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얼마 전 구입한 캐리 SLI-80 시그니처 앰프 내부를 열어보았다. 이제 봄이 다가오는데 진공관 앰프라니. 하긴 온도가 무슨 상관인가. 사실 지하 청음실에 있으면 아침이 오는지 계절이 바뀌는지도 잘 모를 정도다. 아무튼, 궁금해서 앰프를 열어보았다. 이런 진공관 앰프의 경우 내부 회로를 보려면 앰프를 뒤집고 하판을 뜯어내야 한다. 생각보다 열긴 쉽게 되어 있다. 오랫동안 유지해았던 롱런 모델이라 기구적인 설계는 오래 전 제품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열 개 남짓한 나사를 풀고 열어보니 하판 아쪽에 두 개의 차폐 시트 같은 것이 붙어 있다. 원래 있던 것인지 아니면 이전 사용자가 붙여놓은 건지 모르겠다. 내부는 요즘 앰프들과 많이 다르다. PCB 기판에 부품들을 실장시키고 부품들 사이 연결을 PCB 트레이스로 하는 것과 달리 모두 하드 와이어링이다. 쉽게 이야기해 케이블로 모든 소자를 연결하고 있다. 캐리 특주 Clarity 커패시터와 MKP 커패시터가 보인다. 한편 전원 트랜스가 중앙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하단엔 각 진공관을 고정하는 소켓의 하단이 보이고 이 소켓에서 여러 갈래의 케이블이 빠져나와 있다. 볼륨 및 셀렉터 그리고 좌/우 밸런스 노브의 후방에서 또 여러 갈래의 케이블이 빠져나온다. 모두 케이블로 한 땀 한 땀 연결한 모습이다. 하드 와이어링 작업 특성성 좀 정신 없는 내부 모습이지만 이렇게 만든 앰프들이 소리는 좋다. 한편 후기 모델이라서 그런지 내부 부품들 상태가 매우 싱싱해보인다. 커패시터 부푼 것도 없고 납땜 부위도 건강해보인다.
이 앰프는 6922(6DJ8/ECC88)를 입력단에, 6SN7을 드라이브단에 그리고 정류관으로 5U4(CV729), 출력관으로 KT88을 사용한다. 일단 초단관인 6922를 소브텍에서 뮬라드 같은 진공관으로 교체해봐야겠다. 그리고 이후 드라이버, 정류관, 출력관으로 하나하나 교체해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