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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그리고 800 Series Diamond D5

바워스앤윌킨스, 시대를 관통하다

스피커의 역사를 돌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제품을 감상하는 일이 아니다. 소리를 재현한다는 기술적 과제가 시대마다 어떤 형태로 진화해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브랜드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어왔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삼성동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서 열린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60주년 기념 전시는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1966년 창립 이후 60년 동안 이어진 브랜드의 역사를 주요 스피커와 함께 되짚으며, ‘True Sound’라는 지향점이 어떻게 구체적인 제품과 기술로 구현되어 왔는지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시장 초입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스피커들이었다. 초창기 DM 시리즈부터 반가운 Matrix 801,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를 채용한 Signature Diamond까지, 다양한 모델이 한 공간에 모여 있었다. 짙은 우드 마감과 패브릭 그릴을 두른 클래식 모델부터 독특한 캐비닛 형태와 진보적인 유닛 배치를 보여주는 제품까지, 전시된 스피커들은 바워스앤윌킨스가 걸어온 길을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투박하거나 낯설게 느껴지는 디자인도 있지만, 각각의 제품을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음향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형태에는 저마다의 설계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모델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바워스앤윌킨스의 역사는 단순한 제품 세대의 교체라기보다 소리의 재현을 둘러싼 끊임없는 탐구에 가까웠다. 캐비닛의 형태와 내부 구조, 드라이버의 배치, 진동을 제어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녹음에 담긴 정보를 가능한 한 충실하게 전달하려는 목표는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스피커는 단순히 유닛을 장착한 상자가 아니다. 유닛이 만들어내는 소리뿐 아니라 캐비닛의 진동과 회절, 각 부품의 상호작용까지 재생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바워스앤윌킨스의 역사는 이러한 요소를 하나씩 탐구하고 개선해 온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늘날 익숙하게 접하는 바워스앤윌킨스의 디자인과 기술이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800 시리즈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와 상위 모델의 독립형 미드레인지 구조, 유닛을 지지하는 독특한 캐비닛 설계는 과거의 여러 시도와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지금의 제품만 놓고 보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도 역사의 흐름 속에 놓으면 전혀 다르게 읽힌다. 익숙한 디자인은 반복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선택의 결과인 셈이다.

특히 1993년 등장한 노틸러스(Nautilus)는 바워스앤윌킨스의 기술적 방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다. 유닛 후면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제어하기 위해 길이가 서로 다른 테이퍼드 튜브를 적용한 독창적인 설계는 기능과 형태가 긴밀하게 결합된 사례다. 스피커의 외형이 단순한 조형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음향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과물일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된 스피커들은 기술적 진보와 디자인의 변화가 반드시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일깨운다. 시대마다 달라진 외형에는 기술적 가능성뿐 아니라 제조 환경과 음악 감상 문화, 소비자가 스피커에 기대했던 역할까지 반영되어 있다. 어떤 모델은 캐비닛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어떤 모델은 유닛의 배치와 구조 자체를 디자인의 중심에 놓는다. 서로 다른 모습은 하나의 정답을 향해 직선적으로 발전해온 역사가 아니라, 더 나은 소리라는 목표를 향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온 기록이다.

60주년이라는 숫자는 브랜드의 지속성을 상징하지만, 오랜 역사가 곧 기술적 우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성취를 기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유산을 현재의 설계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바워스앤윌킨스의 역사를 과거형으로 박제하기보다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맥락으로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이제 시선은 새롭게 출시된 800 Series Diamond D5로 향한다. 60년의 역사를 거쳐 도달한 새로운 세대는 과연 무엇을 바꾸었으며, 무엇을 그대로 이어받았을까.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라는 상징적인 요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그 안에 숨어 있다.

진화는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바워스앤윌킨스 800 Series Diamond D5

전시 공간의 분위기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하나의 무대처럼 연출되어 있었다. 어두운 벽면과 절제된 조명, 스피커 뒤편을 채운 대형 영상은 제품 자체에 시선을 집중시키면서도 각 세대가 지닌 시대적 맥락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최신 800 Series Diamond D5 라인업이 나란히 배치된 공간에서는 모델마다 다른 크기와 비례, 마감의 차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블랙과 화이트, 우드 마감이 조명 아래서 서로 다른 인상을 만들어내지만, 터빈 헤드와 유닛 배치에서 드러나는 공통된 조형 언어는 이들이 하나의 계보에 속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800 시리즈는 바워스앤윌킨스의 기술적 역량을 상징하는 동시에 브랜드가 추구하는 음향적 이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라인업이다. 이번 800 D5에서 흥미로운 점은 외형의 파격적인 변화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의 개선에 공을 들였다는 데 있다. 첫인상만으로는 이전 세대와의 차이를 쉽게 단정하기 어렵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드라이버의 구동계부터 캐비닛의 보강 구조, 크로스오버의 장착 방식과 진동 제어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재검토됐다. 완성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개선의 여지는 적어지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세대교체의 의미가 드러난다.

