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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오디오가 쏘아올린 R2R DAC의 축포

홀로오디오 Spring 3 DAC KTE

holoaudio spring3 dac thumb3

디지털에 대한 회고

최신 하이엔드 DAC 리뷰를 종종 진행하다보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디지털이 진화해왔는지 놀라울 때가 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디지털 초창기 시절 시디피를 떠올린다. 집에서 시디를 듣기 시작한건 1990년대 초반이었으니 나도 디지털 포맷을 동시대에 꽤 오래 접했다. 하지만 종종 들르던 시대 레코드숍에서 듣던 그 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요즘엔 본기 힘든 커다랗고 탱크 같은 섀시에 마란츠 또는 필립스라고 멋지게 로고를 단 시디피들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렇게 곱고 풍부한 배음과 낭랑한 사운드를 지현하던 시디피들이 바로 R2R DAC 칩셋을 사용한 것들이었다.

philips tda1541 s2

본격적으로 오디오를 취미로 시작한 때는 이미 R2R이 아닌 델타 시그마가 시장을 장악했던 때였다. CEC, 오디오넷, 마크 레빈슨 그리고 크렐 같은 시디피를 좋아했다. 하지만 구형 시디피 중엔 종종 R2R 칩셋을 사용했던 것들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유난히 자연스럽고 인조적인 뉘앙스가 덜 느껴졌던 시디피들이 한결같이 R2R 칩셋을 사용했던 기종이었다. 지금도 필립스, 마란츠, 세타, 와디아 등 구형 시디피를 좋아하시는 빈티비 오디오 마니아들을 보면 그 당시 생각이 난다. 그 오래된 시디피를 버리지 않고 이젠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픽업을 구해 애지중지 사용하는 이유도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다.

1980년대 시디피들은 필립스 TDA 시리즈로 출시된 R2R DAC 칩셋을 다수 채용했다. TDA1541은 대표적으로 1986년 태어난 16비트 R2R 칩셋의 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왕관이 한 개냐, 두 개냐에 따라서도 등급이 나뉘어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델타 디스마 방식 칩셋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높은 생산 효율과 양산 편의성, 높은 측정치 등은 제조사 및 사용자 모두에게 기술 발전의 혜택을 나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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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R의 역습

이런 현상은 낮은 고조파 왜곡율과 SN비 등 여러 측정 수치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트랜지스터가 세상을 장악하던 때를 떠올린다. 일부 대중은 진공관이 마치 시대에 뒤쳐진 몹쓸 소자처럼 여기기도 했다. 트랜지스터와 진공관의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요즘엔 자꾸만 델타 시그마 칩셋과 R2R DAC 칩셋의 흐름이 생각난다. 사라질 것만 같았던 진공관이 여전히 수많은 오디오 및 악기 관련 장비에 사용되고 있으며 R2R 칩셋을 채용한 DAC를 찾는 사람이 여전히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버브라운의 PCM 1704 같은 집적 R2R 칩셋은 몇몇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고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이유로 양산을 중지했고 그나마 집적 칩셋 중엔 아날로그 디바이시스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 전 세계 전자 산업계 부품난으로 인해 수십 배 가격 상승으로 R2R DAC 회사들은 난처한 상황이다. 그러나 몇몇 하이엔드 메이커들은 끄떡 없이 R2R DAC를 생산해오고 있다. MSB, 토탈덱,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 그리고 이 외에도 데나프립스와 여기 소개하는 홀로오디오가 대표적이다. 집적 칩셋을 사용하지 않고 저항을 하나하나 풀어서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제작해 사용하기 때문이 가능한 일이다. 바야흐로 R2R DAC의 역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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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오디오 Spring 3

