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가 AOS MC
LP에 기록된 신호를 복원하라
턴테이블 시스템은 당연히 LP의 재생이 목표다. 그렇지만 CD나 디지털 음원의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LP라는 고유의 포맷이 갖는 기록 방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가 구입해서 듣는 LP를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다단한 과정이 필요하다. 뮤지션이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면 엔지니어가 이를 녹음한다. 과거에는 릴 테이프나 DAT 등을 사용했고,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매체에 기록한다. 이 오리지널 마스터를 가지고 마스터링/커팅 과정을 거친다. 콘솔로 음량, 밸런스 등을 조정하고 EQ를 적용하며 최종적으로 커팅 머신을 사용해 래커 마스터에 소릿골을 새긴다. 이 래커 마스터를 가지고 도금 공정을 거쳐 금속 스탬퍼를 만든 후 마지막으로 PVC 소재 LP에 도장을 찍듯 소릿골을 새긴다.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래커 커팅은 굉장히 중요하다. LP를 고를 때 커팅 엔지니어를 살펴보고 그가 작업한 LP를 고르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다. 커팅 과정에서 소리의 5할은 결정된다고 해도 된다. 마스터 테이프를 기반으로 래커 마스터에 소릿골을 새기는 방식을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LP를 제작할 때는 마스터 테이프나 디지털 음원을 그대로 래커 마스터에 옮기지 않는다. 저역은 감쇠하고 고역은 강조하는 주파수 보정을 거쳐 커팅한다.

그 이유는 주파수 대역에 따라 다르다. 우선 저역은 진폭이 너무 커서 소릿골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 저역은 파장이 길고, 같은 재생 레벨에서 홈의 변위가 커지기 쉽다. 특히 강한 저역 신호를 그대로 커팅하면 커팅 헤드의 진폭이 지나치게 커져 인접한 홈과 간섭할 수 있으며, 홈 사이의 간격도 넓혀야 한다. 게다가 카트리지가 트래킹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광대한 다이내믹 레인지를 담은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에서 대포 발사음을 강하게 수록한 텔락(Telarc)의 LP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저역은 작게 기록한다. 한편 고역은 태생적으로 잡음에 매우 민감하다. 고역을 커팅 단계에서 미리 강조해 기록하고, 재생할 때 이를 다시 감쇄하면 고역 신호에 비해 표면 잡음 등이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진다. 즉, 고역의 신호 대 잡음비를 개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역은 크게 기록한다.

그럼 래커마스터에 새긴 이후 스탬퍼를 만들어 생산한 LP는 저역은 작고 고역은 크게 들려야 정상 아닌가? 그렇지 않다. 위에서 설명했듯 LP의 물리적 약점 때문에 적용했던 주파수별 커팅 특성을 포노앰프에서 되돌려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주파수별 복원 특성을 EQ 커브라고 한다. 초창기엔 EQ 커브를 레코드 회사별로 다르게 적용했다. 데카, 컬럼비아, RCA 같은 메이저는 물론 마이너 레이블도 각각의 EQ 커브 기준을 가지고 LP를 제작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오디오 제조사들이 기기에 별도의 EQ 설정 기능을 넣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표준화한 것이 바로 RIAA EQ다.

AOS MC
레가 AOS MC는 레퍼런스 포노앰프 Aura MC의 핵심 회로 설계를 계승하면서, 이를 보다 컴팩트한 하프 사이즈 섀시에 담아낸 MC 전용 포노앰프다. 설계의 중심에는 저출력 MC 카트리지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신호를 얼마나 정확하게 증폭하고, 그 과정에서 신호의 손실과 잡음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불필요한 회로와 부품을 최소화하고 순수 아날로그 신호 경로를 지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신호를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카트리지에서 출발한 미세한 전기 신호를 최대한 온전하게 다음 단계로 전달하는 데 설계의 무게를 둔 것이다.
MC 카트리지에 최적화한 기능
AOS MC의 인터페이스는 기능을 늘어놓기보다 MC 카트리지와의 전기적 매칭에 집중한다. 후면에는 MC 입력 한 조와 아날로그 출력 한 조를 배치했으며, DIP 스위치를 통해 로딩 임피던스와 커패시턴스, 게인을 조절할 수 있다. 로딩 임피던스는 70Ω, 100Ω, 150Ω, 400Ω의 네 가지 설정을 제공하고, 커패시턴스는 1,000pF와 4,300pF 중 선택할 수 있다. 게인은 69.3dB와 63.5dB의 두 단계로 구성된다.

