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첫 번째 책을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한창 열을 올리면서 글을 마무리한 후 책이 나온 직후, 나는 많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 지쳐 있었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지만 이내 다음 책은 어떻게 내야 할까, 얼마나 더 깊이 있는 책을 쓸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던 것 같다. 한 번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해야겠지만 첫 번째 책에 이미 많은 앨범을 언급했고 말을 적었기에 더 그랬다.
그때 연락을 받은 게 오늘 소개하는 책의 저자와 연구원들이었다. 기업의 연구 센터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일반 시민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디오 마니아도 아니면, 음악 애호가 집단도 아닌 기업 연구실이었다. 스마트폰 등 컨슈머 제품의 음향을 책임지고 연구, 개발하는 곳이었다. 나는 음악, 정확히는 음향을 바라보는 시선과 분석 방법 등에 대해 소신껏 준비했다. 그리고 해당 분야 연구원들과 교수님 등 전문가들 앞에서 강의를 무사히 끝냈다.
그리고 한참이 흘렀다. 두 번째 책이 나왔고 작년엔 세 번째 책이 나왔다. 나름 마침표를 찍었다고 자부했다. 한숨을 돌리고 난 후 요즘엔 그저 내가 듣고 싶었던 음반들을 마구 구입해서 듣는다. 요즘엔 주로 20~30대에 들었던 장르들을 다시 파고들고 있다, 즉, 1960~70년대 싸이키델릭 록과 유럽의 아트 록, 재즈, 브라질리언 등 대중없이 걸리는 대로 듣는다. 그러던 중에 최근 잊고 있던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름 아닌 기업 연구소 임원, 나를 강의에 초대했던 분이었다.

연락을 해온 건 출간 소식이다. 나의 책을 참고문헌에 포함시켰다는 말과 함께. 사실 나의 책이 다른 저자의 저서에 참고문헌으로 등재된 건 처음이라 놀랐다. 이 책은 평소 연구원으로서 일하면서 얻은 지식과 통찰을 하나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 분야는 사실 나 또한 관심이 많은 카테고리다. 일반적으로 오디오 분야에서도 해외에선 이 분야 연구가 꽤 활발하다. 우리게엔 마크 레빈슨이나 JBL로 유명한 하만이나 혹은 PSB 같은 메이커와 협력으로 익숙한 캐나다 NRC 같은 곳에 음향 실리 관련 연구를 했던 인물들이 있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이 심리음향학에 대해 굉장히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고 심지어 포맷 개발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책은 총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1부 청지각의 기본 원리로 시작해서 2부에선 인지 처리, 즉 소리의 재구성과 해석에 관한 내용이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실험과 테스트 및 일상에서 마주치게 되는 코덱, 압축 음원의 원리 및 표준화 등 일반에 공개된 연구 결과물에 대한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만일 내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심리음향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리의 탄생에서 시작해서 인지, 지각 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맷의 연구, 개발까지…단순히 재생 측면뿐만 아니라 소리, 음향의 시작과 끝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넓은 분야다. 그리고 사실 음향적으로 좋은가 나쁜가를 넘어서, 인간 심리의 근원까지 두드리는 일이기도 하다.
https://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43091&start=pcsearch_auto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13177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