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디오 Clara
Intro
요즘 네트워크 스위치 경쟁이 뜨겁다. DAC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가 되면서 이제 제작자와 애호가들의 관심은 그 앞단으로 옮겨졌다. 예전 ‘허브’라고 불렸던 네트워크 스위치를 비롯해, 룬 사용으로 관심이 높아진 뮤직서버, 그리고 스트리밍 시대의 핵심 컴포넌트 스트리머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중에서도 최전선에 선 것이 네트워크 스위치다. 스트리밍 음원이 홈오디오에 진입하면서 처음 만나는 곳인 만큼, 이곳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전체 오디오 품질이 확 달라진다.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이 진검승부 네트워크 스위치 전장에 반오디오(Bann Audio)가 참전했다. Clara다.

Contents
- 노이즈와 지터를 제거하라
- 배터리
- 25MHz OCXO 클럭
- RJ45 절연 포트
- 1Gbps 지원
- 비교청음

노이즈와 지터를 제거하라
가정용 일반 네트워크 스위치 대신에 오디오급 웰메이드 네트워크 스위치를 투입하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이 음이 깨끗하고 선명해지고 배경이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곡에 따라서는 무대 안길이가 깊어지고 악기들의 레이어가 분명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게 절대 기분 탓이 아니다. 해당 네트워크 스위치가 유무선을 통해 유입되는 각종 전기 노이즈와 고주파 노이즈, 전자파 노이즈, 심지어 진동 노이즈까지 제거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에게 들어온 RJ45 랜 클럭을 리클럭킹해 지터를 없앤 덕도 크다. 명백한 ‘세정효과’다.

배터리
이런 맥락에서 반오디오의 신작 네트워크 스위치 Clara를 살펴본다. Clara는 4개 RJ45 랜 포트를 단 네트워크 스위치다. 이 중 어느 것을 입력용으로, 어느 것을 출력용으로 쓸지는 유저가 선택하면 된다. 섀시는 두터운 알루미늄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졌는데 이는 진동 및 공진 방지와 전자파 노이즈 차단을 위해서다.
Clara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터리 구동이다. 전원은 외장 어댑터를 통해 받지만 작동은 내장 배터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 내부를 보면 2개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있는데, 하나는 충전용, 하나는 방전용이다. 따라서 전원만 꽂아놓으면 실제 작동은 24시간 배터리 전원을 통해 이뤄진다.

이처럼 굳이 배터리를 쓴 것은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노이즈나 진동 노이즈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다. 잘 아시는 대로 전자파 노이즈는 SMPS처럼 고속 스위칭이 이뤄지는 전원부에서 많이 발생하고, 진동 노이즈는 전원부의 핵심이라 할 트랜스포머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자체가 AC 리플이 없다는 장점도 크다.
Clara는 또 다수의 전압 레귤레이터를 통해 HUB IC에 깨끗한 전기를 공급한다. HUB IC는 네트워크 패킷의 목적지 주소(MAC 주소)를 판별, 해당 포트로만 데이터를 보내주는 스위칭 칩. 이 칩이 필요로 하는 여러 레벨의 전압을 독립된 개별 레귤레이터가 전담토록 함으로써 상호 간섭(회로간의 오염)을 배제한 것이다.

25MHz OCXO 클럭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25MHz OCXO 클럭이다. 정밀도가 20ppb(10억분의 20초)에 달하는 고정밀 OCXO 클럭을 사용함으로써 외부 클럭 사용시 뒤따르는 지터와 노이즈 유입을 미리 막았다. 참고로 정밀도가 10억분의 20초라는 것은 1초당 오차가 10억분의 20초, 즉 1억분의 2초밖에 안된다는 뜻이다.
이 OCXO 클럭은 또한 흔히 사용되는 10MHz 대신 25MHz 주파수를 채택했다. 10MHz 클럭을 사용하면 어떻게든 PLL 변환을 통해 25MHz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지터와 노이즈가 생긴다고 본 것이다. 굳이 25MHz인 것은 이더넷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클럭(랜 클럭) 표준 주파수가 25MHz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스위치의 효능감 중 하나가 유입된 지터와 노이즈를 리클럭킹을 통해 떨궈낸다는 것인데, 이런 면에서 Clara는 그 기본에 아주 충실했다.

RJ45 절연 포트
Clara는 랜선을 타고 들어오는 전자파 노이즈와 전기 노이즈를 RJ45 절연 포트를 통해 걸러낸다. 내장된 트랜스포머를 통해 노이즈는 떨궈내고 데이터만 전자기유도를 통해 건네받는 것. 특히 절연 트랜스포머를 포트에 내장한 제품 중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노이즈 제거 능력을 인정받는 대만 펄스(Pulse) 제품을 사용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Clara가 요즘 네트워크 스위치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광 절연 SFP 변환 포트를 달고 있지 않다는 점. 도체로 구리를 사용하는 일반 랜 케이블과 RJ45 포트로는 하이엔드급 절연 효과를 볼 수 없어서 광 케이블과 SFP 포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인데, 반오디오는 이를 명쾌하게 반박하고 있다. 이것이다.

