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

동축 리본 사운드의 결정체

피에가 COAX 411

coax411 7

리본이라는 신념

인간은 이론적으로 20Hz부터 20kHz까지 인지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인간의 가청 한계를 뛰어넘는 스피커들이 출시되어 왔다. 보다 넓은 대역을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가 가청 한계 안에서도 더 충실한 재생음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재생 대역이 넓어서 나쁠 건 없다. 더불어 24비트, 96kHz, 192kHz 등 이러한 고해상도 스튜디오 마스터 음원이 유통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거 16/44.1 음원의 대역폭, 다이내믹레인지 폭을 뛰어넘는 트랜스듀서의 소구는 필연적이다. 96kHz를 예를 들자면 이론적으로 48kHz 대역까지 대역폭을 갖기 때문이다.

apogee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16/44.1 규격의 CD가 메인스트림 포맷의 왕좌에 있을 때조차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는 20kHz 이상 대역을 소화할 수 있는 유닛을 만들어냈다. 기음 외에 배음은 홀수, 짝수를 막론하고 더 높은 대역을 향해 번져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 또한 유효하다. 그 중 고역 재생에 있어 특출난 재생 특성을 지닌 스피커가 하나 생각난다. 바로 아포지라는 브랜드의 스피커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생산한 스피커는 리본 유닛을 사용했다. 그 중 신틸라는 무려 1985년부터 1991년 사이에 생산되었고 당시 3500불이라는 적지 않은 소비자 가격표가 붙었다.

apogee

이 스피커는 모든 대역을 오직 리본 유닛으로 재생하고자 하는, 지금 생각해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들에게 리본은 일종의 신념이었다. 트위터, 미드, 베이스 우퍼 모두 알루미늄 및 캡톤 등을 진동판으로 사용했으며 저역은 20Hz, 고역은 25kHz까지 뻗는, 지금 봐도 하이엔드 사운드 지향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무려 1옴까지 하강하는 임피던스 특성이었다. 8옴은 물론 4옴에서도 선형적인 출력을 내주지 못하는 앰프가 대부분이고 당시 최고급 클래스 A 앰프 크렐도 1옴에선 이런 스피커가 원하는 출력을 내주기 힘들었다. 때론 많은 사람들이 신틸라 앞에서 혀를 내두르며 포기한 이유다.

하지만 아포지가 신틸라 같은 스피커를 통해 남긴 교훈은 특별했다. 리본 유닛은 많은 부분에서 일반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들에서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시켰지만 특출난 강점도 분명하다는 점이다. 일단 얇은 진동판에 보이스코일을 장착해 별도의 무거운 코일 포머가 필요 없었고 매우 가벼운 진동판은 한없이 빠르게 움직이며 민첩한 반응 특성을 보여주었다. 향후 초고역을 위한 슈퍼 트위터들이 이러한 리본으로 만들어지는 결정적 아이디어가 되었다. 대역폭뿐만 아니라 빠른 반응 속도로 인한 깨끗하고 맑으며 선명한 고역은 입체적인 무대 표현에 일가견이 있었다.

LDR gesamt

혜성처럼 날아온 리본의 귀재

아포지는 여러 교훈만 남기고 사라졌고 이 외에 여러 리본, 정전형 스피커 메이커들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모두 포기한 것은 아니다. 특히 198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리본 트위터를 만들기 시작한 피에가는 꾸준히 그들만의 리본 유닛을 진화시켜갔다. 그러나 그들은 이전의 아포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리본 트위터의 특별한 강점도 알고 있었지만 저역 재생 및 급격한 임피던스 하강 등 단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코일을 붙인 매우 얇은 필름 박막을 만들어놓고 그 앞이나 뒤에 자석을 놓아 자기장을 형성시킨 후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필름이 진동판 역할을 하면서 앞뒤로 움직이면서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그리고 그 파동이 소리로 변환되는 원리에 충실했다.

