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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모니터의 반열에 오르다

B&W 705 S3

BW 705 S3 thumb2

가정과 스튜디오, 연구소를 넘나들다

직업으로서의 리뷰어는 무엇으로 사는가? 종종 음악을 들으면서 만족스러울 땐 오디오 이젠 그만 천착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 라인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제품 소식을 하루라도 빨리 국내에 알리려 뉴스를 작성하곤 한다. 어떤 경우엔 리뷰를 진행하다가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에 크게 감동한 나머지 몇 달치 원고료를 모두 바쳐 해당 모델을 구입하곤 한다.

최근엔 해외 프레스 릴리즈를 하나 받아보게 되었다. 대개 어떤 브랜드가 신제품을 발표할 때 제품에 대한 꽤 자세한 내용과 함께 대외적인 발표 시기를 적시해 엠바고에 붙이는 자료였다. 맨 첫줄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THIS INFORMATION IS EMBARGOED UNTIL 08:00 BST, 21ST SEPTEMBER 2022’.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나자 해외 주요 매체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B&W의 700 시리즈 S3 버전에 대한 출시 소식이었다.

abbey road studios

B&W는 사실 국내/외에서 무척 자주 볼 수 있고 리뷰어, 동호인 그리고 업계 관계자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브랜드다. 나의 경우는 스튜디오에서 처음 이 브랜드를 알게 된 이후 개인적으로 구입해 사용해보기도 했다. 매트릭스, NT 시리즈, CM, 700, 800 시리즈 등등. 흥미로운 것은 리뷰어로서 활동과 크게 관계없이 마스터링 스튜디오 혹은 강의실에서도 여전히 자주 눈에 띈다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기억은 어느 기업의 시청각실, 아니, 사운드 시연, 연구실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거 같은 장소에서였다. 일반적인 창작 음악, 대중 음악이나 고전 음악들이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작동 음이나 혹은 스마트폰의 각종 사운드를 개발하고 튜닝 하는 곳이었다. 해당 연구소의 임원들 그리고 카이스트 교수님 등을 상대로 강의를 진행했는데 각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음향이었지만 그래서 더 흥미로운 접근과 대화가 가능했던 기억이 있다. 가정과 스튜디오를 넘어 연구소를 넘나드는 흔치 않는 스피커가 바로 B&W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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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시리즈 그리고 S3

B&W가 추구하는 음향은 어떤 것일까? 간단히 이야기할 수 없다. 어떨 땐 스튜디오 마스터링을 위한 검청용 스피커처럼 반듯하고 평탄하기만 한 사운드를 내주기도 하나다 어떤 땐 정말 맑고 고운 피아노 소리를 가정에서 들려주어 음악에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크게 질리지 않는다. 취향을 그리 타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표준처럼 오롯이 서있는 사운드다. 가끔 심심하다는 표현을 마주하지만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왔다며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 맛이 되레 오디오 방황에 마침표를 찍어줄 해답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음향이라는 것은 무형의 주장이자 의지며 철학이기도 하다. B&W는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술적인 부분을 발전, 단련시켜왔다. 그것의 최고봉은 800 다이아몬드 D4라는 고지를 얼마 전 밟았고 우리는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좀 더 합리적인 가격대에 이런 사운드 목표에 다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무형의 사운드 스펙트럼을 담기 위해 태어난 것이 700 시리즈 S3 버전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800 다이아몬드 D4에서 발현된 진보적 사운드 품질은 700 시리즈 S3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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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 S3

700 시리즈 S3는 총 여덟 개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702 S3, 703 S3, 704 S3 등 세 개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그리고 705 S3, 706 S3, 707 S3 등 또 다른 세 개의 북셀프 스피커, 마지막으로 HTM71 S3, HTM72 S3 등 두 개의 센터 스피커로 구성된다. 2채널 하이파이 시스템은 물론 홈시어터 시스템까지 고려한 라인업이다. 그 중 이번에 테스트한 제품은 700 시리즈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의 최상급인 705 S3다.

우선 705 S3는 1인치 트위터와 6.5인치 미드 베이스 우퍼를 사용해 50Hz에서 28kHz까지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한 북셀프 스피커다. 요컨대 중간 저역부터 초고역 구간을 재생하며 전용 베이스 우퍼를 빠진 구성으로 2웨이 저음 반사형 타입이다. 따라서 포트가 마련되어 있는데 후방을 보면 ‘Flowport’라고 불리는 꽤 커다란 포트를 발견할 수 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이며 최저로 내려가도 3.7옴 정도에 불과하며 감도는 88dB로서 앰프에 과도하게 부담을 주는 스피커는 아니다.

