 현상을 극도로 억제한 것이 첫 번째 소득이다. 그리고 각 면이 서로 평행하게 마주 보는 부분이 없다. 이로써 LS LUXE는 내부 정재파의 발생 원인을 소멸시켰다. 자연계의 진화 원리를 인공물로 구현해 내는 디자인으로 일가를 이룬 로스 러브그로브의 디자인은 음향의 최전선에 위치한 스피커에서도 궁극의 결과물을 얻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KEF의 혁신적 아키텍처가 결집된 올인원 무선 액티브 스피커 시스템, LS LUXE는 어떤 설계와 기능을 담아냈을까? 조목조목 알아보기로 하자.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네트워크 스피커의 표본
전체적인 설계 기조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KEF의 시그니처 기술인 동축 드라이버다. LS LUXE에서는 최신형인 12세대 Uni-Q 동축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음향적 정위감을 극대화하는 점음원(Point Source) 이론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트위터 후면으로 방사되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에너지 반사를 99%까지 흡수하는 메타물질 흡음 기술(MAT, Metamaterial Absorption Technology)을 결합했다.
흥미로운 것은 VECO, 즉 ‘Velocity Control’이라는 기술의 도입이다. 이미 KEF는 사운드바에서 이 기술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에 본격적으로 레퍼런스급 스피커에 채용했다. 이는 실시간 피드백 및 속도 제어 기술이다. 유닛이 구동될 때 음성 코일(Voice Coil)과 진동판의 실제 이동 속도(Velocity)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입력된 오디오 신호의 속도 정보와 실제 유닛의 움직임 사이에 오차가 발생하면, DSP가 이를 즉각적으로 보정·제어한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정교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오차 보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형 단일 드라이버가 갖는 물리적 한계, 즉 ‘대음량 저역 재생 시 발생하는 선형성 상실과 구동 제어의 한계’에 있다. 트위터와 우퍼가 한 축에 결합된 동축 드라이버 특성상, 우퍼 콘이 초저역을 재생하기 위해 크게 왕복 운동(스트로크)을 일으키면 보이스 코일의 발열과 진동판의 과도한 변위로 인해 심각한 저역 일그러짐과 상호 변조 왜곡(IMD)이 발생하기 쉽다. VECO 기술은 보이스 코일의 이동 속도를 실시간 피드백 루프로 모니터링하고, 코일의 온도 변화에 따른 임피던스 변동과 무관하게 일정 전력을 공급하는 전류 구동(Current Drive) 메커니즘을 결합하여 우퍼의 한계 스트로크 영역에서도 일그러짐 없는 극도의 투명한 해상도를 유지하게 만든다.
덕분에 저역 댐핑과 과도 응답(Transient Response) 특성에서도 획기적인 효과를 얻어낸다. 유닛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제동(Damping) 과정에서의 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앰프의 출력 신호가 끝나는 즉시 유닛의 잔여 진동을 칼같이 정지시킨다. 이로 인해 소형 단일 유닛 특유의 부밍이나 흐릿함 없이, 하이엔드 대형기 수준의 군더더기 없는 저역 펀치력과 압도적인 과도 응답 특성을 끌어낸다. 요컨대 VECO는 단 하나의 동축 드라이버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물리적·디지털 속도 제어를 통해 완전히 극복해 낸 획기적인 기술이며, 이는 디지털 회로와 전용 DSP가 통합된 네트워크 스피커에서만 가능한 진화다.

이러한 진화는 DSP 기반의 Music Integrity Engine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요컨대 아날로그 수동 소자의 찌꺼기 같은 위상 왜곡과 열 손실을 과감히 내던졌다. LS LUXE에는 아날로그 LCR 회로 대신 차세대 DSP 알고리즘인 KEF 독자의 Music Integrity Engine(MIE)이 적용되어 있다. 디지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액티브 크로스오버는 각각의 드라이브 유닛에 도달하는 시간축(Time-alignment)과 위상 정합을 소수점 단위의 정밀도로 제어한다. 크로스오버 포인트 부근에서 흔히 발생하는 에너지의 딥(Dip)이나 피크를 근본적으로 소거하며, 타이밍이 칼날처럼 맞물리는 베이스와 고역이 이음매 없이 정교하게 결합하게 만든 것이다.
LS LUXE는 액티브 스피커이며 고역의 섬세함과 저역의 제어력을 분할한 멀티 바이앰핑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또한 획기적이다. 하나의 앰프로 전 대역을 드라이브하는 미숙함을 거부한다. LS LUXE의 내부에는 각 유닛의 음향적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멀티 채널 전용 파워 앰프 모듈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우선 미세한 배음 표현력과 투명도가 생명인 트위터엔 순수한 음질 중심의 Class AB 앰프를 전담 배치했다. 한편 우퍼 부문은 강력한 제어력과 순간적인 전류 공급(Damping Factor)이 요구되는 저역 대역에 고효율·고출력 Class D 앰프를 매칭했다. 유닛마다 전용 DAC와 앰프가 직결되는 전형적인 액티브 모노코크 구조를 통해 신호 간섭을 차단하고, 초고역의 정밀함과 저역의 펀치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인터페이스는 간결하면서 적확한 쓰임새를 감안해 설계했다. 현대 하이엔드 디지털 오디오의 수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TV와의 완벽한 연동을 보장하는 HDMI eARC 포트를 필두로, 고해상도 아날로그 음원을 위한 아날로그 입력, 그리고 TOSLINK 광 및 동축(Coaxial) 단자를 탑재했다. 단, 일반 스테레오 RCA 입력과 USB 입력이 사라진 점은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좌우 스피커 간의 데이터 전송 역시 대역폭과 편의성을 동시에 배려했다. 무선 연결 시 24bit/96kHz의 고음질을 유지하며, 제공되는 전용 케이블로 좌우를 유선 연결할 경우 최대 24bit/192kHz에 달하는 무손실 고해상도 디지털 스트림을 완벽하게 보장한다.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는 W2 무선 플랫폼에서 정점을 찍는다. 별도의 하드웨어 렌더러 없이도 AirPlay 2, 구글캐스트, Bluetooth 5.3은 물론 Spotify Connect와 Tidal Connect를 기본 지원하여 유저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스트리밍 인터페이스는 UPnP 프로토콜 기반으로 룬 레디(Roon Ready) 인증도 받았으며 로컬 음원 서버(NAS) 내의 고음질 포맷을 원형 그대로 디코딩 가능하다. 단순한 네트워크 재생기를 넘어, KEF Connect 앱을 통해 청취 공간의 용적과 벽면 거리에 따라 음향 특성을 실시간 수정하는 EQ 튜닝까지 수용하는 완벽한 스마트 네트워크 허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음
이번 시청은 매우 단출하게 진행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LS LUXE는 그 어떤 주변 컴포넌트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저 스피커에 랜 케이블을 꽂고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면 그만이다. 두 스피커를 무선으로 연결해도 되니 이처럼 간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간결함은 종종 음질 퀄리티와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놓이게 된다. 과연 KEF는 LS LUXE에서 편의성과 음질을 공존시켰을까?