이러한 조정 기능은 단순한 편의 사양이 아니다. MC 카트리지는 모델마다 코일의 전기적 특성과 출력 전압이 다르며, 포노앰프의 입력 조건에 따라서도 신호 전달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적절한 로딩 임피던스는 카트리지의 전기적 동작을 최적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게인 설정은 카트리지 출력에 맞춰 증폭률을 결정한다. 따라서 AOS MC의 인터페이스는 다양한 MC 카트리지에 대응하면서도 불필요하게 복잡한 조작계를 피한 실용적인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커패시턴스 설정은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MC 카트리지는 MM 카트리지보다 부하 커패시턴스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두 가지 커패시턴스 설정을 제공한다는 사실만으로 폭넓은 카트리지 호환성을 단정하기보다는, 실제로 사용하는 카트리지와 케이블의 특성에 맞춰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저잡음 FET와 클래스 A 증폭
AOS MC의 핵심은 입력단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잡음 특성을 지닌 선별 FET를 병렬로 구성하고 클래스 A 방식으로 동작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MC 카트리지의 출력은 수백 마이크로볼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작은 신호를 다루는 회로에서는 증폭률만큼이나 입력단 자체의 잡음과 카트리지에 가해지는 전기적 부하가 중요하다.
FET 입력단은 높은 입력 임피던스와 낮은 입력 전류 잡음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특히 AOS MC는 입력단에서 카트리지 코일로 바이어스 전류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억제하고, 카트리지 출력과 입력 회로 사이의 커플링 부품을 제거해 신호 경로를 단순화하는 방향을 취한다. 이는 미세한 신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과 신호 손실이 개입할 가능성을 줄이려는 설계다. 물론 실제 성능은 FET의 선택뿐 아니라 전체 입력 회로의 잡음 특성, 부하 조건과 레이아웃에 의해 함께 결정된다.

증폭 회로 역시 클래스 A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증폭단에는 시메트리컬, 컴플리멘터리 클래스 A 회로를, 두 번째 증폭단에는 시메트리컬 클래스 A 차동 증폭 회로를 적용했다. 대칭적인 회로 구성은 신호 경로의 균형을 확보하고 짝수차 왜곡 등 일부 비선형적인 특성을 상쇄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왜곡 특성은 회로의 구체적인 동작 조건과 소자 매칭에 따라 달라진다.
클래스 A 방식은 신호가 변하는 동안 능동 소자에 항상 전류가 흐르도록 설계해 크로스오버 왜곡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전력 소모와 발열이 수반될 수 있다. AOS MC는 이러한 설계 방식을 저잡음 입력단과 결합해, 저출력 MC 카트리지의 신호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춘다.

RIAA EQ, 패시브와 액티브의 결합
이제 서두에서 필자가 RIAA EQ에 대해 상세히 말한 이유를 변론할 차례다. 포노앰프에서 증폭만큼 중요한 것이 RIAA 이퀄라이제이션이다. LP는 커팅 단계에서 저역을 감쇠하고 고역을 강조하므로, 재생 시에는 그 반대의 보정을 적용해야 원래의 주파수 밸런스에 가까워진다. AOS MC는 이 과정을 하나의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고역의 RIAA 보정에는 패시브 회로를, 저역의 보정에는 액티브 회로를 결합한 구조를 채택했다.
패시브 EQ는 저항과 커패시터 등 수동 소자로 주파수 특성을 보정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능동 소자를 이용해 보정량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회로 구성이 비교적 단순하고, 피드백에 따른 추가적인 상호작용을 피할 수 있다. 다만 패시브 회로는 신호 에너지를 감쇠시키므로, 이후 단계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전체 게인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반면 액티브 EQ는 증폭 회로의 피드백 특성을 활용해 주파수 응답을 보정한다. 저역에서는 RIAA 곡선에 맞는 제법 큰 보정이 필요하므로, 이를 액티브 방식으로 구현하면 필요한 증폭과 보정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 다만 액티브 EQ의 성능은 피드백 회로의 안정성, 증폭 소자의 잡음과 왜곡, 부품의 정밀도에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패시브와 액티브 방식을 결합하는 이유는 각 방식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전체 회로의 잡음과 왜곡, 증폭률을 균형 있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패시브 방식이 언제나 고역에 유리하고 액티브 방식이 언제나 저역에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각 주파수 영역에서 요구되는 보정량과 회로의 동작 특성을 고려해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다.
레가는 AOS MC의 RIAA 이퀄라이제이션 정확도를 65Hz에서 70kHz 구간에서 ±0.2dB 이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해당 범위에서 표준 RIAA 재생 곡선에 매우 근접한 주파수 응답을 구현하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정교한 RIAA 보정은 의도하지 않은 음색 변화를 줄이고, 녹음에 담긴 주파수 밸런스를 충실하게 복원하는 기반이 된다. 이런 면에서 레가 AOS MC는 단순히 최상위 포노앰프인 Aura MC의 트리클 다운이 아니다.