705s3

2018년 700 S2 시리즈를 출시한 후 B&W는 약 3년여 동안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S3 버전을 출시했다고 한다. 캐비닛 디자인부터 유닛 구성 및 소자 등에 대한 포괄적이고 치밀한 계획은 800 다이아몬드 D4의 개발 성과들을 공유하고 있다. 우선 캐비닛 디자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리버스 랩(Reverse Wrap) 방식은 아니지만 기존 S2와 달리 곡면 패널로 바뀌었고 이는 캐비닛에 의한 회절 효과를 최소화기 위한 조치다. 음악을 재생하면 스피커의 존재는 사라지고 음악만 남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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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도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모습으로 800 다이아몬드 D4의 진화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우선 ‘트위터 온 탑(Tweeter-on-Top)’ 형태를 고수하고 있는데 옆에서 보면 솔리드 알루미늄 챔버의 길이가 대폭 늘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후방 주파수를 더 최소한으로 감쇠시켜 원치 않는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편 트위터 진동판은 30마이론 두께의 알루미늄에 카본을 증착시키는 ‘PVD’방식으로 카본을 입혀 알루미늄의 강도를 보완한 것으로 돔 형태이다. 더불어 후방에 정교하게 제작한 링을 삽입해 공진 주파수를 기존의 38kHz에서 47kHz로 멀리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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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베이스 우퍼의 경우네 FST 서스펜션을 채용한 컨티넘(Continuum) 소재를 진동판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S2에서도 사용한 진동판이지만 이번엔 모터와 섀시 등 다양한 부분들이 세부적으로 모두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다만 800 다이아몬드 D4에서 처음 적용한 생체 모방(Biomimetic) 서스펜션은 3웨이 스피커에만 도입하고 2웨이인 705 S3에선 빠진 점은 아쉽다. 한편 이 컨티넘 드라이브 유닛을 일종의 ‘팟 마운팅 시스템’으로 불리는 전면 배플에 장착시켜 805D4를 연상시키는 전면 돌출 형태를 띄고 있다. 이 또한 드라이브 유닛과 캐비닛의 배플 사이에 생성되는 상호 간섭을 줄여 더 깨끗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얻기 위한 설계로 볼 수 있다. 더불어 후방에 일종의 튠드 매스 댐퍼(Tuned Mass Damper)를 설치해 유닛의 불필요한 진동을 앞뒤로 단단히 댐핑, 제어하고 있는 모습이다.

bw 705 s3 with fs 700 s3

셋업

이번 테스트는 일반적인 업체 시연 공간이나 딜러샵이 아닌 나의 자택에서 진행했다. 아무리 음향 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나의 공간에서 테스트할 때 가장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가끔 전혀 그 특성을 알기 힘든 기기와 매칭해서 테스트하거나 혹은 룸 어쿠스틱에 대해 전혀 이해 없이 그저 멋있게만 인테리어를 진행한 곳에서 테스트할 때는 고역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B&W는 어느 정도 스탠더드가 되어주곤 했다.

이번 자택 테스트에선 기존에 락포트 Atria에 매칭해 사용하던 메인 시스템을 사용해 705 S3의 성능을 최대한 뽑아보려 했다. 일단 음원 재생은 웨이버사 Wcore 및 Wstreamer를 사용해 NAS에 저장된 음원을 재생했다. DAC의 경우는 MSB Analog DAC을 프리앰프와 겸해 사용했고 파워앰프는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SPM-1400e 모노블럭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사실 705 S3엔 차고 넘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매칭할 시스템과 간극이 클 것 같지만 어떤 제품이든 그 제품 대비 과분할 정도의 매칭에서 정확한 성능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청음

Rebecca Pidgeon The New York Girls Club

청음 세션은 일단 보컬, 피아노 등 싱글 악기 녹음 위주로 재생을 시작했다. 잠시 놀라운 부분이 감지되는데 포커싱이 굉장히 뛰어나다. 예를 들어 레베카 피전의 ‘Auld lang syne’을 들어보면 마치 정전형에 필적하는 핀 포인트 포커싱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형성된다.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는 처음엔 약간 들떠 있다가 며칠 지나면서 약간 내려와 안정감을 찾아나간다. 초점이 뚜렷하고 밸런스가 뛰어나며 자연스러운 사운드로서 B&W의 DNA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jacob

