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일본여행과 시티팝

문화중독자의 플레이리스트 – 13부

hifiset

시티팝의 열기가 대단하다. 히트곡 [We Are All Alone]으로 잘 알려진 보즈 스캐즈(Boz Scagg)의 1970~1980년대 솔로음반을 시티뮤직이라고 불렀으니 명칭만 달라졌다고 해도 무방해보인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활동한 가수 김현철의 음악이 시티팝 계열이라 볼 수 있다.

나는 성북구 장위동에서 태어났다. 말하자면 서울내기인데 누가 고향을 물어보면 서울이나 장위동이라고 말해준다. 서울 출신에게는 장위동이 익숙한 지명일테고 지방 출신에게는 서울이 편한 호칭일테다.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현대미술전시회에서 자신은 맨해튼 출신이라고 강조하던 백인화가의 뻣뻣한 태도가 영 어색했듯이.

도시에서 성장하고 도시에서 생을 마치는 인생은 어떤 의미일까. 이는 빛보다 빠르게 변해가는 환경에서 점차 도태되어가는 지구인의 운명이 아닐까. 유행과 속도만이 경쟁력이라는 도시라는 행성에서 산화해 가는 영혼의 외침이 들린다. 도시인의 존재감은 도시 특유의 소음 속에 묻혀버린다. 시티팝은 도시의 번잡함과 속도감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japanesemusic

이번 장에서는 일본음악을 소개한다. 10회에 이르는 일본여행에도 불구하고 음반점에서 일본음악가의 레코드를 눈여겨 본 적은 많지 않다. 일본문화는 관심이 있지만 음반구입까지는 시도하지 않았다. 올해 일본방문에서야 이런저런 음반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심리적 장벽은 음악분야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영어판 시티팝이라면 프리 디자인(Free Design)이 먼저 떠오른다. 한일간의 역사와 현실은 잠시 내려놓고 살만한 세상을 응시해보자는 프리 디자인의 달달한 화음은 봄날의 음악 감상에 제격이다.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안마중독처럼 근육에 자극을 반복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쾌감도 줄어든다던데 시티팝도 비슷한 한계가 있다.

하이파이세트2

하이파이 세트가 1977년에 발표한 ((Hi-Fi Blend))의 파릇파릇한 음반이미지가 시선을 붙잡는다. 발매년도를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디자인과 색감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초록과 파랑은 필자가 좋아하는 색이다. 하지만 음반이미지와 음악성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이미지가 얌전해도 음악이 튀거나 이미지가 자극적이라도 점잖은 음악이 적지 않다.

일본 시티팝의 간판그룹인 Hi-Fi Set의 시간이다. 3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라는 영역에서 발군의 화음을 들려준다. 함께 부른 노래도 좋지만 묘한 우수에 빠지게 만드는 [Je M’ennuie]를 골라 보았다. 시티팝을 가벼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소박한 반전을, 시티팝에 빠진 이들에게는 사랑을 듬뿍 건네줄 만한 곡이 아닌가 싶다.

hifiset best 1000

이번 일본여행에서 Hi-Fi Set의 음반을 구입하지는 못했다. 음반이야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재미만은 못하다.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는 것이 아닐까. 꽃비가 내리는 4월이다. [Tsumetai Ame]와 [Je M’ennuie]를 감상하면서 행복했던 음악여행의 시간을 반추해본다.

Avatar photo

Written by 이 봉호

대중문화 강의와 글쓰기를 사랑합니다. 때문에 문화콘텐츠 석박사 과정을 수학했습니다. 저서로는 '음악을 읽다'를 포함 10권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과 관련한 글을 집중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echnics su gx70 thumb

테크닉스 SU-GX70 인티앰프

heretic thumb

헤레틱 스피커 국내 상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