R2R DAC가 다시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게 된 데엔 기존 델타 시그마라는 공룡에 대한 음질적 반성 덕분이다. 사실 R2R은 그 설계 특성상 음질적으로 더 유리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채산성 등 결국 효율성에서 델타 시그마 방식 DAC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다. 바로 그 때문에 메인스트림에서 갑작스레 밀려난 것. 그리고 언제부턴가 일부 하이엔드 디지털 메이커에서 새롭게 또는 델타 시그마의 범람 속에서도 꾸준히 R2R DAC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라면 입력된 디지털 신호를 저항 수십, 수백 개 조합을 통해 즉각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주는 방식에서 음질적 우위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R2R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다음 아닌 저항 정밀도가 발목을 잡는다. 이 부분이 메인스트림의 왕좌에서 내려온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외에 고조파 왜곡, SN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열세인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 몇몇 하이엔드 메이커는 과거 R2R DAC의 약점을 개선해 델타 시그마의 그것을 위협하거나 넘어서는 DAC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 홀로오디오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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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테스트한 Spring 3은 홀로오디오가 꾸준히 개선시켜온 제품이다. 그 시작은 2016년도였고 현재 Spring 3는 최신 버전이다. 이 제품은 물론 R2R DAC 타입으로 집적 칩셋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저항으로 풀어내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DAC를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물론 홀로오디오는 위에서 말한 R2R DAC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바로 수많은 저항들의 저항 정밀도 균질성이다. 홀로오디오는 바로 이 저항 정밀도의 오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별도의 보상 회로를 구현해 탑재하고 있다. 홀로오디오에 의하면 정밀도 오차를 0.0005%까지 낮추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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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개폐 스위치로 이루어진 회로를 통해 DA 컨버팅을 수행하는 R2R DAC는 첫째도 둘째로 저항 정밀도가 우선이다. 하지만 또 하나 영향을 크게 주는 부분을 예를 들면 개폐 스위치를 열고 닫을 때 생기는 잡음, 즉 글리치(glitch)다. 이것은 실제로 음질적인 부분에 꽤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필히 낮춰 주어야하는 요소다. 홀로오디오는 이를 위해 Spring 3에서 차세대 글리치 제거 기술을 개발, 적용함으로서 노이즈 플로어 등 음질적 왜곡 요소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실제로 SINAD가 >112dB, 다이내믹레인지가 >128dB로서 R2R DAC로선 상당히 우수한 수치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PLL 리클럭킹 및 FIFO 기술을 사용해 지터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으며 클럭의 경우 펨토초 VCXO를 전격 투입하고 있다. 다양한 부문에서 무척 세심한 회로를 직접 개발해 R2R DAC의 강점은 최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입력단엔 Op 앰프를 사용하고 출력단은 디스크리트 회로를 통해 퓨러 클래스 A 방식으로 작동한다. 출력단의 전압은 RCA의 경우 2.9Vrms, XLR의 경우 정확히 두 배인 5.8Vrms다. 당연히 XLR 출력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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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E 에디션

홀로오디오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이번에 테스트한 버전 KTE 에디션에 대해 설명해둔다. KTE는 홀로오디오의 미국 디스트리뷰터인 Kitsune HiFi가 특별히 튜닝한 ‘Kitsune Tuned Edition’을 의미한다. 이들은 동일한 모델도 몇 가지 부분에서 차등을 두어 레벨을 구분, 판매하는데 레벨 1, 레벨 2 그리고 KTE 에디션이 그것이다. 이번에 테스트한 버전은 최상위 버전 KTE 에디션이다.

KTE 버전의 특징이라면 내부에 플래그십 May DAC에서 사용하는 플랫 와이어를 사용했다. 내부에 신호 전송을 위해 사용하는 구리 와이어도 모두 1.5mm 구경의 OCC 순은선으로 교체했다. 또한 완성된 DAC 모듈 중에서도 측정치가 가장 좋은 것들을 골라 탑재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IEC 인렛 및 휴드, 커패시터 등 여러 부품들에 있어서 더 양질의 소자를 선별해 적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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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퀄리티

홀로오디오 Spring DAC 테스트를 위해 운용하고 있는 시스템의 셋업을 바꾸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프리앰프를 빼고 MSB Aanalog DAC의 프리단을 활용했다. 웬만한 프리앰프보다 이 쪽이 더 밸런스 잘 잡힌 소리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파워앰프는 코드 일렉트로닉스 모노블럭을 사용했고 스피커는 베리티 Rienzi를 활용했다. 이 외에 케이블은 선야타 리서치 USB 케이블 및 오디오퀘스트 인터, 킴버 스피커 케이블 등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helene

엘렌 그리모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Tempest’에서 매우 날렵한 손가락 움직임이 느껴진다. 너무 힘주어 진한 사운드보단 순발력 넘치게 들리며 상쾌하다. 소리의 입자는 곱기 때문에 너무 가볍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데 아무튼 전체적으로 균형을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중역이나 저역, 고역 어느 부분으로도 심하게 치우치거나 에너지가 몰려 있지 않아 기분 좋은 균형감을 준다. 특히 단숨에 끝까지 듣게 만드는 일종의 질주감이 좋다.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

