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디오 Clara & Undine MK2
디지털 오디오의 사각지대
오디오 시스템에서 네트워크 스위치와 USB 허브는 오랫동안 ‘주변기기’로 취급됐다. 음악을 만드는 것도, 변환하는 것도, 증폭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스위치는 데이터를 전달하고 USB 허브는 포트를 확장하는 장치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렇다면 굳이 오디오파일을 위한 네트워크 스위치와 USB 허브가 필요한 것일까.
여기서 디지털 오디오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0과 1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독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는 디지털이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회로는 철저하게 아날로그적인 전기회로다. 전원에는 노이즈가 존재하고, 클럭에는 시간축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고속 디지털 회로에서 발생한 전자기적 에너지는 주변 회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오디오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단순히 ‘얼마나 정확하게 데이터를 전달하는가’뿐 아니라, ‘그 데이터를 어떤 전기적 환경에서 처리하게 만드는가’라는 문제까지 포함한다. 그 사각지대에 네트워크 스위치와 USB 허브라는 존재가 대두되어왔다.

네트워크 스트리밍부터 보자. Ethernet은 패킷 기반 통신이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온 데이터의 순간적인 전송 타이밍이 그대로 DAC의 변환 타이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리머는 데이터를 버퍼링하고 자신의 오디오 클럭을 기준으로 다시 재생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원과 노이즈, 그리고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를 통한 전기적 간섭이다. 실제로 고성능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클럭과 전원 회로의 노이즈를 낮추고,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 사이의 간섭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설계 과제가 된다.
그래서 네트워크 스위치 같은 제품의 존재 이유는 ‘더 빠른 네트워크’에 있지 않다. 이미 기가비트 Ethernet이면 오디오 스트리밍에는 충분하다. 핵심은 네트워크 데이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디오 시스템에 어떤 전기적 환경을 만들어주는가’에 있다. 네트워크 스위치를 IT 장비가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의 첫 번째 인터페이스로 바라보는 순간, 별도의 설계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USB도 마찬가지다. USB는 본래 컴퓨터 주변기기를 연결하기 위한 범용 인터페이스다. 그러나 USB DAC를 연결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USB에는 고속 디지털 신호뿐 아니라 전원과 그라운드가 함께 연결되고, 컴퓨터라는 매우 복잡한 디지털 환경과 오디오 회로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인다. 따라서 USB 오디오에서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 자체의 정확성만이 아니라 ‘어떤 전원과 노이즈 환경에서 USB 신호가 오디오 장치에 도달하는가’가 된다.
USB 허브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일반적인 USB 허브가 포트 확장이라는 기능에 집중한다면, 오디오용 USB 허브는 USB 신호 경로와 전원, 클럭, 절연이라는 요소를 오디오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수 있다. 반오디오 역시 USB 허브 내부에서 전원과 신호가 재구성되는 구조에 주목해 저잡음 전원과 클럭, 신호 경로를 오디오 관점에서 최적화해왔다.

