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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재킷의 전설, 힙노시스

문화중독자의 플레이리스트 – 3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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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광화문 시네큐브였다. 이곳에서 ‘2023년 시네큐브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정작 중에서 가장 기다렸던 작품이 다큐 [힙노시스 : LP 재킷의 전설]이었다. 이 다큐는 2022년 전주 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영화다. 상영시간을 검색해보니 일요일 오후 6시 30분이 유일했다. 참고로 씨네큐브는 관람객 편의를 위해 상영 후 10분이 경과하면 중간 입장이 불가능하다.

다큐의 시작을 알리는 배경음악은 핑크 프로이드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였다. 힙노시스는 핑크 프로이드의 음반과 시간을 같이 했던 영국의 디자인 그룹이다. 2명의 인물이 마구잡이로 시작했던 앨범 표지 작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을 더해간다. 필자는 힙노시스의 모든 앨범 이미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밴드 멤버와의 조율을 통해 앨범 이미지를 만들었다지만 상징성에 집중하다 보니 수록음악과는 동떨어진 앨범 표지도 여럿 보았으니까.

Squaring The Circle

​ [힙노시스 : LP 재킷의 전설]의 원제는 ‘Squaring The Circle’이다. ​​부제는 ‘The Story Of Hipgnosis’다. 예상대로 다큐의 절반 가까운 분량이 핑크 프로이드와 관련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힙노시스의 원천은 힙한(Hip) + 지식(Gnosis)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1960년대 말은 특수효과 기법이 전무했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히놉시스 멤버는 직접 촬영 후 이를 콜라주 하는 방식을 택한다.

레드 제플린과 처음 작업한 앨범 [The House Of The Holy]가 대표적인 예다. 영국의 해변가에서 어린이 독사진을 촬영 후 이를 다시 콜라주한 이미지가 스크린에 등장한다. 촬영지도 점점 다양해져서 영국이 아닌 사하라 사막과 이집트로 출장을 간다. 앨범 제작비 역시 하루가 다르게 올라간다. 음반 재킷에도 명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었다.

houses

이처럼 힙노시스는 1970년대 음악 앨범의 상징이었다.​​ 핑크 프로이드 음반 시리즈를 통해 힙노시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앨범 디자인 그룹으로 성장한다. 이후 폴 매카트니 & 윙즈, 10cc, 위시 본 애쉬, 피터 가브리엘, 스트롭스, 블랙 사바스, 스콜피언즈에 이르는 뮤지션들의 음반 제작을 담당한다. 힙노시스는 시대를 앞서가는 이미지보다는 창의적인 이미지에 집중한다.

hipnosis artwork

이들은 1980년대 이후 불어닥친 팝의 돌풍과 함께 설자리를 잃어갑니다. 심플한 앨범 이미지가 유행하면서 힙노시스가 추구하던 고비용의 앨범미학이 존재감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함께 작업했던 동료와의 갈등으로 더 이상의 활동을 중단한다. 다큐에 등장하는 로엘 겔러거는 만약 제작비용이 비싸지 않았다면 힙노시스에게 자신들의 앨범 재킷을 부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대중음악에서 앨범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시절이 존재했다. ​​​아래 사진은 핑크 프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 앨범이다. 우측 인물은 실제 모델이었는데 무려 15번 가량의 촬영 끝에 머리까지 불이 붙는 바람에 추가 촬영을 거부한다. 아래 앨범의 수록곡 ‘Wish You Were Here’을 녹음하던 중에 정신병이 걸렸던 시드 버렛이 녹음실에 불쑥 방문했다는 인터뷰도 등장한다.

pink wish

힙노시스는 모든 앨범에 의미를 담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단적인 예로 핑크 프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는 재킷에 아무런 주제의식을 넣지 않기 위해 영국의 목장에 방문한다. 초판에는 그룹명이나 타이틀마저 넣지 않는다. 다큐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소속 레코드사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내용을 추가해본다. [힙노시스 : LP 재킷의 전설]은 핑크 프로이드 팬이라면 반드시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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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 봉호

대중문화 강의와 글쓰기를 사랑합니다. 때문에 문화콘텐츠 석박사 과정을 수학했습니다. 저서로는 '음악을 읽다'를 포함 10권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과 관련한 글을 집중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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