역시 현악에서도 이런 느낌은 그대로 표출된다. 최근 가장 많이 들었던 곡 중 하나라면 막스 리히터의 비발디 ‘사계’인데 깊은 패임은 부족하지만 대신 악기가 가진 배음 표현이 매우 충실하다. 악기 분해력은 상위 May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지만 악기 사이의 적절한 공간이 숨 쉴 여지를 충분히 주며 사뿐 사뿐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듯한 음악 언어가 잔잔하게 밀려오다 폭발하기 전 끝난다. 소리의 온도감이 좋으면서도 무르지 않고 폭신한 감촉도 느껴진다. 큰 폭의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보단 잘게 부서지는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음악을 곱씹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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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오디오 May도 마찬가지지만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특정 장르를 가리거나 하지 않는다. 보컬, 현, 피아노부터 재즈나 록 등 강력한 비트가 난무하는 녹음에서도 쳐지거나 무르지 않은 소리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드림 시어터의 ‘Pull me under’를 들어보면 급박한 리듬의 변화 속에서도 드럼 사운드를 순발력 넘치게 표현해준다. 리듬을 맺고 끊는 곳에서도 딜레이 없이 뛰어난 엔벨로프 특성을 보여준다. 어두운 구석 하나 없이 해맑은 햇볓에 잘 말린 듯한 기타/베이스가 착 달라붙어 역동적으로 치고 빠진다.

vivaldi

전체적인 무대를 그리는 경향에선 깊은 심도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현악이나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들이 강력한 아티큘레이션을 선보이면서 복잡하게 얽히는 곡에서도 후방으로 깊고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무대는 청취자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자신을 뽐내며 직설적으로 뽐내는 스타일보단 청취자를 음악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운드에 가깝다. 아망딘 베이어와 글리 인코니티가 함께한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들을 들어보면 하나하나의 악기들이 경쟁적으로 빽빽하게 몰려있지 않고 약간 느슨하게 위치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연주하는 모습이다.

holoaudio spring3 dac 9

총평

시대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이 다시 R2R로 회귀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오버샘플링과 그로 인해 필요불가결한 필터들 그리고 노이즈 셰이핑으로 만들어진 델타 시그마에 대한 반동 작용이라고만 치부하기엔 R2R에 대한 열망은 좀 더 거대하다. 노 오버샘플링, 노 필터 그리고 R2R에 대한 열망은 기성 집적 칩셋을 넘어 디스크리트 R2R 래더 DAC을 탄생시켰다. 그 중심에 홀로오디오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저항 정밀도에 대한 보상회로 및 고정밀 VCXO를 활용한 리클럭킹 및 FIFO 회로 등을 통해 무척 세심하고 영민하게 R2R 회로의 단점을 뛰어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위 May DAC과 비교해도 되레 Spring DAC만의 독자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메이커 제품이지만 각각의 개성이 발휘되고 있어 재미있는 테스트가 되었다. Spring 3는 홀로오디오가 쏘아올린 R2R DAC의 축포다.

글 : 오딩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Digital input
COAXIAL1, COAXIAL2, OPTICAL, AES
PCM 44.1-192K (24bit), DSD 64X (DOP)
USB : PCM 44.1K-1.536M (32bit), DSD 64-512X (DOP, DSD 64-1024X (Native)
I2S : PCM 44.1K-1.536M (32bit), DSD 64-1024X

Analog Output
PCM 48K NOS
THD+N 0.00032% @1K(-110dB)
DNR 127dB
DAC Voltage Output 2.9Vrms (RCA), 5.8Vrms (XLR)
(Optional) Pre-amplifier Voltage Output 5.8Vrms (RCA), 11.6Vrms (XLR)

DSD 128X
THD+N 0.00025% @1K(-112dB)
DNR 115dB
DAC Voltage Output 1.45Vrms (RCA), 2.9Vrms (XLR)
(Optional) Pre-amplifier Voltage Output 2.9Vrms (RCA), 5.8Vrms (XLR)

Physical Characteristics
Size (Chassis)
430x300x55mm (W x L x H, Dimensions do not include protruding parts)
Weight 8.5kg

Power Specifications
Power Input (configurable, see label on bottom of unit for specified input) 220-230V 50/60Hz – Fuse Type 2A SB 5x20mm
110-115V 50/60Hz – Fuse Type 4A SB 5x20mm
Power Consumption 40W

제조사 : Kitsune HiFi (HoloAudio USA)
공식 수입원 : 소노리스
www.sonoris.co.kr

공식 소비자 가격 : 4,5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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