결국 네트워크 스위치와 USB 허브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장치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디지털 오디오 시스템에서 간과하기 쉬운 인터페이스와 전기적 환경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번 리뷰에서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네트워크와 USB라는 두 개의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실제 오디오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전원, 노이즈, 클럭, 절연이라는 요소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부터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는 것이 DAC다. 소스에서 시작해 네트워크와 USB를 거쳐 최종적으로 DAC에 도달한 디지털 신호가 어떤 방식으로 아날로그 음악으로 변환되는가. 이번 반오디오의 세 제품은 어쩌면 그 하나의 경로를 서로 다른 지점에서 바라본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디지털 신호의 두 관문
이번 테스트의 시스템은 조금 특별하다. 네트워크에서 출발한 음악 신호가 반오디오 Clara 네트워크 스위치를 거쳐 Sylphid 렌더러로 들어가고, 다시 USB를 통해 Undine MK2를 통과한 뒤 Firebird MK3 Last Dance에서 아날로그 신호로 완성된다. 얼핏 보면 네트워크 스위치와 USB 허브라는 두 주변기기가 추가된 단순한 구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호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Clara와 Undine MK2가 자리한 위치는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하나는 네트워크와 오디오 시스템의 경계에 있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소스와 DAC의 경계에 있다.
나는 이 두 제품을 ‘음질을 더해주는 액세서리’라기보다 ‘디지털 오디오 시스템의 두 관문을 관리하는 장치’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Clara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에서 Ethernet은 기본적으로 패킷을 전달하는 통신 규격이다. 음악 데이터가 0과 1의 형태로 전달되고, 패킷 자체의 무결성은 네트워크 프로토콜이 관리한다. 따라서 좋은 네트워크 스위치를 사용한다고 해서 음원 데이터의 0과 1이 더 고급스러워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데이터를 처리하는 네트워크 회로가 어떤 전기적 환경에 놓이는가다.
가정용 네트워크 장비는 기본적으로 오디오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저렴한 스위칭 전원, 범용 클럭, 다수의 디지털 회로가 만들어내는 고주파 성분, Ethernet 케이블을 통해 연결되는 여러 기기 사이의 전기적 경로가 존재한다. 데이터 통신에서는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 요소들이지만,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전원과 그라운드, 공통모드 노이즈 같은 전기적 요소가 이후의 아날로그 회로와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Clara의 설계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제품은 네트워크 스위치를 단순한 데이터 분배기가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에 들어오기 직전의 전기적 환경을 관리하는 인터페이스로 바라본다. RJ45 단계에서의 절연, 개별 포트 설계, 저잡음 전원, 그리고 25MHz OCXO를 이용한 스위치 내부 클럭 설계가 그 방향을 보여준다. 특히 10MHz 기준 클럭을 별도의 주파수 합성 회로를 거쳐 사용하는 대신 Ethernet 스위치 로직에 필요한 25MHz를 직접 공급한다는 접근은, 클럭 경로에서 불필요한 변환 단계를 줄이려는 엔지니어링적 선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데이터가 더 정확해진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Sylphid가 네트워크 데이터를 받아 오디오 스트림으로 처리하기 전에 어떤 환경을 거치는가에 의미가 있다. 네트워크 스위치는 신호 경로의 앞단에서 전기적 잡음과 인터페이스의 불안정성을 관리해, 이후 렌더러가 보다 깨끗한 조건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 관문이 Undine MK2다. 여기서는 상황이 더욱 직접적이다. USB는 데이터뿐 아니라 전원과 그라운드까지 연결되는 인터페이스다. 컴퓨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내부에는 수많은 디지털 회로와 스위칭 전원, 고속 프로세서가 존재하고, USB는 그 환경과 DAC를 물리적으로 연결한다. 따라서 USB 오디오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무결성만이 아니라 ‘USB라는 전기적 연결을 통해 어떤 노이즈 환경이 DAC 쪽으로 전달되는가’라는 문제에 방점이 찍힌다.
Undine MK2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을 끊어내고 다시 구성하는 데 있다. 갈바닉 절연을 통해 입력 측과 출력 측의 전기적 연결을 분리하고, 저위상잡음 OCXO를 이용해 USB 허브의 클럭을 관리하며, 배터리 전원을 활용해 USB 허브 자체가 새로운 노이즈원이 되는 것을 최소화한다. 즉 USB 신호를 단순히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입력된 신호를 절연한 뒤 별도의 클럭과 전원 환경에서 재생성하는 구조다.

이렇게 보면 Clara와 Undine MK2의 역할이 묘하게 닮아 있다. Clara는 네트워크 단계에서 전기적 환경을 정리하고, Undine MK2는 USB 단계에서 다시 한 번 전기적 경계를 만든다. 하나는 Ethernet의 세계와 오디오의 세계 사이에 놓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소스와 DAC 사이에 놓인다. 결국 이번 시스템의 흥미로운 점은 노이즈를 한 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인터페이스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Clara에서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의 전원, 절연, 클럭 환경을 정리하고, Sylphid에서 스트리밍 데이터를 오디오 스트림으로 처리한 다음, Undine MK2에서 USB 신호를 갈바닉 절연한 뒤 별도의 클럭 환경에서 재생성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Firebird MK3 Last Dance가 R2R 래더 방식으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한다. Firebird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음악으로 바꾸는 최종 관문이라면, Clara와 Undine MK2는 그 관문에 도달하기 전 신호 환경을 다듬는 전처리 단계에 해당한다. Firebird MK3 Last Dance가 R2R 래더 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고 아날로그적인 음악성을 추구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이 조합은 단순히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방향보다는 신호 경로의 불필요한 오염을 줄이는 방향으로 일관된 철학을 갖는다.