회로의 안정성과 온도 보정
저잡음과 정밀한 RIAA 보정을 구현하더라도 회로가 안정적으로 동작하지 못하면 설계의 장점은 퇴색한다. 반도체 소자의 동작 특성은 온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는 바이어스 조건과 동작점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클래스 A 회로처럼 일정한 동작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설계에서는 열적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
AOS MC는 주변 온도와 작동 온도 변화에 대응하는 자동 보정 회로를 탑재했다. 온도 변화에 따른 회로 동작의 편차를 줄이고 안정적인 작동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여기에 자동 대기 모드를 더해 사용 편의성도 확보했다. 외부 전자파와 무선주파수 간섭에 대응하기 위한 알루미늄 섀시 역시 미세한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기기에서 의미 있는 설계 요소다.
청음
레가 AOS MC 테스트에는 필자의 레퍼런스 아날로그 시스템을 활용했다. 턴테이블은 닥터 페이커트의 Blackbird에 Reed 3P 톤암을 조합했다. 카트리지는 하나 Umami Red를 사용했다. 앰프는 아큐페이즈 E-5000이며, 스피커는 락포트 테크놀로지스의 Atria다. 이 외에 케이블은 반덴헐 D-501 Silver Hybrid 등을 사용했다.

홀리 콜 트리오 – I Can See Clearly Now
중역을 중심으로 따스하게 피어나는 보컬의 질감이 인상적이다. 목소리의 온기와 미세한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도 지나치게 두툼하거나 농밀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더블 베이스는 현의 탄력이 살아 있고, 묵직하게 중심을 잡으면서도 리듬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좋다. 피아노는 타건의 윤곽이 선명하며, 특히 고역의 투명도와 깨끗한 마무리가 돋보인다. 음의 시작은 또렷하지만 끝은 부드럽게 풀어지며, 그 뒤로 이어지는 잔향이 공간을 아름답게 채운다. 온기와 투명도, 탄력과 여운이 균형을 이루는 재생이다.

츠요시 야마모토 트리오 – Misty
피아노 고역의 해상력과 신호 대 잡음비(S/N비)는 상당히 뛰어나다. 타건의 윤곽은 또렷하고 음의 표면은 맑고 투명하다. 그렇다고 차갑거나 딱딱한 소리로 흐르지는 않는다. 어택은 명료하지만 음의 전개는 유연하고, 각 음이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러운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적당한 잔향이 인상적이다. 피아노의 음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으로 부드럽게 번져 나가며, 그 여운에 레가 특유의 온기가 은은하게 배어 있다. 선명함을 확보하면서도 음악의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것, 이 포노앰프가 추구하는 사운드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틸리 댄 – Black Cow
킥 드럼의 순간적인 어택이 빠르고 정확하다. 타격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소리의 골격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불필요하게 부풀거나 무르게 풀어지지 않는다. 저역은 양감으로 압도하기보다 단정한 윤곽과 탄탄한 밀도로 리듬을 지탱한다. 그렇다고 가볍거나 마른 소리는 아니다. 적절한 무게감과 탄력이 어우러져 베이스 라인과 드럼이 만들어내는 그루브를 맛깔스럽게 살려낸다. 저역의 에너지가 중역을 덮지 않으니 보컬과 악기들의 존재감도 또렷하게 유지된다. 각 악기의 분리도 역시 훌륭하다. 악기들이 서로 뒤엉키지 않으면서도 개별적인 소리의 조각으로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리듬 섹션 안에서 긴밀하게 맞물린다. 정교한 타이밍과 절제된 저역이 음악의 쾌감을 끌어올리는 재생이다.

이슈트반 케르테스 –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4악장
레가 사운드의 현재 진행형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트랙이다.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앞뒤 깊이와 악기군 사이의 거리감이 비교적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단순히 좌우로 넓게 벌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악기군이 자신만의 위치와 공간을 확보하면서 전체적인 무대에 깊이와 층위를 형성한다. 현악은 촘촘한 결속력과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질감이 살아 있고, 관악은 힘 있게 뻗어 나가는 에너지와 악기 고유의 음색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두 악기군의 특성이 서로를 압도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음색의 구분은 명확하고 전체적인 밸런스도 안정적이다. 해상력과 공간 표현, 음색의 분리도가 서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구조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청음이었다.

총평
결국 AOS MC의 설계 철학은 명확하다. 저출력 MC 카트리지의 미세한 신호를 다루는 입력단부터 증폭과 RIAA 보정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과 왜곡을 억제하고 정확한 신호 전달을 추구한다. Aura MC에서 계승한 회로 설계, FET 기반 저잡음 입력단, 클래스 A 증폭, 패시브·액티브 RIAA EQ의 결합은 그 목표를 향한 접근이다. 화려한 기능이나 복잡한 인터페이스보다 아날로그 신호 경로 자체의 완성도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AOS MC는 레가가 지향해온 실용적이면서도 회로 중심적인 설계 철학을 잘 보여주는 포노앰프다. 중요한 건 이런 설계가 음질적으로도 충분한 수확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오디오 리서치 등 고가의 하이엔드 포노앰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범한 설계가 오롯이 레가 사운드로 스며든 것이다. AOS MC는 레퍼런스 하이엔드 DNA로부터 건져 올린 레가 아날로그의 신세계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