첫째, SFP에 장착되는 모듈이 호환성을 많이 타는 문제가 있다. 둘째, SFP 포트에는 전원으로 3.3V만 공급하게 되어 있는데, SFP 모듈 내부에서 이뤄지는 전압 변환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 셋째, SFP 포트는 데이터와 클럭 신호를 동시에 받는데, SFP 모듈에는 메인보드에 사용된 OCXO 고정밀 클럭 신호를 제공할 수 없다.

1Gbps 지원
끝으로 Clara는 최대 1Gbps 속도를 지원한다. 그만큼 내부 프로세서 처리 속도가 초당 125MB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 물론 음악신호 자체는 1G 대역폭을 다 쓰지 않지만, 대역폭이 넓을수록 데이터 병목 현상이 줄어든다.
반오디오에 따르면 몇몇 제작사들이 최대 속도를 100Mbps로 제한하는 것은 낮은 속도로 동작하면 그만큼 전력 소모가 적고 노이즈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Clara는 1Gbps에서도 이런 문제를 최소화시켜 보다 반응이 빠르고 쾌적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반오디오 주장이다.

비교청음
동료 리뷰어 코난의 시청실에서 Clara 비교청음을 해봤다. 기존 네트워크 스위치를 사용했을 때와 Clara를 투입했을 때 음질 변화를 추적해본 것. 뒷단의 스트리머는 오렌더의 N10, DAC은 반오디오의 Firebird MKIII Last Dance를 사용했다.

먼저 나윤선의 ‘Lost Pieces’를 들어보면 Clara의 효능감이 단번에 체감된다. Clara로 바꾸자마자 음이 풍성해지고 필자의 가슴에 다가오는 공기압이 늘어난 것. 저음의 중량감이나 파워가 늘어난 것은 의외의 변화다. 다시 기존 네트워크 스위치로 돌아가보면 뭔가 빼먹고 음악을 들려주는 듯한 상실감이 크다. 정보량의 차이인 것이다.

앨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녹턴’은 Clara의 노이즈 제거 효과를 톡톡히 봤다. Clara를 투입하자 피아노의 잔향과 약음이 살아나고, 구겨진 옷을 다림질한 듯 음의 표면이 깨끗하고 고와지고 매끄러워졌다. 기존 네트워크 스위치로 바꿔보면 피아노의 음상이 흐릿해지고 바이올린 소리가 덜 예쁘게 나온다. 다시 Clara를 투입하면 바이올린에서 완전히 몸이 풀린 소리가 나온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활이 현에 닿기도 전에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다이애나 크롤의 ‘I’ll See You In My Dreams’는 해상력의 잔치. 피아노 소리가 분명해지고 여러 반주 악기들 소리도 더 잘 들린다. 전체 분위기 자체가 흥겨워진다. Clara를 빼고 기존 네트워크 스위치로 바꿔보면 얇은 보자기를 피아노 해머에 씌운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덕분에 분위기도 갑자기 처진다.

아네트 아스크빅의 ‘Liberty’에서는 SN비의 놀라운 상승에 감탄했다. 기존 네트워크 스위치에 비해 잔향이 잘 포착되고 음결이 부드러워진 것은 물론, 배경이 먹먹한 기분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해진다. 기존 네트워크 스위치로 바꿔보면 음의 무게감이 사라지고 무대가 위로 붕 떠버린다. 다시 Clara를 투입하면 무대의 깊이라든가 공간감도 늘어난다.

Outro
묘한 일이다. 필자가 DAC 스펙을 고민할 때는 DAC 제작사들이 스펙을 놓고 살벌한 경쟁을 했고, 룬(Roon)에 취미를 붙였을 때는 뮤직서버나 스트리머 제작사들이 앞다퉈 룬 코어와 룬 레디 스트리머를 시장에 투척했다. 이제 네트워크 스위치를 통해 지저분한 랜 신호를 세정해야겠다 마음 먹으니 이번에는 쓸 만한 네트워크 스위치가 속속 등장한다.
이번에 테스트한 반오디오 Clara는 바로 이 ‘쓸 만한 네트워크 스위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네트워크 스위치 가격을 생각하면 가격도 착한 편이다. 청감상의 변화는 유의미한 수준을 넘어 놀라울 정도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언제나처럼 반오디오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제조사 : 반오디오 (http://bannaudio.com)
공식 소비자 가격 : 3,5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