동축 리본 트위터

그래서 피에가는 리본 방식 유닛을 초창기엔 고역 재생을 위해서만 사용했다. 일단 매우 명징하고 또렷하며 빠른 응답 특성은 특히 빠르게 진동해야하는 트위터에 어울렸다. 더불어 고역 특성이 그 옛날에도 이미 지금의 베릴륨이나 다이아몬드처럼 4~50kHz를 쉽게 찍었다. 또 하나의 강점이라면 전면 수평 지향성의 향상이다. 양 옆으로 확산되어 벽을 부딪치고 청취자의 귀로 들어오는, 이른바 간접 음이 매우 적어진다. 직접 음 위주의 사운드는 탁한 기운이 사라지고 맑은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한편 리본에 대해서 피에가는 저역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저역 재생은 별도의 우퍼를 제작해 다이내믹 드라이버 형태의 강점을 십분 활용했다. 케프 같은 메이커가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하나의 축에 위치시킨 동축 드라이브 유닛을 만들되 저역은 별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에 할당하는 것과 유사하다. 문제는 중역 재생에 대한 피에가의 욕심이었다. 그리고 피에가는 이를 동축 형태로 제작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젠 그러한 동축 유닛을 앞세워 아예 라인업 한 자리를 동축 스피커에 할애했다. 바로 COAX 시리즈다.

COAX 411

이번에 만난 피에가 COAX 스피커는 COAX 411이다. 이는 COAX 311, 511, 711를 잇는 COAX 411, 611, 811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스탠드 마운트 타입 스피커다. 착수차가 출시되면서 피에가는 세부적인 부분들을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해놓은 모습. 일단 이 스피커는 C112+라고 명명한 동축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넓은 리본 트위터 중앙이 트위터고 나머지 부분은 중역을 재생하는 미드레인지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혁신을 이뤄냈는데 바로 마그넷을 진동판 후방 뿐 아니라 앞면에서 붙여 리본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피에가 동축 리본 구형좌 VS 신형 212우
피에가 동축 리본 구형(좌) VS 신형 212+(우)

이어 베이스 우퍼는 160mm UHQD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평범해보일지 모르지만 리본이나 AMT 등의 트위터를 사용할 경우 이와 매칭되어 활약할 베이스 우퍼의 품질엔 많은 요구 조건이 뒤따른다. 일반 돔 트위터보다 훨씬 더 빠른 반응 속도 및 스펙으로 드러나지 않은 음색 통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에가의 UHQD는 이런 매칭을 오랫동안 연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이름은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노르웨이 소재 유명 하이파이 스피커 유닛 제조사 시어스(SEAS)로부터 특주, 생산된 것이다.

인클로저 설계 TIM
Tension Improve Module 2

흥미로운 건 인클로저에서도 발견된다. 이른바 ‘Tension Improve Module’, 줄여서 ‘TIM’이라고 부르는 내부 응력 시스템을 2세대로 진화시켰다. 내부를 보면 인클로저를 단단히 고정하면 팽팽하게 고정, 시간이 지나도 변형이 없이 인클로저를 조여주고 강도를 향상시켜주는 구조다. 수천도의 열을 가해 알루미늄을 녹인 후 다시 수천 KG의 초고압으로 압출 성형해내는 알루미늄 인클로저는 그 자체도 강도가 높고 진동에 강하다. 하지만 내부에 추가로 TIM2 시스템을 구축하고 추가로 점탄성 댐핑 포일을 추가해 어떤 미세 진동의 잔류로 막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미니멀 디자인에 대충 보면 밋밋해 보이는 실버 색상이지만 세세히 뜯어보면 스피커 설계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 비범하게 설계, 진보시킨 모습이 역력하다.

청음

이번 청음은 필자의 개인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core 및 Wstreamer를 음원 플레이어로 사용했고 MSB Analog를 DAC 겸 프리앰프로 활용했다. 파워앰프는 패스랩스 XA-60.5로서 클래스 A 증폭으로 채널당 60와트 출력의 앰프다. 참고로 아래는 평소 리뷰에 사용하는 레퍼런스 시스템 목록이다.

네트워크플레이어 : 웨이버사 시스템즈 Wcore, Wstreamer
재생 소프트웨어 : ROON
DAC/프리 : MSB Analog, 코드 일렉트로닉스 Hugo TT 2
스피커 : 윌슨오디오 Sasha, 락포트 Atria, 리바이벌오디오 Atalante 3
앰프 : 패스랩스 XA60.5, 웨이버사 시스템즈 Wslim Pro
턴테이블 : 트랜스로터 ZET-3MKII
카트리지 : 다이나벡터 DV20X2, 골드링 1042

jennifer

우선 대역폭이 북셀프로선 매우 넓은 편이어서 꽤 넓은 시청실을 커다란 스테이징 능력으로 가득 메운다. 눈을 감고 들어보면 아마 톨보이라 말해도 믿을 듯한 사운드 스테이징이다. 제니퍼 원스의 ‘Somewhere, someboy’를 들어보면 음상이 정확하며 크고 시원하게 맺힌다. 확실히 벽의 반사를 통해 듣게 되는 간접음이 덜해 공간의 룸 어쿠스틱 음향 특성이 적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전체 대역 밸런스는 이전 311보다 하강해 더 풍만하고 든든한 느낌으로 사실 이 정도 동축 리본을 이 사이즈에 넣으며 리본이 거의 지배하는 사운드에 베이스 우퍼는 일종의 조력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alice 1