물론 이론만으로 음질의 차이를 확정할 수는 없다. 디지털 오디오에서 네트워크 스위치나 USB 허브의 효과는 시스템의 회로 구성과 전원 구조, DAC의 USB 인터페이스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론과 청감 사이의 거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Clara와 Undine MK2가 각각의 관문에서 만들어낸 변화가 최종적으로 Firebird MK3 Last Dance의 음질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해상도인가, 정숙도인가. 음상의 윤곽인가, 공간의 깊이인가. 아니면 수치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음악의 질감과 자연스러움인가. 이제 그 차이를 음악으로 확인해볼 차례다.

청음
이번 테스트에서 소스 기기는 모두 반오디오 제품으로 통일했다. 요컨대 Sylphid 네트워크 렌더러, Clara 네트워크 스위치, Undine MK2 USB 허브, Firebird MK2 Last dance DAC가 그 주인공이다. 이 외에 앰프는 아큐페이즈 E-5000 인티앰프, 스피커는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를 사용했다. 먼저 Sylphid 단독으로 청음한 뒤 Clara를 한 대씩 추가하며 음질 변화를 살폈다. 이후 Undine MK2까지 추가해 전체 시스템을 구성한 뒤 재생음을 비교했다.

히로미 ― Seeker
히로미의 ‘Seeker’는 첫 음부터 시스템의 정숙도를 확인하기 좋은 곡이다. 이 곡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베이스와 드럼이 빠르게 주고받으며 전개되는데, 단순히 악기의 음색이나 해상력만 듣는 것보다 음과 음 사이의 빈 공간이 얼마나 깨끗하게 유지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eeker’는 히로미의 앨범 ‘Alive’에 수록된 곡으로, 피아노 트리오의 경쾌한 움직임과 복잡한 리듬이 맞물리는 곡이다.
Clara와 Undine MK2를 함께 구성한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배경이 단순히 ‘조용해졌다’기보다, 음이 발생하기 전과 사라진 직후의 공간이 더 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되면 피아노의 어택은 더 또렷해지고, 베이스의 윤곽과 드럼의 잔향도 서로 섞이지 않는다.
특히 히로미의 강한 타건에서는 해상도의 차이가 쉽게 드러난다. 해상도가 높다는 것은 고역의 정보량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꺼번에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도 각각의 음이 자신의 위치와 질감을 유지하는 능력에 가깝다. 피아노의 빠른 패시지와 드럼의 순간적인 액센트가 복잡하게 겹치는 순간에도 음들이 서로 뭉개지지 않고 독립적으로 들린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번 시스템에서 말하는 정숙도와 해상도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나윤선 ― Lost Pieces
나윤선의 ‘Lost Pieces’는 보다 직접적으로 음상의 존재감을 살펴볼 수 있는 트랙이다. 2026년 발표된 동명 앨범은 나윤선이 작사, 작곡뿐 아니라 프로듀싱과 편곡까지 주도한 작품이며, 기타, 베이스, 드럼을 비롯해 피아노, 스트링, 브라스, 마림바 등 상당히 다양한 악기가 편성되어 있다.
이런 녹음에서 중요한 것은 악기의 숫자가 아니라 ‘각각의 소리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 머무는가’다. 보컬은 정중앙에 선명하게 맺히면서도 마이크 바로 앞에 붙어버리지 않는다. 반주 악기들은 좌우로 펼쳐지되 단순히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깊이까지 포함한 입체적인 위치 정보를 표현해낸다.
이번 시스템 구성에서는 나윤선의 목소리와 악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이 명확해질수록 음상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고 단단하게 맺힌다. 이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음상이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좌우 분리가 과장됐다고 정위감이 좋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음상이 자신의 위치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면서 주변의 공간 정보까지 함께 표현하는 것이다.