상징적인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호용 그릴의 구조를 개선한 것도 그런 접근의 연장선이다. 801 D4 Signature에서 선보인 차세대 그릴 메시를 적용해 트위터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음향적 투과성을 높였다. 그릴은 단순한 보호 장치가 아니다. 진동판 주변의 구조물과 음파가 통과하는 경로 역시 고역의 해상도와 오프축 응답에 영향을 미친다. 작은 부품의 형상까지 음향적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이유다.

미드레인지와 우퍼의 모터 시스템 개선도 주목할 만하다. 800 D5는 800 시리즈의 시그니처 모델에 적용했던 고성능 부품과 설계 요소를 반영해 드라이버의 왜곡을 줄이고, 해상도와 과도 응답, 다이내믹스의 향상을 꾀했다. 드라이버의 성능은 진동판의 재료와 형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진동판을 움직이는 자기 회로와 구동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중요하다. 구동력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드라이버의 움직임을 더욱 정밀하게 제어하려는 방향이다.

캐비닛 구조 역시 중요한 변화의 축이다. 기존 Matrix 구조를 발전시킨 Enhanced Matrix는 드라이버 주변의 보강을 강화하고, 두꺼운 알루미늄 부재와 리브 구조를 활용해 인클로저의 강성을 높인다. 여기에 후면 Space Frame 구조를 결합해 캐비닛 내부를 보다 견고하게 지지하고, 크로스오버 어셈블리 역시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통해 구조적으로 안정된 환경에 고정한다. 이는 단순히 외함을 단단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선다. 유닛의 반작용으로 발생하는 진동과 캐비닛의 공진, 부품의 기계적 움직임이 재생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관리하려는 것이다.

플로어스탠딩 모델의 플린스에는 CLD(Constrained Layer Damping)와 동조 질량 감쇠(Tuned-Mass Damping)를 조합한 진동 제어 설계가 적용됐다. 서로 다른 재료 층을 이용해 진동 에너지를 소산시키는 동시에, 플린스의 특성에 맞춰 조정된 질량체를 활용해 불필요한 진동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무게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물의 진동 문제를 보다 정교하게 다루려는 시도다.

상부 구조도 새롭게 다듬었다. 알루미늄 상판은 리브를 두껍게 설계해 강성을 높였고, 터빈 헤드나 트위터 조립체와의 결합 방식도 개선했다. 상판과 주변 구조물 사이의 결합 및 절연 방식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감쇠 소재를 적용해, 구조물 자체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을 줄이려는 것이다. 외관상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스피커의 기계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 전체를 함께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크로스오버와 내부 배선 역시 개선 대상이다. 시그니처 모델에서 파생된 고성능 크로스오버 부품과 업그레이드된 배선 하네스를 적용했으며, 크로스오버 어셈블리는 알루미늄 플레이트에 단단히 고정된다. 전기적 신호를 처리하는 회로와 기계적 구조를 별개의 요소로 취급하지 않고, 스피커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처럼 800 D5의 진화는 눈에 띄는 변화 하나로 요약되지 않는다. 트위터 그릴의 미세한 형상부터 드라이버의 자기 회로, 캐비닛의 보강과 플린스의 감쇠 구조까지, 각각의 개선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인다. 스피커 자체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소리를 줄이고, 녹음에 담긴 음악적 정보가 보다 명료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60년의 역사를 돌아본 뒤 마주한 800 D5는 새로운 디자인을 과시하기보다 축적된 설계 경험을 세밀하게 다듬는 방향을 택했다. 결국 하이엔드 스피커의 진화는 얼마나 많은 것을 새롭게 추가했느냐가 아니라, 재생 음에 개입하는 불필요한 요소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했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기념 전시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175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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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바워스앤윌킨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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