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워스앤윌킨스 800 Series Diamond D5
전시장의 가장 안쪽에는 이번 행사의 의도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벽면 전체를 채운 대형 영상에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컨트롤룸과 녹음 현장이 펼쳐지고, 그 앞 무대에는 세 대의 801 D5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되어 있었다. 영상 속 스튜디오의 풍경과 어두운 공간을 가르는 조명이 세 대의 플래그십 스피커와 어우러지면서 실제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피커가 음악을 만들어내는 현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공간 자체로 설명하려는 연출이었다.

이 장면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바워스앤윌킨스와 애비 로드 스튜디오가 공유해온 역사 때문이다. 두 브랜드의 인연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워스앤윌킨스의 801을 접한 애비 로드의 엔지니어들은 그 음향적 정확성에 주목했고, 스튜디오의 레퍼런스 모니터로 채택했다. 이후 800 시리즈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애비 로드의 컨트롤룸과 마스터링룸에서 사용되어 왔다. 비틀스의 음악부터 수많은 아티스트의 앨범과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음악사에 중요한 기록을 남긴 공간에서 바워스앤윌킨스의 스피커가 소리를 확인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은 브랜드의 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유명 스튜디오가 특정 스피커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과정에서 엔지니어가 판단하는 소리와 청자가 최종적으로 듣는 소리 사이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스튜디오 모니터의 역할은 그 과정에서 음색과 공간감, 다이내믹스의 균형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바워스앤윌킨스가 추구해 온 ‘True Sound’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소리를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녹음에 담긴 의도와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판단이 청취 환경에서도 최대한 온전히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기념해 2025년 발표된 모델이 801 Abbey Road Limited Edition이다. 801 D4 Signature를 기반으로 빈티지 월넛 캐비닛과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가죽 디테일을 더한 한정판으로, 두 브랜드가 함께해온 45년의 역사를 기념한다. 단순한 외관 변경을 넘어 음악이 탄생하는 공간과 그곳에서 사용되어온 레퍼런스 스피커의 상징성을 제품에 담아낸 사례다.

전시장에 놓인 세 대의 801 D5와 애비 로드의 공간을 담은 영상은 이러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압축해 보여주었다. 스피커가 음악을 재생하는 도구인 동시에 음악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기준을 지키기 위해 브랜드가 오랜 시간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결국 애비 로드와 바워스앤윌킨스의 관계는 명성을 서로 빌려주는 협업이 아니라, 음악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재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통해 축적된 신뢰에 가깝다.

60주년 전시의 가장 안쪽에 애비 로드를 재현한 공간을 마련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과거의 모델들이 브랜드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었다면, 애비 로드의 풍경은 그 기술이 실제 음악 제작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상기시킨다. 그 중심에 놓인 801 D5는 바워스앤윌킨스가 지켜온 철학과 현재의 기술적 성취를 함께 상징한다.

레퍼런스의 유산, 일상의 음악으로 확장되다
전시장 한쪽에는 헤드폰을 중심으로 한 라운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다양한 헤드폰과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운 데이비드 베컴의 영상은 바워스앤윌킨스가 하이파이 오디오의 경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워스앤윌킨스의 오랜 애호가이자 브랜드 모델인 베컴의 존재는 그 변화에 세련된 상징성을 더한다.

헤드폰 시장에서 바워스앤윌킨스가 거둔 성공은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에 기댄 결과가 아니다. 고유의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만듦새, 그리고 이동 중에도 음악의 깊이와 질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술적 지향이 그 바탕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제품들의 정체성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800 시리즈라는 레퍼런스 스피커와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녹음실에서 음악의 세부를 검증해 온 기술적 유산과 ‘True Sound’를 향한 철학이 헤드폰이라는 작은 청취 공간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거대한 800 시리즈 스피커에서 귀를 감싸는 헤드폰까지. 형태와 사용 환경은 달라졌지만, 음악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전달하려는 목표는 같다. 이번 전시의 라운지 공간은 바워스앤윌킨스의 확장이 단순한 제품군의 다변화가 아니라, 레퍼런스 스피커에서 축적한 기술과 철학을 더 많은 사람의 일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전시는 바워스앤윌킨스의 60년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최신 800 Series Diamond D5의 진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헤드폰부터 레퍼런스 스피커까지 브랜드의 철학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전시는 10월 24일(토)부터 31일(토)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방문할 경우 도슨트의 전문 전시 가이드와 함께 60주년 기념 굿즈를 받아볼 수 있으며, 사전 예약을 하지 못했더라도 현장 미션에 참여하는 관람객에게 굿즈가 증정되므로 부담 없이 찾기 좋을 듯하다. 바워스앤윌킨스의 팬이라면 물론, 하이파이 오디오의 과거와 현재를 한자리에서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기념 전시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175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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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바워스앤윌킨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