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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오디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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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국내 오디오쇼는 언제부턴가 왜 항상 똑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걸까. 내가 진행해보지 못해서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코엑스가 가장 행사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참가 업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공간, 체계적인 예약, 관리 등 편의성에선 좋지만 소리를 잘 표현해주는 게 중요한데 그런 장소로선 부적합하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뾰족한 대안은 없지만 그래도 호텔 같은 곳이 그나마 더 나았던 기억은 있다. 더불어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좀 더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공적인 면도 띠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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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올해 봄에도 오디오쇼가 열렸다. 여러 참가 업체들이 자사가 수입, 유통하는 제품들을 가지고 나왔다. 어차피 해외 메이커가 제작한 기기들을 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작자로서의 면모보단 수입사의 의도가 짙게 배어있기 마련이다. 대체로 동일한 수입사가 취급하는 제품들끼리 매칭을 하기 마련이다. 운이 좋으면 매칭도 훌륭한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더불어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의 한계 때문에 오디오쇼에서 들었던 청음이 해당 제품의 객관적인 지표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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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오디오쇼에서 들어본 시스템 중 기억에 남는 건 일단 바워스앤윌킨스의 801D4 시그니처. 클라세를 바이앰핑하면 모노블럭 매칭보다 훨씬 소리가 좋아진다. 게다가 시그니처 모델은 튜닝이 좀 달라져 일반 모델보다 뭐랄까, 좀 더 음악적인 울림이 추가되었다. 스탠더드도 좋지만 여유가 있다면 무조건 시그니처를 구입할 듯하다. 윌슨 알렉시아 V와 나그라 풀 시스템도 기억에 남는다. 윌슨과 나그라 조합은 조금 무르고 윌슨의 입체감을 살려내기 조금 아쉬운 면도 있을 듯했지만 나름대로 서로 상호 보완이 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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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너스 파베르와 단 다고스티노의 조합도 괜찮게 들었다. 윌슨와 나그라의 조합처럼 상호 보완을 통해 좋은 소리가 완성되었다. 약간 덥고 포근한 소리의 소너스 파베르가 단 다고스티노의 에이 있고 단단한 소릿결로 인해 쾌감을 얻은 조합. 소너스 파베르의 스트라디바리와 매킨토시 조합보다 더 나은 매칭이었고 음질 뿐 아니라 선곡, 해설 모두 다 훨씬 더 좋았다. 한편 락포트의 크렐 앰프의 조합도 락포트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다. 들어볼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은 스피커인데 내가 사용하는 스피커 브랜드이기도 해서 애정을 간다. 다만 다른 앰프를 투입했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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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괴벨 스피커와 에소테릭, CH 프리시전, YG 어쿠스틱스 등 쟁쟁한 하이엔드 오디오가 나왔는데 공간이 다들 좋지 않아 뭐라 평가하긴 좀 힘든 면이 많았다. 더 좋은 어쿠스틱 음향 조건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조건에서도 CH, YG 등 브랜드의 저력은 분명히 엿보였다. 에스텔론은 좀 차갑고 예리한 소리인데 엘피로 재생하니 그들의 특성이 희석되어서 좀 새롭게 들렸다. 일본 오디오 브랜드 중 레전드인 아큐페이즈를 바워스앤윌킨스와 조합해 나온 시스템은 클라세 조합과 대비되는 사운드로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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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국내 오디오 메이커 중에선 엘라 소니카와 사이몬 오디오랩이 눈에 띄었다. SAL의 활동은 익힐 알고 있고 몇 개 제품은 직접 구입해 사용하기도 했지만 엘라 소니카는 경험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부스에 들어가 보았는데 다른 것보다 스피커에 눈이 갔다.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지향은 아니고 좀 더 포근하고 자연스러운 홀 톤이 잘 살아나는 소리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크리스 스피커 만들 때가 엊그제인 듯하다. 에이프릴뮤직과 협력해 스피커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그래도 다시 시작해 요즘 트렌드가 가미된 디지털 기기나 앰프 그리고 스피커까지 멋지게 만들어낸 걸 보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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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 오디오쇼라면 국내 브랜드가 많이 나오면 좋았을 텐데 이번엔 국내 브랜드는 웨이버사 엘라 소니카, SAL 등 참가 업체가 너무 적었다. 대체로 소규모의 군소업체들이 어마어마한 참가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긴 쉽지 않을 듯하다. 아예 국내 브랜드만 따로 연합해 오디오쇼를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 외에 엘피 등 음반 부스도 마련되었는데 오디오와 떨어져 있어 관객 유입이 잘 안 되는 인상이다. 중고 가요 엘피 가격은 좀 충격적이기도 했다. 오디오와 좀 더 어우러져 합리적인 가격대에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기획이 있다면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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