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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 겨울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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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대 초반, 정확히는 2002년 1월 오랜 휴식기를 뚫고 출시된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 참 여러 생각이 교차하던 당시다. 나는 제대한지 2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고 IMF를 피해 도피하듯 갔던 군대에서 벗어나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던 때였다. 한편 미국에선 바로 전 해에 911 테러로 슬픔에 잠겨 있던 당시. 노라 존스의 1집은 그런 대중들을 따뜻한 노래로 위로하던 시절이었다.

국내에선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가 출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그 시대적 배경이 작용했으리라…그저 흐릿한 기억만 어슴푸레 뇌리를 지나친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건 [Bravo, My Life!] 앨범이 주었던 위로와 용기였다. 최근 이 앨범을 다시 접하게 된 건 새로운 믹싱 버전을 듣고 부터다. 원래 프로모션용으로 소량 발매했던 것인데 단순히 패키지만 바꾼 재발매가 아니라 믹싱과 매스터링을 완전히 새롭게 진행한 버전이다. 마치 최근 몇 년간 비틀즈의 그것을 떠올리는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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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로 이 새로운 믹싱 버전을 기념하는 쇼케이스가 있었고 단연 주인공은 김종진님이었다. 편안한 음성으로 새로운 버전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사이 시간은 훌쩍 달아나 사인회까지 더하니 아홉시를 넘겼던 듯. 단순히 짤막한 멘트만 남긴 게 아니라 당시 녹음시 겪었던 에피소드와 함께 새로운 믹싱, 매스터링 과정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무척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선사해주었다. 특히 ‘In the city’를 오리지널 시디와 엘피 그리고 이번 리믹스 버전과 비교 시청해주는 부분에선 ‘역시 오디오파일’이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도자료에선 ‘실용적이고 윤리적이며 트랜디한 업사이클링은 [Bravo, My Life!] ‘2022 MIX’ 작업의 배경에 자리한 중요한 부분이며, 진정한 명품은 시간이 지나도 약간의 수선으로도 계속 즐길 수 있고 주인을 빛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라는 발매 취지를 담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오디오나 레코드도 요즘 기술로 다듬고 보듬어 즐기듯 이제 20주년을 맞이한 [Bravo, My Life!]도 새로운 생명을 얻은 셈이다.

showcase

실제로 이번 쇼케이스 이전에 이 앨범을 반복해서 들어보다가 나갔는데 이전 버전과 매우 커다란 음질 차이를 느꼈다. 새로운 믹싱은 물론이고 오디오파일 사이에서도 엘피 매스터링 및 커팅 작업으로 유명한 버니 그런드먼의 솜씨가 제대로 녹아든 듯하다. 거의 새 앨범 발매 버금가는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만큼 결과물도 오히려 오리지널보다 더 뛰어났다. 김종진 님과 함께 ‘오디오월드’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도 모르게 ‘Bravo, My Life’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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