중역과 고역을 하나의 동심원 속 하나의 축에 정확히 위치시키면 위상 특성이 매우 뛰어나며 매우 자연스러운 중, 고역 주파수, 시간축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리본 특유의 명징하고 고운 입자에 더해 빠르면서도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올라퍼 아르날즈와 앨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Nocturne in C Sharp Minor’를 들어보면 피아노가 어떤 반사음 없이 바로 귓전을 때린다. 따라서 선명하고 깨끗한 소리로서 바이올린은 바로 코앞에 있는 듯 명확한 포커싱을 형성한다. 마치 큰 헤드폰 같은 소리인데 귀에서만 옹기종기 맴도는 소리가 아니다. 더불어 무척 고급스럽고 도도하기까지 한 바이올린 음색이 귀에 걸린다.

dire

고역은 마치 분무기로 물을 분사하는 듯 곱고 섬세하게 방사되는 패턴을 그린다. 하지만 중, 저역 쪽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빠르면서도 단단하고 골격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o far away’를 들어보면 드럼이 매우 단단하며 낮게 그리고 명확하게 재생된다. 타이트하게 조여졌고 낮은 대역까지 깊고 펀치력이 높은 사운드. 골격이 또렷하며 두께도 얇지 않아 충분한 힘이 느껴진다. 기타 소리는 특히 마크 노플러 기타톤 바로 그것이 너무 뚜렷하게 매력적으로 표현된다. 피에가가 클래시컬 음악에만 좋다는 이야기는 옛말이다.

andris nelsons shostakovich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10번 2악장은 왜 리본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한 축 안에 위치시켜 동축을 만들었는지 포괄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정곡을 때리는 피아노가 가슴으로 바로 날아든다. 약음부터 강음까지 그라데이션이 촘촘하면서 동시에 넓은 폭으로 세밀하게 펼쳐지는 모습에서 리본의 섬세한 텍스처 표현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실체감이 상승하는 데는 물론 무대 펼쳐짐의 영향도 분명 있다. 전후 깊이가 매우 깊고 레이어링이 선명하게 구분되어 마치 음향 특성을 첨예한 계산 하에 재해석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총평

일반적인 동축 스피커들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조합을 통해 서로 공생 관계를 맺는다. 예를 들어 탄노이나 파인오디오, 케프 같은 경우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방사, 지향각이 동일하다. 또한 트위터가 미드레인지 진동판을 혼처럼 활용해 방사 특성을 돕고 고역의 증폭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리본 동축은 서로 진동판의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다. 시너지가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한편으론 서로 간섭할 일도 애초에 없기 때문에 나은 면도 많다. 바로 이것이 피에가가 리본 유닛만을 조합해 라인 소스를 넘어 포인트 소스 유닛을 만든 이유가 아닐까 추론해본다. COAX 411은 바로 그 피에가가 오랜 시간동안 진화시켜온 동축 리본의 결정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사양

DESIGN : 3-way system shelf speaker
RECOMMENDED AMPLIFIER POWER : 20 – 200 watts
SENSITIVITY : 90 db/W/m
IMPEDANCE : 4 ohms
FREQUENCY RESPONSE : 35 Hz – 50 kHz
EQUIPMENT : 1 × 160 mm UHQD woofer, 1 × C112+ coaxial ribbon
CABINET : Extruded aluminum with Tension Improve Module 2 (TIM2)
DIMENSIONS (H × W × D) : 45 × 21 × 31 cm
WEIGHT : 25 kg

제조사 : PIEGA SA (스위스)
공식 수입원 : ㈜ 샘에너지
공식 소비자가 : 8,5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fourplay thumb

콜라와 재즈의 연금술사

dcs vivaldi II thumb

dCS 비발디 트랜스포트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