조엘 자비에르 & 론 카터 ― Silence
조엘 자비에르와 론 카터의 ‘Silence’는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음색’을 집중해서 들어볼 곡이다. ‘In New York’의 첫 번째 트랙인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와 더블베이스라는 매우 단순한 편성 자체가 장점이다. 앨범의 콘셉트 역시 자비에르의 기타와 론 카터의 더블베이스가 만들어내는 친밀한 공간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악기가 적으면 오히려 시스템의 약점이 숨을 곳이 없다. 여기서 기타를 단순히 ‘맑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족하다. 현을 손가락이 튕기는 순간의 탄력, 현의 금속성, 울림통으로 전달되는 진동,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잔향까지 하나의 사건으로 들려야 한다. 론 카터의 더블베이스 역시 저음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보다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가 공기를 밀어내며 울리는 물성이 느껴지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이런 소편성에서는 배경의 정숙도가 곧 질감의 해상도로 이어진다. 아주 작은 잔향과 미세한 배음이 배경에 묻히지 않아야 악기가 단순한 ‘음의 집합’이 아니라 실제 물성을 가진 대상으로 다가온다. 결국 이 곡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선명함이 아니다. 악기의 표면이 보이는가다. 기타 현의 거칠고 매끄러운 부분, 더블베이스의 두껍고 탄력적인 울림이 서로 다른 질감으로 표현된다면 디지털 신호의 미세한 정보가 상당히 잘 보존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Clara와 Undine MK2는 이 부분에 꽤 크게 공헌하고 있다.

살바토레 아카르도 ― Paganini, La Campanella
마지막은 아카르도의 파가니니 ‘La Campanella’. ‘Diabolus in Musica’에 수록된 이 연주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녹음으로, 1975년 런던의 Barking Town Hall에서 녹음됐다. 이 곡에서는 거대한 다이내믹보다 오히려 작은 변화의 연속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이올린의 활이 현을 스치는 압력, 한 음을 시작하고 끝내는 순간의 미묘한 강약, 빠른 패시지에서 음 하나하나에 실리는 무게가 모두 음악의 표정을 만든다. 이것이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살아 있다는 것은 작은 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크기로 연주된 것처럼 보이는 음들 사이에서도 실제 연주자가 만들어낸 미세한 에너지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뜻에 가깝다. 이 차이가 쌓이면 결국 음악적 몰입감으로 연결된다. 음의 윤곽만 정확한 시스템에서는 아카르도의 연주가 ‘정교한 바이올린 연주’로 들릴 수 있다. 반면 Clara와 Undine MK2를 추가한 뒤에는 미세한 강약과 활의 움직임, 프레이징의 변화가 한층 또렷하게 다가온다. 음의 윤곽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음을 만들어내는 연주자의 움직임을 듣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오디오 시스템은 조금씩 의식에서 사라진다.

총평
이번 리뷰는 Clara와 Undine MK2의 역할을 각각 분석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두 제품이 만들어내는 작은 차이가 음악 감상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만드는가에 있었다. 좋은 디지털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정보를 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정보가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반오디오 Clara와 Sylphid, 그리고 Undine MK2와 Firebird MK3 Last Dance는 서로 분절된 컴포넌트가 아니라 하나의 몸체에 가깝게 인식되었다.
결국 이번 테스트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개별 제품의 성능은 물론 디지털 신호가 지나가는 경로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반오디오의 접근이었다. Clara에서 정돈된 신호는 Sylphid를 지나 Undine MK2에서 다시 한 번 다듬어지고, Firebird MK3 Last Dance에서 비로소 음악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시스템에서 세 제품은 각각의 개성을 주장하기보다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했다. 그것이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다. 오디오 시스템을 더 많이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방해하는 것을 조금씩 덜어내는 것. 이번 시스템에서 반오디오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글, 사진 : 오디오 평론가 코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