아론 네빌 – Everybody plays the fool
우선 이 스피커는 기존 LS50 W2와 정확히 동일한 설계 컨셉을 지닌 액티브 스트리밍 스피커다. 그러나 스피커 드라이버의 크기, 인클로저 디자인 등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무척 다른 스피커다. 일단 체급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간단한 구성의 보컬, 팝 레코딩만 들어보아도 스피커는 바로 사라지며 매우 커다란 스테이징을 형성해낸다. 회절이나 내부 정재파 등을 억제한 스피커 디자인 및 소재 면에서의 차이점이 음질로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무게 중심이 LS50 계열보다 좀 더 낮아져 상당히 묵직한 중·저역을 내뿜어준다. 북셸프 중에서는 탑 클래스에 올려놓을 수 있는 스케일이다.

포플레이 – Chant
규모만 크다고 해서 스피커의 품질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더 큰 스케일을 원한다면 LS60 Wireless라는 대안이 있다. 그렇지만 중역에서 저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의 포만감이 오히려 LS LUXE가 앞선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데 LS60 Wireless의 경우 단 4인치 동축 드라이버를 사용한 반면 LS LUXE는 무려 6.5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물론 전자는 추가로 베이스 우퍼를 장착했으나 전면에 장착한 6.5인치 미드/베이스 우퍼의 위력은 또 다른 충만한 중역과 저역을 표현해낸다.

히로미 – Seeker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보컬에 이르기까지 모든 악기들의 소리는 KEF의 기존 사운드와 결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의 KEF가 예쁘게 다듬은 사운드라면 LS LUXE는 좀 더 남성적이다. 이는 사실 근작 CODA W의 사운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튜닝 영역에서 방향 전환이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좀 더 시원하고 직설적인 면이 있다. 피아노는 좀 더 앞으로 전진 배치되어 호소력이 짙고 쾌활하다. 여기에 더해 초반 이후 시작되는 드럼 연주에선 이 사이즈의 북셸프 타입 스피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깊고 묵직한 타격감을 선사한다.

힐러리 한 & LA 챔버 오케스트라 – 바흐 : Violin Concerto No.2
내장 앰프의 성능은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트위터 부분엔 클래스 AB 증폭을 통해 곱고 섬세한 사운드를 표현했으며 우퍼엔 클래스 D로 커다란 볼륨에서도 무리 없이 커다란 다이내믹스를 소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고역 음색이다. 이 대역이 훌륭하지 못하다면 다른 저역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용없다. 여기서 VECO 같은 설계가 빛을 발한다. 프라이머리에서 음악 신호를 받아 재생하는 세컨더리 스피커가 마치 한 몸이 된 듯 정확하고 빠른 응답 특성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음색 부분이나 타이밍 측면에서 이물감 없이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총평
KEF LS LUXE를 처음 마주했을 때 떠오른 것은 프랑스어 ‘Luxe’였다. 하지만 이 모델을 경험한 이후 떠오른 또 다른 단어는 라틴어 ‘Lux(빛)’이다. 프랑스어로 ‘Luxe’는 호화로움과 사치를 뜻하지만, 그 어원은 라틴어 ‘Lux’, 즉 빛에서 출발한다. KEF가 선보인 LS LUXE는 이 두 가지 의미를 완벽하게 교차시킨다. 빛을 부드럽게 반사하는 유선형 곡선 바디는 시각적 럭셔리를 선사하고, Uni-Q 드라이버가 토해내는 정밀한 음상은 무대 위 음악가들에게 조명을 비추듯 소리의 명암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자연스러운 곡선과 리어 방열판의 물결무늬 패턴은 빛(Lux)의 파장과 소리의 파동을 시각적으로 조형화한 결과물인 것이다. 공간을 채우는 가장 빛나는 사치, LS LUXE는 이렇게 소리와 빛이 만나 완성된 단 하나의 스피커다. 아마도 스트리밍 스피커는 향후 LS LUXE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 분명하다.
글: 오디오 평론가 코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