비오는 아침 들어보는 야콥 영의 ‘I lost my heart to you’는 피아노 타건부터 다르다. 이미 락포트나 케프 LS50 Meta를 사용 중이지만 확실히 피아노 타건은 가격대를 뛰어넘는 해상도와 명료도에서 강점이 엿보인다. 이어서 어쿠스틱 기타는 눈에 보일 듯 선명하며 배음 구조가 가장 복잡한 색소폰에서도 전혀 주눅 드는 부분 없이 쭉 뻗어 올라간다. 풍부한 블로윙에선 연주자의 호흡까지 느껴질 정도로 세부 묘사, 배음 표현이 뛰어나다. 번지거나 어물쩍 넘어가는 소리 입자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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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도 기존 705와 차이를 보이지만 실제 들어보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예를 들어 다이내믹스 및 리듬, 타이밍&페이스 측면이다. 오존 퍼커션 그룹의 ‘Jazz variants’에서 리듬 파트는 더욱 우렁차며 일반적으로 이 사이즈에서 낼 수 있는 소리의 폭을 훌쩍 넘어선다. 물론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 상위 플로어스탠딩 모델이 기다리고 있으나 20평대 거실까진 충분히 장악할 수 있는 다이내믹스 폭을 선보인다.

john

무대는 후방으로 넓고 깊게 펼쳐지는데 앞으로 너무 나서 피로감을 증폭시키지도 너무 뒤로 숨어서 왜소하게 들리지도 않는다. 전/후로 깊게 확장되면서 북셀프치곤 레이어링이 섬세하게 나뉘어 펼쳐진다. 예를 들어 존 윌리엄스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로 ‘Star Wars: The empire strikes back’을 들어보면 당당한 저역 타격감을 위시로 추진력이 실리며 전체 사운드 스테이지를 눈앞에서 그려보게 만든다. 더불어 중간 중간 들리는 고역 정보들은 S3 버전으로 오면서 트위터의 해상도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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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B&W가 새롭게 내놓은 700 S3시리즈는 기존 S2에서 몇 단계 높은 곳을 지향하고 설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업그레이드의 면면은 모두 800 다이아몬드 D4 시리즈에 젖줄을 대고 있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 트리클 다운의 범위는 대단히 방대해서 700 시리즈지만 700 시리즈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만일 나에게 이 모델의 이름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705 S3 아니라 806 S1 이라고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B&W가 지향하는 지점은 더욱 정확해졌다. 박스형 인클로저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단점을 철저히 분석,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705 S3는 가정용 라우드 스피커의 새로운 레퍼런스 모니터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좋을 듯하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Technical features
Decoupled Carbon Dome tweeter
Solid Body Tweeter-on-Top
Continuum™ cone bass / midrange
Flowport™

Description : 2-way vented-box system
Drive units
1x ø25mm (1in) Decoupled Carbon Dome high-frequency
1x ø165mm (6.5in) Continuum cone bass / midrange

Frequency range : 45Hz to 33kHz
Frequency response (+/-3dB from reference axis) : 50Hz – 28kHz
Sensitivity (on axis at 2.83Vrms at 1m) : 88dB
Harmonic distortion
2nd and 3rd harmonics (90dB, 1m on axis)
<1% 100Hz – 22kHz
<0.5% 150Hz – 20kHz

Nominal impedance : 8Ω (minimum 3.7Ω)
Recommended amplifier power
30W – 120W into 8Ω on unclipped programme
Max. recommended cable impedance : 0.1Ω
Dimensions
Height: 345mm (13.6in) cabinet only, 413mm (16.3in) including tweeter
Width: 192mm (7.6in) cabinet only
Depth: 297mm (11.7in) cabinet only, 337mm (13.3in) including grille and terminals
Net weight : 9.6kg (21.1lbs)
Finishes
Cabinet: Gloss black, Satin white, Mocha, Rosenut (APAC only)
Grille: Black, Grey (Satin White only)

공식 수입원 : 사운드유나이티드 (https://blog.naver.com/soundunited)

공식 소비자 가격 : 4,400,000원 (전용 스탠드 : 1,1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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